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CAFE]시는 쓸모없다? ‘다행이야, 너를 사랑해서’ 출간

입력 2013-11-10 17:09:05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시는 쓸모없다. 밥도 돈도 나오지 않는다. 애인 또한 나오지 않는다. 시가 없어도 세상은 미싱 돌아가듯 잘도 돌아갈 것이다. 시를 읽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도 없다. 아니다! 시는 ‘쓸모있는’ 짓이다. 뱃속을 채워주지는 못하지만 삶을 더 아름답게 해주기 때문이다. 돈과 명예를 ¤는, ‘욕망’이라는 브레이크없는 전차를 잠시 멈춰 세우고 사람의 향기 속으로 다소곳하게 이끌어준다. 특히 젊은 시절의 시는 사색의 창고이자 삶의 등대이기도 하다. 그래, 맞다. 시는 ‘쓸모’, 저 너머에 있는 ‘그 무엇’이다.

여기 우리시대 아파하는 청춘들에게 아름다운 꽃다발 하나가 있다. ‘다행이야, 너를 사랑해서(정강현 지음 l 시와 펴냄)’가 그 꽃다발이다. 참 반갑다. 취업의 길이나 연애하는 법 등의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청춘의 책들의 판치는 요즘 서점가에 ‘시’라는 별종의 장르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 돈을 벌려고 한 일인지, 사명감 때문에 한 일인지, 그냥 좋아서 한 일인지는 논외로 하고 꼭 나와야만 할 책을 만났다는 것이 기쁘다.

이 책은 부제가 말해주듯 사랑과 꿈, 삶을 고뇌하는 청춘을 위한 노래다. 시처럼 부제를 붙였지만 문학적 표현을 걷어내면 청춘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시 46편의 모음집이다. 사랑, 꿈, 죽음이라는 삶의 세 축을 달콤 쌉싸름한 서정시인들의 시로 풀었다. 이 시들을 씨줄로 삼고 저자의 깊은 사색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달달한’ 해설을 날줄로 삼아 비단보다 더 아름다운 ‘청춘의 옷’을 만들었다.

사랑의 테마에선 사랑의 환희와 가슴 도려내는 이별의 아픔을 희망이라는 눈으로 푸근하게 바라본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침 한번 삼키는 소리가/그리 클 줄이야! // 설산(雪山) 무너진다, 도망쳐야겠다.’(윤제림 시 ‘사랑 그 눈사태’). 시를 읽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보는 듯 하다. 누구나 겪었을 사랑의 그 가슴떨림. 단 세 줄의 시가 이렇게 큰 울림이 온다. 밥만 타령하는 이들의 얼굴에 붉은 페인트를 끼얹어 버렸다.

꿈의 테마에선 ‘밥벌이의 소중함’ 때문에 꿈을 잃어버린 청춘들에게 무엇을 꿈꿀 수 있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아름답게’ 사는 것인지 함께 고민해 보자고 손을 내민다. 또 죽음의 테마에선 생로병사의 노래들을 통해 삶을 이해하자고 권한다. 삶은 좀 더 엄중하게 바라보고, 죽음은 좀 더 담담하게 받아들임으로써 성숙한 청춘을 엮어보자며 10편의 시를 소개했다.

청춘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을까. 청춘들에게 권하는 5인의 시인 이야기를 책 말미에 덧붙였다. 청춘 시절 꼭 만나야 할 한국 시단의 대표 시인 5인을 선정해 대표작과 함께 소개했다. 서정주 서정태 장석남 안도현 강연호가 그들이다.

청춘은 아프다. 오죽하면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했을까. 청춘들아, 아프십니까? 그러면 시를 읽어라. 시는 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당신의 사랑과 이별 꿈의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청춘은 시다. 시를 읽는 청춘은 아름답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