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열 “새해 꿈은 로또당첨…재능기부할 시간이 많아지지 않을까요”

입력 2015-01-0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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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김무열은 첫 무대 복귀작인 뮤지컬 ‘킹키부츠’로 관객과 재회했다. 아버지로부터 다 망해가는 신발공장을 물려받아 고군분투하는 ‘찰리’ 역이다. 김무열이 야심작인 드랙퀸 롱부츠를 들고 공장직원들 앞에서 희망찬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CJ E&M

■ 뮤지컬 ‘킹키부츠’ 찰리역 김 무 열

예전부터 배우지망생에게 재능기부 목표
제대 후 복귀작…찰리역 위해 10kg 감량
나를 기다려준 팬들 보면 마음이 짠해져
새해엔 소중한 사람 위해 요리 배우고파


“기자님도 스포츠동아 독자 여러분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 정원에서 만난 배우 김무열(32)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 왔다. 파란만장했던 뒤늦은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지 5개월이나 되었지만 여전히 그에게선 건강한 ‘군기’가 느껴졌다.

김무열은 최근 영화 ‘연평해전’ 촬영을 마치고 뮤지컬에 매진 중이다. 전설적인 팝 디바 신디 로퍼가 작곡과 작사를 맡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킹키부츠’에서 주인공 ‘찰리’ 역을 맡았다. 브로드웨이 신작으로 2013년 토니상 6개 부문을 석권한 뮤지컬이다. 신디 로퍼의 감성이 깃든 음악의 인기가 워낙 높아 2014년 그래미상 베스트뮤지컬앨범상도 받았다.

‘킹키부츠’의 트레이드 아이템은 역시 부츠다. 여장남자 쇼걸인 드랙퀸을 위한 틈새시장 제품이다. 김무열은 극 막판의 밀라노 패션쇼에서 강렬한 레드의 롱부츠를 신고 런웨이에 등장한다.

“늘씬하고 은근 잘 어울리더라”고 하니 김무열이 “푸하” 웃었다. 김무열은 키가 183cm다. 어디 가도 ‘꿀리는’ 키가 아니지만 그도 초기에는 “다리가 짧아 보인다”는 소리에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그리스’ 출연 때는 김무열도 신발에 슬쩍 깔창을 끼워 넣기도 했단다.


● 커튼콜 때마다 ‘울컥’…킹키부츠 위해 10kg 감량


김무열은 “공연이 끝난 뒤 커튼콜 때마다 울컥한다”고 했다. 언론에 알려졌듯 그의 군 생활은 결코 평탄하지 못했다. 현역 군인들이 출연한 ‘프라미스’를 하다 국방부 홍보지원대(연예병사)가 해산되어버리는가 하면 무릎부상으로 생고생을 해야 했다. 하지만 김무열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돌아봤다. 군대에서는 ‘연예인 대접’도 한 달이면 끝이다. 평범한 군인으로 하루하루를 살면서 배우로서 도움이 되는 것들을 잔뜩 얻었다고 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여행이라면 여행일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김무열이 비운 2년의 자리는 팬들이 따뜻하게 데워놓고 있었다.

“무대에서의 내 모습을 기억하고 기다려주신 분들이 있다는 것이 매 회 공연을 하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공연이 끝난 후 나를 보기 위해 밖에서 기다리고 계신 분들을 보면 ‘정말이구나’ 싶어 마음이 짠해진다.”

예전부터 ‘김무열’하면 ‘자기관리 투철한 배우’로 소문이 자자했다. 전역을 앞둔 배우들은 대부분 복귀를 위해 치열한 운동으로 몸을 만든다. 김무열이 있던 부대는 강원도 ‘산골부대’라 운동시설이 부족했다.

“좋아하는 농구 코트도 흙바닥이고 축구장은 절반크기 정도였다. 족구를 빼면 할 만한 운동이라곤 팔굽혀펴기와 턱걸이 정도가 전부였다(웃음).”

열악한 환경이지만 열심히 운동을 해 근육을 잔뜩 키우고 전역했다. 그런데 하필 만난 복귀작이 ‘킹키부츠’의 ‘찰리’였다.

“찰리의 상대역인 롤라가 (오)만석 형이라고 하더라. 찰리는 롤라보다 체구가 커 보이면 곤란한 역할이다. 열심히 만든 근육을 다시 열심히 빼야했다.”

제대할 때 82kg이던 몸무게를 무려 10kg이나 줄였다. 김무열은 “최근 목욕탕 가서 재보니 71kg이 나와 깜짝 놀랐다”고 했다.

김무열. 사진제공|CJ E&M



● 새해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 배우고 싶어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누구나 신년계획을 세운다. 경치 좋은 온천 같은 곳에라도 가서 신년구상을 하면 좋겠지만, 스케줄이 바쁜 김무열은 이동하는 차 안에서 부지런히 새해계획을 세웠다. 올해의 계획은 두 가지다. 요리 배우기와 가구 공방 등록하기.

“혼자 살 때는 주로 인스턴트 즉석음식이나 닭 가슴살을 삶아먹고 살았다. 라면, 김치볶음밥 정도를 빼면 할 줄 아는 요리가 없다. 올해는 요리를 배워서 소중한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다. 나중에 내 아이들에게 전해줄 ‘아빠표 레시피’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김무열이 만든 요리를 가장 자주 맛볼 수 있는 행운은 역시 연인인 연기자 윤승아(31)에게 돌아갈 것이다. 두 사람은 3년 째 뜨겁고 달달하게 열애 중이다. 김무열은 “3년 연애기간 중 2년을 군대에 가 있었다”며 미안한 얼굴을 했다.

“새해에 기적이 일어난다면 어떤 기적을 원하는가”를 묻자 곰곰이 생각하던 김무열이 “역시 로또당첨이겠죠”란다. 단순히 부자가 되고 싶기 때문은 아니다.

“군대 가기 전부터 재능기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배우의 꿈을 가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로또가 되면 일을 좀 줄여도 되니까 가능하지 않을까(웃음).”

2002년 뮤지컬 ‘짱따’로 데뷔했으니 어느덧 13년차 배우가 됐다. 김무열은 “팬 분들을 볼 때마다 늘 애잔하다”고 했다.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어떤 공연이든 늘 마음가짐은 온 힘을 다해 진심을 담으려고 합니다. 배우로서 그릇이 부족해 다 담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만, 새해에는 인간으로나 배우로나 더 큰 ‘김무열’이 되도록 힘을 다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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