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99억의 여자’ 정웅인 “아내조차 웃어도 무섭다고, 더 센캐하고파”

입력 2020-01-26 13:48: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DA:인터뷰] ‘99억의 여자’ 정웅인 “아내조차 웃어도 무섭다고, 더 센캐하고파”

배우 정웅인이 지난 23일 종영된 KBS2 드라마 ‘99억의 여자’에서도 제대로 공포심을 유발했다. ‘아내조차 웃어도 무섭다고’할 정도라며 지인들의 반응을 즐기는 듯 했지만 “다가오는 60대 배우 생활을 위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쪽을 고민해야한다”고 다짐했다.

“주변 사람들이 저를 무서워해요. 아내조차 웃어도 무섭다하고, 안 웃고 있으면 무섭게 왜 안 웃느냐고 뭐라 하죠. 제가 필라테스를 배우는데 학원에 가 선생님에게 반갑게 인사를 해도 손사레를 쳐요. (웃음) 그런 반응을 즐기진 않아요. 그렇지만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것을 걱정해도 문제, 걱정하지 않아도 문제죠. 연기자라면 당연히 걱정해야하거든요.”


정웅인은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방향을 고민해야한다”며 “나름대로 50대를 잘 보내야 60대를 잘 만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 고민을 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지천명, 50세인 그는 ‘99억의 여자’ 홍인표를 하늘이 준 운명과 같은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민준국 역할이 터닝포인트였어요. 오랜만에 ‘99억의 여자’에서 소시오패스 성향을 지닌 인물을 연기했죠. 홍인표라는 역할을 통해 과거 학문적으로 배웠던 연기를 다시 한 번 대입시켜볼 수 있었어요. 한 번 더 고민하면서 연기했고 감독님과도 상의를 많이 했죠. 주어진 대사 자체에 집중하려고 했고 말투나 행동의 경우, 수위 조절을 해서 표현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더 센 캐릭터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홍인표도 좀비인데 진짜 악마나 좀비! 좀비 멜로 어때요?”


처음에는 자녀들을 위해 작품을 고사하려고 했었다. 정웅인은 “아내와 논의를 했고, 아이들이 있으니 이런 역할을 하지 말자고 결론 내렸었는데, 최종적으로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극 초반, 홍인표가 만든 가학적인 장면들로 인해 작품 방향이 잘 잡힌 것 같다. 정서연(조여정 분)을 극적으로 보이기 위한 장치로서 제대로 역할을 해 기쁘다”라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그러나 ‘99억의 여자’가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홍인표 캐릭터가 우스꽝스러워졌다는 비판도 있다. 평범한 사업가인 홍인표가 온갖 장비를 동원하며-심지어 폭탄까지-99억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비현실적이라는 것. 이에 정웅인은 “어떤 반응이든 다 기분이 좋다. 홍인표 덕분에 무거운 전개 속에서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허무맹랑한 인물로 설정하긴 했어요. 살아서 땅에서 기어 나오기도 하고, 폭탄도 만들잖아요.어디에 둬도 잘 해낼 것 같은 허구의 인물이 됐죠. 스릴러 장르에서 이런 인물이 있어서 재미를 주지 않았나 싶어요. 물론, 드라마가 중간에 등장한 인물이 많아지면서 각 인물들의 결말을 맺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어요. 그렇다보니 힘이 약해졌고 홍인표는 더 이상해졌죠.(웃음)그럼에도 두 자리수대 시청률을 유지했다는 것은 고무적이에요.”


99억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을 그린 드라마에 출연. 실제로 정웅인에게 돈이란 무엇일까. 그는 “우리 딸들의 미래”라고 단언하며 가족 바보다운 가장의 모습을 보여줬다.

“99억? 9억이라도 있어야 돈 관리를 할 텐데.. 돈이 있으면 좀 쓰고 없을 때는 긴축하면서 생활하고 있어요. 아내와 함께 관리하죠. 우리 아이들은 일단 정말 잘 먹어요. (웃음) 변기가 막힐 정도이고 그런 상태를 보고 있으면 저는 행복합니다. 힘이 나요. 애들이 건강하다는 의미잖아요.”


그러면서 막내 다윤이를 자랑, “예전에는 연기자가 되는 것을 반대했었는데 단언컨대 한 명은 배우를 할 것 같다”며 “다윤이가 끼가 있다. 초등학교 2학년생인데 연기 연습도 한다. 아빠가 힘은 되어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시대에 잘 맞는 얼굴이어야 하는데 날 닮아서 걱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아역 배우는 하지 않으려고요.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학우들과의 교류를 대학생 때까지는 했으면 좋겠거든요. 현장 전쟁터에서 보는 사람과 교우 관계는 엄연하게 다른 부분이잖아요. 세 딸들 때문이라도 저는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잘 살려고 해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모범이 되는 아버지가 되려고요. ‘내가 사람들에게 잊히는 연기자라면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속상할까’ 싶죠. 대한민국 가장으로서 연기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거예요. 모두 힘내시라!”


관련해 “주말드라마에서 좋은 아버지로 출연해 대상을 받고 싶다. 그 나이가 되면 나만의 아버지상을 보여줄 것이다. 모발 관리도 잘하겠다”라며 바람을 이야기했다.

“올해도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꿈이고요. 저를 통해 희로애락을 느낀다면 더 좋고요. 50대가 되면서 40대를 보낼 때 준비했던 꿈이 떠올랐어요. 지금은 60대의 계획을 세우고 있죠. ‘정웅인이 나온다’고 하면 등 떼고 기대하면서 봐주시길 바라고요.”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