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바뀐 경기구 사건이 남긴 교훈들

입력 2019-12-08 1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제공|KOVO

잘 나갈수록 조심하라고 했다. 치솟는 인기와 탄탄한 방송 중계권, 스폰서십 계약으로 경쟁종목의 부러움을 사던 V리그에 이상 신호가 자주 나온다.

6일 OK저축은행-대한항공의 3라운드 때 발생한 바뀐 경기구 사건은 해프닝으로 넘겨버리기에는 파장이 크다. 여기저기서 잘못을 따지고 한국배구연맹도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소 잃고 외양간만 고치는 방식으로는 곤란하다. 응급대책보다는 지금 V리그 구성원들의 마음과 생각을 바꿔야 할 때다.

15년 전 V리그가 출범했을 때 프로스포츠 후발주자가 생존을 위해, 앞서는 종목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하던 절박하고 순수한 마음이 어느 순간부터 사라졌다. 과거 V리그 모든 구성원들이 노력하며 일궈놓은 지금의 부와 인기라는 샴페인에 취해 중요한 것을 놓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볼 때다.

바뀐 경기구 사건을 통해 V리그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교훈은 많다.

먼저 대화의 기술이다. 팬들은 경기구가 이상하다는 지적이 나왔을 때 심판과 경기감독관의 했던 발언과 태도에 더 화를 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면 그런 뜻이 아니었지만 방송화면을 통해 나온 얘기만으로 판단할 팬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만일 지적이 나왔을 때 먼저 수긍하는 자세를 보여주면서 “지금부터 정확히 알아보고 알려 주겠다”고 했거나 “관중과 시청자들이 지켜보는데 무작정 중단하면 곤란하니 일단 경기는 진행하면 좋겠다”는 식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침착하게 대화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비난은 그렇게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날은 서로가 너무 흥분했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겠지만 팬들이 심판과 경기감독관들에게 원하는 것은 잘못을 인정하고 지적을 받아들이는 태도다. 힘을 가진 사람들의 고압적인 자세나 태도를 팬들은 싫어한다. 하나 더 있다. 리그의 품격은 구성원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의 수준이 만든다. 경기가 가열되다보니 요즘 가끔씩 심판과 경기감독, 감독들의 흥분한 목소리가 여과되지 않고 들린다. 그 오가는 말의 수준을 높여야 리그는 고급스러워진다. 말이 주는 상처는 칼보다 깊고 오래간다.

사진제공|KOVO


그 사건 이후 감독관과 심판은 경기구를 철저히 점검했다. 7일 우리카드-KB손해보험 경기를 앞두고 장충체육관에서 기자도 지켜봤다. 이날도 경기구에 문제가 있었다. 이번 시즌 사용가능한 공을 점검했는데 6개 가운데 2개가 무게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몇 번씩 확인한 뒤 결국 다른 박스에서 공을 가져와 문제는 없었지만 이번 기회에 모든 공을 철저히 조사해봤으면 한다. 경기구를 공급하는 회사의 기술과 품질관리 노력을 믿지만 만에 하나 생길 문제를 막는 차원에서도 철저한 확인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제품이나 지난 시즌까지 사용하고 남은 공이 있다면 연고지의 학교나 유소년 팀에 기부해 좋은 목적으로 썼으면 좋겠다. 또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삼아 프로야구처럼 불시에 경기구를 조사해서 기준에 미달되지는 않는지 점검하고 그 결과를 대중에 알리는 방식도 도입했으면 한다.

이번 사건은 매일 반복되는 루틴을 재점검하고 항상 기본에 충실해야한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V리그가 15시즌 째 반복되다보니 경기 전후로 점검하고 확인할 것들을 느슨하게 해온 것은 사실이다. 현실에 만족하지 말고 사소하게 보이는 일이라도 반드시 해야 할 기본은 잊지 말자. 그런 면에서 유광우의 놀라운 감각이 찾아낸 위기신호를 V리그는 감사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