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작가, 회당 원고료 1억 육박…캐스팅까지 그들 손안에

입력 2017-12-0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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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작가들. 사진|동아일보DB·노희경·KBS

“믿고 보는 작가”…시청자들 무한 신뢰
캐스팅 관여부터 한류시장도 좌지우지
연출자 입지 축소 속 ‘새 권력’ 급부상


드라마를 지배하는 자, 그 이름은 작가다. 김은숙 박지은 김은희까지 스타 작가의 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류시장까지 좌우하는 ‘파워맨’으로도 인정받는다. 드라마 제작환경이 작가를 중심으로 변화하고, 시청자의 작품선택 기준 역시 작가 이름으로 흐른다. 새로운 소재를 찾으려는 작가들의 왕성한 움직임이 계속되는 가운데 각자 주력하는 분야가 나눠지기도 한다. 동시에 몇 년 뒤 더 큰 빛을 낼 신진작가들을 향해서도 시선이 집중된다. 하지만 작가 파워가 커질수록 한쪽에서는 드라마를 이끄는 또 다른 축, 연출자의 입지와 역량 발휘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귀기울여볼만한 의견이다.

김수현 노희경 김은숙 박지은…. 대중은 이들을 그냥 ‘작가’라고 부르지 않는다. ‘스타작가’라고 칭한다. 잇단 화제작으로 대중의 기대와 관심을 받는다. 때로는 톱스타급 출연자보다 더 주목을 받기도 한다. 출연자의 연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지라도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흥미로워 쉽게 등을 돌리지 않는다. 회당 원고료가 1억에 가까울 만큼 ‘몸값’도 상당하다. 이게 바로 스타작가의 힘이다. 이 힘이 커지면서 드라마 제작환경도 바꿔놓고 있다.

● 스타작가를 향한 시청자·제작사·방송사의 무한신뢰

김은숙 작가는 지난해 KBS 2TV ‘태양의 후예’와 케이블채널 tvN ‘도깨비’를 연속 히트시키고 내년 tvN ‘미스터 션샤인’을 선보인다. 신작의 주인공으로 2014년 사생활과 관련한 일로 물의를 일으킨 이병헌이 캐스팅돼 논란이 벌어졌지만, ‘김은숙이니까’라는 반응으로 ‘위기’를 넘겼다. 부정적 여론보다 김은숙 작가가 이병헌의 캐릭터를 어떻게 그려낼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컸던 것이다. 김은숙 작가가 그동안 보여준 실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소현경 작가는 현재 방송중인 KBS 2TV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을 4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이끄는 주역이다. 2012년 KBS 2TV ‘내 딸 서영이’ 이후 자신의 작품들 중 최고시청률 경신에 도전 중이다. 소현경 작가도 박시후 캐스팅으로 비난을 받았지만 필력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는 작가의 힘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시청자의 뜨거운 호응과 시청률이 보장되기에 제작사와 방송사는 “그래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수익창출과도 직결돼 스타작가의 존재감은 클 수밖에 없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하더라도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스타작가가 있다. 노희경 작가는 인생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관찰력으로 캐릭터를 섬세하게 묘사해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대중성보다 마니아적 성향이 강한 부분이 단점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화려함을 뺀 군더더기 없는 대사는 노희경 작가의 매력이다.

스타작가로 재기를 노리는 홍자매(홍정은·홍미란) 작가는 23일부터 방송하는 tvN ‘화유기’로 돌아온다. 전작 MBC ‘맨도롱 또똣’의 저조한 성적으로 자존심을 구겼던 홍자매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제대 직후 합류한 이승기, 2011년 MBC ‘최고의 사랑’으로 전성기를 함께 누린 차승원과 의기투합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스타PD보다 스타작가가 더 익숙해진 시대다. 시청자가 작가의 이름을 보고 드라마의 시청 여부를 결정짓고 있어 방송사들은 스타작가와 함께 작업하기를 원한다. 흥행을 예측할 때도 실패할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고 ‘성공+α’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진|스포츠동아DB·동아일보DB·노희경·KBS


● 스타작가의 활약 속에 연출자의 입지는 축소

스타작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연출자의 입지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 일부 스타작가는 캐스팅 오디션에 참여한다. 캐스팅은 전통적으로 연출자의 권한이었던 까닭에 기존의 관점에서 작가의 캐스팅 참여는 연출자의 권한을 빼앗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대개 연출자는 작가와 대본회의에서 정한 캐스팅 조건에 따라 연기자를 발탁한다. 하지만 최근 몇몇 스타작가들은 한 연기자를 미리 특정하고 대본을 집필하는 방식으로, 캐스팅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이로 인해 연출자는 대본과 자신의 연출 스타일이 어울리는 연기자를 선택할 기회를 잃는다. 결국 작가 요구대로 촬영하는 최소한의 역할만 하게 된다.

높아진 스타작가의 권력을 ‘활용’하려는 연출자도 있다. 현재 지상파 3사 연출자들은 경력 20년 이상의 ‘고참급’과 10년 미만의 ‘신참급’의 두 부류로 크게 나뉜다. 한창 왕성하게 활동하는 중간급은 거의 없다. 한두 작품을 성공하고 이름을 알리면 대개 높은 수입이 보장되는 프리랜서로 나서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로 나서 이름값 높은 스타작가의 대작을 만나게 된다면 연출자로서 높은 지명도를 확보할 수 있다. 자연스레 연출자는 스타작가의 의견을 더욱 존중하게 된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작가는 탄탄한 스토리와 참신한 캐릭터를 창조하고, 연출자는 그 스토리를 영상화하고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함께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 어느 한쪽의 영향력이 너무 커지면 결국 드라마의 완성도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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