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가 묻는다…“현실은 더 잔혹하지 않나요”

입력 2019-11-19 17: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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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영애가 19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나를 찾아줘‘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눈을 질끈 감고 싶은 심정이다.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아 나선 엄마가 마주하는 냉혹한 현실을 두 눈으로 지켜보기가 몹시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인지해야 하는 일이다.

이를 영화로 옮긴 배우 이영애는 “배우로 욕심이 나서 겁 없이 뛰어들었다”고 했다.

이영애가 유재명과 함께 주연한 영화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제작 26컴퍼니)가 19일 첫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영애가 14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영화로 먼저 주목받았지만 그 관심은 시작일 뿐이다.

실종 아동과 그 가족이 처한 비극적인 현실,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게 닥친 처참한 생활, 공감할 줄 모르는 어른들의 폭력과 무관심, 그 와중에 기능을 상실한 공권력이 한 데 뒤엉킨 이야기가 심장을 조여 온다.


● 이영애 “현실은 상상 이상으로 잔혹하지 않나”

이영애는 14년 만의 복귀라는 사실이 무색하지 않은 비극의 한 복판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이영애가 연기한 정연은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아 헤매는 엄마다.

남편마저 세상을 떠난 뒤 더는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하던 어느 날 제보를 받고 찾아간 외딴 낚시터에서 아들과 비슷한 아이들을 발견한다. 아이들의 존재를 숨긴 채 어딘지 모르게 이상한 행동을 벌이는 마을 사람들에 대해 의심을 품은 정연은 홀로 사투를 시작한다.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도 아이를 지키기 위해 잔혹한 복수에 나선 인물을 그린 이영애는 이번에도 아이를 향한 절절한 모성애를 표출한다. 하지만 단지 ‘엄마’의 역할에만 그치지 않는다.

영화 ‘나를 찾아줘’의 한 장면.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영화는 스릴러를 표방하지만, 이야기는 그대로 우리 사회에 빗대 봐도 될 만큼 현실적이다.

앞서 깊은 충격과 상처까지 남긴 몇몇 사건을 떠올리게도 한다. 다만 감독과 제작진은 이를 직접적인 묘사 대신 은유와 비유로 표현한다.

이영애는 “스스로 다행이구나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작품이 완성돼 감사하다”고 밝혔다.

다만 영화에 등장하는 아동학대 장면에 대해서는 그 역시 고민이 깊었다고 털어놨다.

“시나리오를 보고 출연을 결정하기 전 고민된 부분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아동학대 내용”이라고 밝힌 이영애는 “하지만 현실은 상상 그 이상으로 잔인하고 힘들고 어렵다”고 했다.

이어 그는 “어려운 현실을 알리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사람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주는 것도 배우로서 해야 할 일 같았다”고 말했다.

배우 유재명이 19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나를 찾아줘‘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유재명 “타인의 아픔에 공감 못하는 어른의 모습”

영화에서 유재명은 시골 낚시터 주변에서 제왕처럼 군림하는 경찰 홍 경장 역을 맡아 이영애와 팽팽하게 대립한다.

최근 왕성한 연기 활동을 벌이고 있는 유재명은 이번 작품을 통해 그동안 내보인 적 없는 새로운 얼굴로 긴장감을 만든다. 단순히 분류하면 ‘악역’이지만, 엄밀히 설명하면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유재명은 “홍 경장은 영화에서 정연과 대립하는 권력의 중심”이라며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어른들에 대한 묘사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어 “다들 그저 먹고 살 만한 위치에 있지만 ‘다 지나간다’ ‘남의 일에 누가 신경 쓰나’고 말하는, 그게 마치 지혜인 양 말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무책임한 어른들로 인해 학대 당하고 목숨까지 위태로운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어쩔 수 없이 몇몇 실제 사건들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은 김승우 감독은 선을 그었다. 감독은 “2008년 무렵 기획을 시작해 12년 동안 작업해왔다”며 “제작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건(영화와 연관될 만한)이 벌어졌고 공론화했지만 사회적인 이슈를 염두에 두고 만들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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