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남과여②] 퓨전사극·리메이크·사전제작의 나쁜 예

입력 2017-06-0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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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 ‘퓨전사극’이라는 틀을 과도한 캐릭터와 이야기로 풀어내 혹평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SBS

■ SBS 월화드라마 ‘엽기적인 그녀’

블랙과 화이트, 짜장면과 짬뽕…. 그리고 남(男)과 여(女), 혹은 여와 남. ‘개취’(개인취향)일 뿐인 각기 시선에 성적(젠더·gender) 기준과 잣대를 들이댈 이유는 전혀 없다. 생물학적으로 다른 존재들일지언정,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각자의 취향대로다. 두 남녀기자가 매주 각자의 눈으로 세상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적어도 눈치 보는, ‘빨아주기’식 기사는 없다. 엔터테인먼트 각 분야 담당기자들이 ‘갈 데까지 가보자’고 작심했다. 가장 공정하고 정정당당한 시선을 유지하자며.


● 32부작. 5월29일 첫 방송. 극본 윤효제·연출 오진석. 주연 주원·오연서·이정신·김윤혜

● 전지현·차태현의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재해석한 청춘 사극. 까칠한 도성 남자의 대표주자 견우(주원)와 조선의 문제적 그녀(오연서)가 펼치는 예측불허 로맨스 드라마.



● 이건아니야

‘총체적 난국’이다. 드라마가 동시간대 2위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해서 제작진과 출연진이 만족하고 있을까 심히 걱정스럽다.

드라마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조선판으로 기획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탓일까. 영화 속 차태현과 전지현의 캐릭터에 색깔을 새로 입히기는커녕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놓았다는 반응이 절대적이다. 영화에서 전지현이 구토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고 해서 드라마에서 여러 각도로 느리게 편집해 반복적으로 내보낼 정도는 아니다. 이 때문에 영화 속 전지현이 겹쳐 보이는 마이너스 효과만 냈다.

퓨전사극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마치 현대인이 조선시대로 날아간 듯한 분위기만 자아냈을 뿐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사극이라는 장르를 선택한 것에 의문이 들만큼 조선시대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린 것도 아니다. 과거의 시대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퓨전의 특징을 그저 외형적으로만 현대와 섞어낸 느낌이다. 조선시대 폭탄주를 ‘혼돈주’라 부르고, 극중 공주 역인 오연서의 행실을 문제 삼는 ‘지라시’를 언급하는 장면 등은 엉뚱하기만 하다. 의상과 궁궐 세트의 색감이 화려해 오히려 중국 사극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인상마저 남긴다.

무엇보다 타이틀롤인 오연서의 캐릭터 소화력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극중 공주인 그는 왈가닥의 성격으로 매사 오버하고 사고를 친다. 이를 표현하기 위한 과한 행동과 표정이 코믹하기보다 우악스러워 시청자가 몰입하는 데 장벽으로 작용한다. 오연서가 해석한 ‘엽기’의 의미를 시청자는 부담스러워할 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주원과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어울림도 아직까지 미지수다.

방송사는 뼈아플지 모르겠다.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와 ‘사임당, 빛의 일기’에 이어 사전제작드라마 실패를 끊어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평점아이콘, 이렇게 갑니다



● 히트다 히트

말이 필요할까요. 눈과 귀가 즐겁습니다.


● 알쏭달쏭

지금은 모르겠어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이건 아니야

시간과 돈이 아까울 수 있습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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