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단 간 대국서 ‘68집반’ 승부?

입력 2013-05-11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정대상 ‘바둑nTV배 팀서바이벌’서 박지은에 패배
“50집 관련 룰 착각했다”…고재희-박지은 조 승리


반집을 다투는 프로의 대국에서 무려 68집반 차이의 바둑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그것도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9단 간의 대국이었다.

지난 8일. 서울 홍익동 바둑TV 스튜디오에서는 ‘2013 바둑nTV배 팀서바이벌’이 열리고 있었다. 남자 시니어기사와 여자기사가 한 조를 이뤄 대결하는 단체전 성격의 대회. 74세 노장 고재희와 여자최강 박지은이 한 조를 이뤘고, 상대 조는 ‘속기맹장’ 정대상과 김윤영이었다.

김윤영은 초반부터 고재희를 거칠게 몰아붙인 끝에 불계승을 거뒀다. 이 대회는 조별로 집수를 합산해 승부를 정한다. 불계승은 50집 차이로 인정한다.

문제는 박지은과 정대상의 대국에서 발생했다. 같은 조인 김윤영이 불계승을 거뒀으므로 정대상은 최악의 경우 불계패를 당하더라도 자신의 조가 이기는 상황이었다. 불계승을 주고받았으므로 집수는 50:50이지만 동률일 경우 랭킹으로 승부를 내도록 되어 있기 때문. 랭킹은 정대상-김윤영 조가 높다.

그런데 믿기 힘든 장면이 벌어졌다. 치열한 중반전투가 벌어지면서 정대상의 대마가 죽었다. 누가 봐도 정대상이 돌을 던질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었지만 정대상은 다 진 바둑을 꾸역꾸역 두어 나갔다. 결과는 무려 68.5집패. 승리는 집수 합산에서 18.5집을 더 얻은 고재희-박지은 조에게 돌아갔다.

바둑이 끝난 후 정대상은 “룰을 착각했다. 50집이 넘어도 모두 50집으로 인정하는 줄 알았다”라며 후회했지만 이미 상황종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대회 결과가 공식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일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공식적인 최다 집 차이 승부는 1992년 제28기 패왕전 예선전에서 이주룡 6단이 고광명 3단에게 패한 40.5집차였다.

양형모 기자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