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쓰는 HE-스토리] 경륜 현역 20년차 ‘살아있는 전설’ 정덕이

입력 2014-04-1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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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리’ 선수의 빛나는 롱런. 데뷔 초기만 해도 수북한 머리숱을 자랑했던 정덕이는 어느새 대머리가 됐다. 그는 20년간 벨로드롬을 누비며 머리숱을 잃었지만 ‘경륜 전설’ 타이틀을 얻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올 시즌 벌써 7승 정덕이

우수급 랭킹 2위…대상경주선 준우승
불혹 넘은 나이에 어린 후배들과 경쟁
철저한 자기관리와 근성이 롱런 비결
“목표는 특선급 재진입…조급함 버릴것”


정덕이(43·2기)는 한국 경륜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경륜 출범 이듬해인 1995년부터 프로에 나서 20년째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에도 변함없이 트랙을 달렸다. 함께 데뷔했던 70여명의 동기는 이제 19명만 남았다.

단순히 오랜 선수생활 때문에 ‘전설’로 불리는 건 아니다. 불혹을 넘은 나이에도 2013년에는 최고등급인 특선급에서 활약하는 등 20∼30대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 실력을 뽐낸다. 올 시즌 7승(승률 44%)으로 우수급 랭킹 2위에 올라 있고, 2월 열린 대상경주에서는 준우승을 했다.

“장수 비결? 몇 년 전부터 고기어를 앞세운 파워경륜이 득세하고 있는데, 젊은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도로 오르막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덕이의 롱런 비결로 철저한 자기관리와 함께 지기 싫어하는 근성을 꼽는다. 특정선수의 바로 뒤에서 붙어 달리다 마지막 직선코스에서 역전을 노리는 마크추입 전문이지만 때에 따라선 정면승부도 마다 않는다.

지난해 3월 부산 경륜에서 열린 경주에서는 그의 승부사 기질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젖히기로 2연승을 올린 후, 일요일 결승 경주에서는 초반부터 치고 나가는 깜짝 선행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정덕이는 그때 레이스에 대해 “후배들을 상대로 자력승부를 펼쳐 노장은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싶었다”며 “20년 선수생활 중 최고의 승부였다”고 말했다.


● 아내와 맺어준 사이클 인생…“올해 목표는 특선급 재진입”

자전거 타는 걸 좋아했던 정덕이는 김천 문성중 입학 직후 무작정 사이클부로 찾아갔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가입불가’. 작은 키가 문제였다. 한 달 뒤 다시 문을 두드렸다. 그를 눈여겨 본 전제현 코치(53·현 상주시청 감독)가 설득해 감독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전 코치 역시 체격이 작았다.

그렇게 시작한 사이클 선수 생활은 고교와 실업팀을 거치며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때는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거론됐지만, 경기 전날 훈련 중 낙차로 머리를 다쳤다. 한 달간의 입원 치료 후 아마생활을 접고 프로 경륜으로 전향했다.

자전거 덕분에 천생지연도 만났다. 실업팀(한국통신) 후배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전도유망한 사이클 선수였던 아내 김기숙(40) 씨는 결혼 후 내조에 전념하고 있다. 같은 운동을 한 덕분에 도움 되는 조언을 많이 한다. 두 딸도 사격선수로 활약하는 등 스포츠가족이다.

정덕이의 올해 목표는 특선급 재진입이다. 하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항상 열심히!’라는 좌우명을 품고 20년을 한결같이 달려온 만큼, 순리대로 페달을 밟으면 오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단기 성적에 연연하는 신예 선수들에게 정덕이의 경륜인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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