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가족 몰래 택배”…가요 공연기획자가 죄인?

입력 2021-09-10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제공|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매출 90%↓…공연 장비 먼지만 쌓여
음공협 “코로나에 줄도산, 대책 필요”
“일부는 택배일에 나섰다. 인테리어 용역이나 영업 등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기도 하다. 아예 업종을 바꾼 사람도 적지 않다. 어떤 분은 가족이 걱정할까 택배일을 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 그런 관계자가 적지 않다. 음향이나 조명 등 공연 장비 창고에 쌓아둔 기기에 먼지만 쌓여간다. 창고 임대료는 그것대로 매달 빠져나가고, 수입은 없으니….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어 더욱 답답하고 힘들다.”

감염병 확산 사태로 위기에 처한 국내 40여개 대중음악 공연기획·제작사가 올해 3월 발족한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음공협)의 고기호 부회장이 9일 전해온 사례다. 그에 따르면 대중음악 공연업계의 적지 않은 스태프 등 관계자들이 상당한 재정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오프라인 공연이 대부분 사라진 탓이다. 피해 규모를 묻자 고 부회장은 “매출이 없으니 피해 규모조차 따져볼 수 없는 회사도 많다”고 말했다.

음공협이 최근 예술경영지원센터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하반기 2537건의 대중음악 공연이 진행됐지만, 2020년 상반기에는 486건, 하반기에는 740건에 불과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671건으로 2019년 하반기의 25%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인터파크 콘서트 티켓 매출은 2019년 2474억여원에서 2020년 389억여원원으로, 예스24는 2019년 980억원에서 2020년 83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음공협이 8일 ‘코로나19 긴급 기자회견’을 연 배경이다. 음공협은 “정부의 방역 조치에 최대한 협조하며 고통과 희생을 감내해 왔다”면서 “그 결과는 매출 90% 감소뿐 아니라 강제적인 공연 취소 및 연기로 인한 줄도산과 폐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위기가 케이팝 산업의 생태계 위협으로 이어진다”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방역지침 마련을 촉구했다.

공연업계는 그만큼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연기획사 플랙스엔코의 신원규 대표의 말은 그 절박함을 드러낸다.

“대중음악 공연장에서는 비말 확산이 클 거라는 단순 논리만으로 관객들마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