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김지훈 감독 “‘영혼의 재난’ 학폭…찍는 내내 고통이었죠” [인터뷰]

입력 2022-04-2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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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를 만든 김지훈 감독은 “5년 전 촬영을 마쳐 낡은 영화가 된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학교 폭력에 관한 메시지가 여전히 유효했다”고 돌이켰다. 사진제공|(주)마인드마크

27일 개봉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김지훈 감독

가해자 부모들 은폐 시도 이야기
자극적으로만 보일까 수위 조절
해서도, 겪어서도 안되는 폭력
피해 학생들 아픔에 공감 해주길…
“학교폭력은 아이의 영혼을 파괴합니다.”

27일 개봉하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니 부모, 제작 더타워픽쳐스)를 연출한 김지훈(51) 감독은 영화에 쏟아지는 호평에도 쉽게 웃을 수 없다. 폭력으로 인해 무너져 내린 영화 속 아이의 얼굴이 여전히 마음을 저리게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학교 폭력 가해 학생들의 부모가 피해자의 비극을 은폐하려는 이야기를 담았다. ‘싱크홀’, ‘타워’ 등 재난영화를 선보여온 김 감독은 학교폭력 피해를 “영원히 복구되지 않을 영혼의 재난”이라 규정한다. 20일 온라인 화상으로 만나는 그는 “영혼의 재난을 겪은 아이의 고통과 아픔에 공감하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

영화는 2012년 1월 현대 일본희곡 낭독 공연에서 관객에게 충격을 안긴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한다. 이를 본 김 감독의 마음에 거대한 파장이 일었다.

“학부모로서 ‘우리 아이가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되면 어쩌나’라는 생각만 해왔어요. 하지만 원작을 본 후 ‘만약 가해자가 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죠. 우리 아이가 누군가의 영혼을 파괴한다는 건 상상만 해도 지옥 같아요.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이런 아픔을 주어서도, 또 겪어서도 안 된다고 영화를 통해 외치고 싶었어요.”

출연자 오달수의 과거 성폭력 논란, 감염병 확산 등으로 2017년 촬영을 끝낸 지 5년 만에 영화를 관객에게 내놓게 됐다. “벌써 낡은 영화가 된 건 아닐까”라는 걱정도 컸다. 하지만 학교 폭력 문제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시대, ‘니 부모’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계속 발효되는 이야기와 부패해 버리는 이야기. 우리 영화는 후자라고 여겨요. 피해자의 아픔이 모두에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핵심 메시지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고 생각해요.”


●“자극적 소재로만 쓰이지 않길 바라”

영화를 만드는 내내 김 감독은 2011년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집단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아이의 모습을 지울 수 없었다. CCTV 영상 속에서 엘리베이터 안에 갇힌 듯 주저앉아 눈물만 흘리던 그의 모습.

극중 폭행 장면을 촬영할 때는 그를 비롯해 아직도 고통받고 있을 피해자들이 떠올라 “고통”스러웠다. “영화보다 더 잔혹한 현실” 속에서 관련 장면이 “자극적인 오락거리로 소비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수위 조절에 애썼다.

“10대 연기자들에게는 해당 장면을 직접 설명하지 않았어요. 아이들의 부모님들께 먼저 설명하고 아이들은 부모님을 통해 듣게 했어요. 부모님들의 돌봄 속에서 촬영하는 것이 더 나을 거라 생각했죠.”

김 감독은 관객이 스스로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길 바랐다. 그는 영화 속에서 끈질기게 가해자의 부모에게 사죄를 요구하는 기간제 교사(천우희)를 언급했다.

“사과를 요구하는 건 그들이 미안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아이를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간 건 가해자뿐 아니라 문제를 방치한 기성세대에게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로 인해 모두의 마음에 작게라도 물결이 일기를 바랍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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