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여성 앞세운 느와르 ‘미옥’…김혜수의 도전은 늘 옳다 (종합)

입력 2017-10-10 12: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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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와르=남자 영화’의 공식을 깨뜨릴 작품이 온다. 여성 중심의 새로운 느와르에 심지어 보기 드문 ‘여성 원톱’ 영화다. 이 모든 조합이 가능한 데에는 ‘충무로 여제’ 김혜수가 있다. 데뷔 31년차 배우 김혜수가 어김없이 파격 변신을 시도한 영화 ‘미옥’으로 올가을 관객들을 만날 채비 중이다.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미옥’ 제작보고회. 이날 행사에는 ‘미옥’의 주연 배우 김혜수 이선균 이희준과 이안규 감독이 참석했다.

‘미옥’은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2인자 ‘나현정’(김혜수)과 그녀를 위해 조직의 해결사가 된 ‘임상훈’(이선균), 그리고 출세를 눈앞에 두고 이들에게 덜미를 잡힌 ‘최대식’(이희준)까지, 벼랑 끝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은 세 사람의 물고 물리는 전쟁을 그린 느와르. 이안규 감독의 장편 연출 데뷔작. ‘느와르 장인’으로 꼽히는 김지운 감독의 영화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연출부를 거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이준익 감독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조감독을 맡았던 이안규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이 감독은 “그간 느와르 영화에 수도 없이 멋진 남자 캐릭터가 나오지 않았나. 많은 작품에서 팜 파탈이나 톰보이 캐릭터가 영화 안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서브플롯을 메인플롯으로 가져오는 것은 어떨까 하는 일차원적인 생각에서 시작했다. ‘멋진 여자 캐릭터를 보고싶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는 왜 김혜수를 캐스팅했을까.

이 감독은 “사실 시나리오를 쓸 때는 아무 생각 없었다. 그런데 완성하고 나니까 할 수 있는 사람이 김혜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고 애정과 신뢰를 드러냈다.


이에 김혜수는 “이야기가 재밌어서 흥미를 가졌다. 선택할 때 부담감은 없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극 중 피비린내 나는 전쟁에 뛰어든 언더보스 나현정을 열연한 김혜수. 그는 역할을 위해 은발에 가까운 헤어와 독창적인 의상 등 파격적인 외적 변화와 동시에 본격적으로 ‘액션 연기’에 도전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혜수는 “액션이 있는 작품은 이전에도 종종 들어왔다. 그런데 보기와 다르게 나는 부상을 무서워하는 겁쟁이다. 나는 스스로 액션 연기를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액션 장면을 두고 많이 걱정했다. 다칠까봐 그리고 어색하게 보일까봐. 준비도 충분히 못했다”면서도 “그간 몸을 쓸 일이 없었으니까 한 번 액션을 하고 나면 많이 아팠다. 그런데 계속 하다보니까 풀리더라. 춤추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김혜수는 ‘미옥’을 기점으로 액션 연기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그는 “‘느와르는 이 영화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촬영 막바지에는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제대로 준비를 더 해서 잘해야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털어놨다.

여성을 앞세운 영화지만 김혜수가 맡은 나현정 못지않게 ‘센 캐’들이 맞붙는다. 김혜수의 양 옆에는 이선균과 이희준이 함께했다. 이선균은 나현정을 위해 칼을 든 조직의 해결사 임상훈을, 이희준은 권력욕에 불타는 라이징스타 검사 최대식을 맡았다.

“두 사람과 호흡이 정말 좋았다”고 입을 연 김혜수는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임상훈 역할을 누가 할까 싶었다. 정말 쉽지 않은 캐릭터다. 나는 속에 불을 감춘 캐릭터지만 임상훈은 ‘불덩어리’ 그 자체”라며 “이선균의 연기를 보면서 굉장히 놀랐다. 그런 얼굴을 처음 봤다. 내가 이제껏 만나지 못한 이선균의 모습을 봐서 좋았다”고 칭찬했다.

김혜수는 “이희준은 ‘직장의 신’에서 같이 연기한 적이 있다. 그때 이희준에게 ‘악역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보고 싶다’고 이야기한 적 있다”면서 “이번에 연기하면서 이희준의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현실감’ 있는 연기가 놀라웠다”고 칭찬을 이어갔다.

이에 이선균은 “김혜수 선배가 과찬을 한 것 같다”고 쑥스러워하면서 “선배의 현장에서의 태도에 놀랐다. 리허설을 할 때도 상대 배우에게 무언가를 주려고 하더라. 많이 배우고 반성했다”고 화답했다. 이희준 또한 “김혜수 선배는 역할을 떠나서 작품 전체를 따뜻하게 안고 가는 힘이 있다. ‘직장의 신’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다”고 말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결코 흔하지 않은, 강렬한 여성 느와르를 예고하는 ‘미옥’. 이 작품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김혜수는 “여성이 극을 장악하는 콘텐츠가 적은 것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적인 문제”라면서 “시스템 탓을 하기 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게 좋은 것 같다. 이런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문소리가 각본을 쓰고 연출하고 주연까지 소화한 ‘여배우는 오늘도’를 예로 들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잘 표현한 작품이다. 이런 시도 하나 하나가 소중하다”고 말했다.

김혜수는 “이전의 많은 남자 영화를 뛰어넘어야만 우리 영화가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능성을 발견하고 관객들과 호흡을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혜수과 ‘미옥은 한국 영화사에 어떤 기록과 의미를 남길까. ‘미옥’은 11월 9일 개봉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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