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당무의 경마오디세이] 말의 신발 ‘편자’…말굽 장착 과정 ‘장제’

입력 2016-05-0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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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편자 장인’ 김태인 씨가 편자를 교체하는 과정. ①발굽에서 헌 편자를 떼어낸다. ②말에 맞는 편자를 새로 만든다. ③새 편자를 말에게 달아준다. ④새 편자를 신은 말의 발굽. 사진제공|김태인 씨

■ 편자와 장제의 모든 것

편자, 가볍고 내구성 좋은 알루미늄 소재
장제사는 발 모양·체중·발 길이까지 신경


야생의 말들은 튼튼한 발굽을 지니고 있어 험난한 지형을 거뜬히 견뎌낼 수 있다. 그러나 가축화된 말들은 빠른 속도를 내고,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해 원래 지니고 있는 발굽만으로는 이 같은 일들을 수행하기 어렵게 됐다. 그 결과 인간은 사람의 신발처럼 말들의 발굽에 쇠붙이를 대주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말들이 신는 편자이다.

말의 발굽은 ‘발뼈’와 ‘주상골’, ‘짧은발목뼈’가 있으며, 발굽 안쪽 가장 깊은 곳은 제저라고 하는데, 제저 안쪽에는 영어 알파벳 ‘V’자 모양의 제차라는 부분이 있다. 이 제차는 지면으로부터 전달되어오는 충격의 흡수장치로서 훌륭한 역할을 수행한다. 말굽의 겉 부분은 단단하지만 그 굽의 안쪽은 매우 섬세한 구조로 되어있다. 말의 발굽은 발굽의 앞 끝을 나타내는 ‘첨부’, 양 옆을 나타내는 ‘측면부’, 그리고 발뒤꿈치인 ‘뒤꿈치부’로 나뉜다. 발굽에 덧대는 편자 역시 발굽에 맞닿는 부위에 따라 해당부위의 이름과 동일하게 불린다.


‘말의 신발’ 편자, 대부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편자의 종류는 다양하다. 경주마들에게 사용하도록 매우 가볍다는 게 장점이다. 보통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어 튼튼하면서도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요즘은 다양한 크기의 편자가 공장에서 만들어져 납품되는 게 보통이며, 신발 사이즈처럼 규격화된 사이즈별로 다양한 기성품들이 만들어진다. 일부국가에서 경주마들에게 알루미늄합금으로 만든 신소재인 두랄루민 편자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가격경쟁력 면에서 떨어져 대부분의 경주마들은 알루미늄 편자를 사용한다.

경주마들 이외에는 보통의 철로 만들어진 편자를 사용한다. 알루미늄에 비해 무겁지만 내구성이 우수하다. 알루미늄과 달리 쉽게 변형하기 어려워 용광로에 달군 후 편자의 모양을 조절한다. 이 외에 특수한 목적이나 치료목적으로 사용되는 특수편자도 있다. 예를 들면 빙하나 눈길을 달려야 하는 말에게 신기는 ‘빙상편자’나 다리의 길이가 달라 편자의 두께로 그 차이를 보전하는 치료용 편자 등의 경우 모두 특수편자로 볼 수 있다.


● 편자를 말굽에 장착하는 장제, 고도의 기술 필요

편자를 말의 굽에 장착하는 일은 장제(裝蹄)라고 부른다. 장제사는 발의 모양과 체중을 분산해내는 형태를 판가름 할 수 있는 균형, 그리고 발의 길이를 정확하게 판단해 적절한 편자를 말에게 신겨준다. 장제의 과정은 크게 탈철과 삭제, 조정과 못질, 그리고 조이기로 나눠볼 수 있다. 탈철은 말 그대로 기존에 착용한 낡은 편자를 떼 내는 일이다. 낡은 편자를 떼내고 나면 불규칙적으로 자라난 발굽을 잘래내는 삭제작업을 진행한다. 손톱깎기와 비슷한 트리머라는 장비로 먼저 잘라낸 후 체중이 고르게 분산될 수 있도록 굽줄로 갈아내어 평평하고 균형이 잘 잡히도록 조정한다. 사람이 손톱이나 발톱과 마찬가지로 신경이 없어 삭제과정에서 통증을 느끼지는 못한다.

음은 마필에게 맞는 제품의 편자를 발굽에 직접 대보고 쇠망치로 두들겨서(쇠편자의 경우는 달궈서) 발모양에 맞도록 조정한다. 발굽과 새 편자가 잘 들어맞으면 편자를 고정하기 위해 못을 박는다. 못을 박는 작업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데, 신경이 없는 발굽부분을 벗어나 신경을 건드리면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숙달된 장제사라 하더라도 이 과정을 가장 신중하게 진행한다. 또한 못질 과정에서 장제사 본인도 부상의 위험이 가장 커지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하면서 작업한다. 대게 5개에서 7개 사이의 못을 박는데, 못을 박고 난 뒤 튀어나온 못을 다시 잘래내고 덧나온 못은 줄로 갈아 굽과 일치하게 만들면 장제업무는 끝난다.

경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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