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음반내는기적의그녀,이의정“죽는날동그라미치고,웃으며살았죠”

입력 2009-09-0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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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이의정은 “어느 때보다 요즘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 J&K엔터테인먼트

시한부3개월…‘죽는날’운명처럼받아들였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의정의 대표 작품으로 MBC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을 떠올린다. 1996년부터 3년간 방송됐던 이 프로그램에서 이의정은 번개머리에 ‘아이고∼, 아이고∼’라는 감탄사로 웃음을 주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의정은 다소 덤벙대는 듯하지만 잘 웃고 장난기 많은 ‘남자셋 여자셋’의 ‘의정이’ 캐릭터와 실제로도 닮았다고 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음반 발표를 며칠 앞두고 스포츠동아를 찾은 이의정은 집 근처로 산책을 나온 듯 편한 복장에 민낯이었지만 첫 인상은 예뻤다.

최근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찰랑이는 긴 머리카락과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모습은 ‘남자셋 여자셋’의 ‘번개머리’와는 전혀 다른, 진한 여성미를 풍겼다.

○“예뻐진 비결이 남자친구? 긍정적 마인드죠.”

여자는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고 했던가. 그녀는 7세 연하의 핸드볼 선수 출신 신창엽 씨와 3년째 교제 중이다. ‘예뻐졌다’는 인사에 그는 쑥스런 미소를 지으며 “요즘 그런 말 많이 듣기는 한다. 예뻐졌다기보다 어려진 것 같다”면서 “행복하니까 엔도르핀이 마구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녀를 ‘예뻐지게’ 만들어준 그 행복은, 남자친구와의 사랑이 큰 바탕이겠지만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긍정의 생각’은 그녀를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새 삶을 살게 한 힘이 되었다.

2006년 6월 림프종 진단을 받았던 이의정은 당시 의료진으로부터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처음엔 절망했지만 “이건 내 운명이다. 나는 여기까지다”는 담담한 마음으로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의사에게 “앞으로 석 달”이란 ‘선고’를 받은 날, 달력 석장을 뒤로 넘기며 마치 어떤 기념일을 표기하듯, ‘나 죽는 날’이라고 썼다. 그리고 그 날을 묵묵히 기다렸다.

그 ‘죽는 날’의 전날 밤, 이의정은 ‘내일 아침, 내가 과연 다시 눈을 뜰 수 있을까’ 생각하며 잠들었다. 이튿날, 유난히 이른 새벽 잠에서 깨어났고, 자신의 몸을 만져보았다. 그러나 “길어도 1년 6개월”이란 의사의 말을 다시 떠올리며 또 다시 그 시간을 “죽으면 죽으리라”는 마음으로 지냈다. 주위에서 동정의 눈물을 흘리면 “내가 괜찮다는데 왜 우느냐”며 오히려 위로했다. 1년여의 시간이 지났고 2007년 말 그녀는 기적 같은 완치판정을 받았다.

“3개월 판정을 받은 후, 원망만하고 살았으면 금방 죽었을지 몰라요. 운명이니 받아들여야겠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남은 인생을 살았어요. 항암치료도 거부하고 퇴원해 집에서 편안히 지냈죠. 나의 죽음은 누구에게도 미안하지 않았지만, 다만 부모님에게는 ‘먼저 가서’ 너무 미안했어요. 부모보다 먼저 가는 것이 가장 큰 불효라고 하잖아요.” 부모 이야기에 눈시울을 붉히던 이의정은 “긍정적인 마인드”가 자신을 살려냈다며 다시 미소를 띠었다.스트레스가 큰 원인이라는 림프종은 결국 ‘행복한 마음’으로 완치한 것이다.

○“쇼핑몰 ‘아미까’, 새로운 가치관 갖게 된 계기”

이의정은 새 삶을 얻고 의욕이 더 생겨났다. 과거 몇 번의 실패를 경험했던 쇼핑몰을 의욕적으로 다시 시작했고, 현재 직원수 7명의 토털 패션 브랜드 ‘아미까’를 운영하고 있다. 아직은 소규모지만 일본과 중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아미까를 시작하고 꿈과 희망, 목표가 바뀌었어요. 예전엔 ‘건강하고 오래 살아야지’였는데, 지금은 ‘퇴직이 없는 회사를 만들자. 자녀들도 대를 잇게 하자’, ‘사옥을 세우자’에요. 나름 고급인력들인데 회사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그분들을 위해 헌신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실제로 이의정은 아미까에서 얻는 수익 중 자신의 몫은 한 푼도 받지 않고 직원들의 복리후생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노래는 못하지만, 즐거움을 주고 싶어요.”

4일 발표하는 자신의 첫 솔로음반 ‘리인게이징’(Reengaging)은 ‘제2의 삶’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번 음반은 새 삶을 살고 처음 시작하는 연예활동이다. 작곡가 지국현에게 곡을 받기 위해 연예계 데뷔 26년 만에 처음으로 오디션을 봤다고 한다. 이의정은 “난 노래는 잘 하지 못한다. 노래 실력을 타고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긍정의 힘으로 새 삶을 얻었듯, 사람들에게 긍정의 엔도르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이번 음반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곡입니다. 가수로서 대박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듣고 편안해졌으면 좋겠어요. 이 노래를 들을 때 만큼은 편하게 듣고 마음의 안식을 얻었으면 합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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