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다라당당 당당당∼’
영화 ‘007’시리즈에서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주제곡을 만든 영국 작곡가 몬티 노먼이 11일(현지시간) 94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노먼의 공식 웹사이트에는 이날 그의 타계를 알리는 성명이 올라왔다. 이에 따르면 그의 가족은 “노먼이 짧은 투병 생활 끝에 월요일 숨졌다”고 전했다. 사망과 관련해 더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본드의 주제곡은 영화음악 사상 가장 유명한 노래 중 하나로 통한다. 그가 1962년 시리즈 첫 번째 작품 ‘007 살인번호’(원제 ‘Dr. No’를 위해 작곡했으며 이후 007시리즈 25개 모든 작품에 등장한다.

한국의 007 팬들이 \'당다라당당 당당당∼\'(미국식 발음으로는 \'덤디디덤덤 덤덤덤\')이라며 흥얼거리곤 했던 바로 그 노래다.

BBC에 따르면 이 주제곡은 고인이 뮤지컬용으로 만든 노래 \'배드 사인 굿 사인\'(Bad Sign Good Sign)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했다. 당시 007 영화 1대 제작자인 커비 브로콜리가 고인의 무대용 뮤지컬 ‘CV’에 깊은 인상을 받아 영화 음악 작곡을 제안했다.

원래 뮤지컬 곡에서 쓰였던 인도 민속악기 시타르의 반복적인 선율은 이후 제임스 본드 주제곡에서 특유의 전자 기타 리프로 진화했다.

이 노래는 중간에 작곡가 존 배리의 편곡을 거쳐 현재의 형태로 완성됐다.

고인은 1997년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제임스 본드 주제곡을 배리가 작곡했다는 기사를 게재하자 이 신문을 고소했고 2001년 승소하며 3만 파운드(약 4674만원) 손해배상금을 받아내기도 했다.

노먼은 생전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종종 제임스 본드 주제곡 멜로디도 부르지 않으면서 \'아, 당신이 \'덤디디덤덤\'을 쓴 사람이군요\'라고 말한다. 그래도 모두가 그것(덤디디덤덤)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자부심을 내비치곤 했다.

라트비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영국 런던 동부 이스트 엔드에서 자랐다. 16세 때 어머니가 기타 선물을 해주면서 본격적인 음악 인생이 시작됐다.

고인은 제임스 본드 주제곡 외에도 \'지킬 박사의 두 얼굴\'(1960), \'지구가 불타는 날\'(1961), \'콜 미 브와너\'(1963) 등의 작품에서도 영화 음악을 남겼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