[홍당무의 경마오디세이] 경주마 이름 ‘Boom’이 ‘부움’된 사연은?

입력 2016-01-2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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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마의 작명

등록규정상 한 글자로 된 마명 사용금지
한글 2자∼6자…외국어는 8자까지 인정


경주마들의 이름은 어떻게 지을까.

사람은 출생 후 한달 안에 이름을 갖게 된다. 경주마의 경우 생후 1년 동안은 이름이 없다. 어미마의 이름을 따 ‘아무개의 자마’로 불리다가 1년이 지난 시점에야 마명부여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경주마의 이름은 보통 마주가 정한다. 하지만 이름을 정하는데도 나름의 규칙이 있어 희망하는 마명이 그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마명 맘대로 지을 수 없다” 까다로운 마명 규정

마명등록규정에 따르면 마명으로 사용할 수 없는 제한규정이 매우 많다. 정치인이나 TV스타 등 널리 알려진 공인의 이름(별호 포함)은 물론, 미풍양속을 저해하거나 과거 경주마로 활동했던 마필이름은 사용할 수 없다.

글자 수도 제한되어 있다. 한글은 두 글자에서 여섯 글자로 제한되며 외국산마필의 경우 한글로 8자까지 인정된다. 과거 서울경마공원에 ‘부움’이라는 웃지 못 할 마명을 보유한 마필이 있었는데, 이 마필은 외국산 말로 수입 당시 마명이 ‘BOOM’이었다. 한글로 그대로 쓰면 ‘붐’이지만 등록규정상 한 글자로 된 마명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움’으로 등록하게 된 것.

또한 회사명, 상품명 등 영리를 위한 광고 선전의 의미를 나타내거나 예술 작품의 제목, 운동경기명 등도 제한받는다. 사람이름처럼 현존하는 국가명도 사용금지다.

사람의 경우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동명이인이 제법 있지만 경주마는 같은 이름이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마명등록규정 상 경주마로 활동했던 마필의 이름은 사용이 철저하게 제한되기 때문이다. 또한 씨암말로 활동했던 마필은 사망 후 10년, 씨수말로 활동했던 마필은 사망 후 15년간 해당 마명의 이름을 사용할 수 없도록 막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시행되는 대상경주 우승마의 이름도 사망 후 10년까지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름 바꾸기? 사람보다 힘들어요

경주마의 경우 한번 부여된 마명을 바꾸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규정에서는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경주에 출전하지 않은 말에 한해 1회 마명변경이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지만 여간해서는 ‘불가피함’을 인정받기 힘들다. 한편 경주에 출전했던 이력이 있더라도 경마시행에 심각한 지장이 있을 경우에 한해 바꿀 수 있도록 하고는 있지만 극히 드믄 케이스다.


● ‘아줌마’가 ‘아저씨’ 뒤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


마명을 가장 많이 부르는 사람들은 바로 경마중계 아나운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경마중계 아나운서들이 뽑은 재미있는 경주마 이름들은 무엇이 있을까? 아나운서들이 이구동성이로 꼽은 마필의 이름은 ‘아저씨’, ‘아줌마’였다. 두 경주마는 2007년 데뷔해 같은 시기에 서울경마공원에서 현역으로 활동했었던 마필이다. 다행스럽게(?) 한 경주에 편성되어 출전한 적은 없었지만 만약 같은 경주에 출전했다면 “3번마 ‘아저씨’가 10번마 ‘아줌마’를 혼신의 힘을 다해 추격하고 있습니다”라는 경마중계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재미있는 이름들로 ‘앞서’라는 마필도 있었다. 이 ‘앞서’라는 마필이 앞서 달릴 때마다 아나운서는 “5번마 ‘앞서’가 앞서 달리고 있습니다”라고 해야 했으니 아나운서가 재미있는 이름의 마필로 기억 할만하다.

아나운서들이 기억하는 특이한 이름이 또 있다. 바로 발음하기 곤란해 애를 먹었던 마필이름이 그것인데, ‘언어카운티들리’, ‘굿바이브레이션즈’, ‘비니비디비키’, ‘잇어팸리트데리션’ 등이 그것이다. 그냥 부르기에도 힘든 이 이름을 속도가 생명인 경마중계에서 불러대며 진땀을 흘렸을 아나운서들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경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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