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쎈돌’마저 무너졌다

입력 2016-11-0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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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대전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에서 열린 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준결승 3국에서 이세돌 9단(오른쪽)이 착점하고 있다. 이세돌은 이 대국에서 패해 숙적 커제 9단에게 결승진출의 문을 내줬다. 사진제공|한국기원

이세돌 , 중국 1인자 커제 9단에 무릎
한국기사 사상 첫 2년연속 결승 실패

‘쎈돌’마저 무너졌다.

이세돌 9단은 2일 대전광역시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에서 열린 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3번기 최종국에서 중국의 1인자 커제 9단에게 188수만에 흑 불계패해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이세돌은 포석에서 단단하고 두텁게 판을 짰다. 하지만 초반은 발 빠른 행마를 구사한 커제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기회를 엿보던 이세돌은 하변의 엷은 백 대마를 추궁하며 역전을 노렸다. 선수를 쥔 이세돌은 좌상의 엷은 백을 재차 공격해 들어갔지만 커제는 노련하게 바꿔치기로 응수했다. 설상가상 이세돌이 흑137·139수에서 착각까지 범하는 바람에 형세는 완전히 백 쪽으로 기울고 말았다. 결국 이세돌은 3시간 50분 만에 씁쓸한 얼굴로 돌을 거둬야 했다. 세 판의 준결승 대국 중 가장 빠른 종국이었다.

이로써 이세돌은 지난해 대회에 이어 올해도 준결승전에서 공교롭게 커제를 만나 모두 패했다. 통산 상대전적도 3승 10패로 벌어졌다. 숙적 커제의 벽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준결승전에서는 중국의 퉈자시 9단이 판윈뤄 5단에게 195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고 2승 1패로 결승에 진출했다. 커제와 퉈자시의 ‘형제 우승대결’은 12월6일∼8일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에서 결승3번기로 펼쳐진다.

올해도 한국의 바둑팬들은 중국기사의 삼성화재배 우승장면을 손놓고 봐야할 상황이 됐다. 1996년 창설 이래 삼성화재배는 한국의 우승텃밭이었다. 21번의 대회에서 한국이 우승한 회수는 12번이나 된다. 중국은 6번, 일본은 2번이다. 하지만 2009년 처음으로 중국기사끼리 결승전을 치른 이후 삼성화재배는 한중의 치열한 우승대결이 전개됐다. 하지만 근년에는 중국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대회에 이어 올해 대회 역시 결승무대는 중국의 차지다. 한국기사가 2년 연속 결승에 오르지 못한 것은 이번 삼성화재배가 처음이다. 이번 대회 총 상금은 8억원. 우승상금은 3억원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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