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대표팀 임도헌 감독이 털어놓은 세대교체와 이란전 후일담

입력 2020-01-21 13: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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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배구대표팀 임도헌 감독. 스포츠동아DB

대한배구협회는 22일 사무실을 송파구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강동구 양재대로에 있는 평원빌딩으로 옮긴다. 올림픽공원 인근에서 새로운 살림을 시작하려고 분주한 가운데 남자 국가대표팀 임도헌 감독과 연락이 됐다. 임 감독은 배구협회의 사무실 이전을 앞두고 21일 협회를 방문해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남자배구는 중국 장먼에서 벌어졌던 2020도쿄올림픽 아시아대륙 최종예선 4강전에서 이란에 패해 본선진출에 실패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5번째 좌절이다. 아시아 최강으로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생각했던 이란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을 벌였다. 5세트 13-14에서 이란의 마지막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도전은 아쉽게 끝났다. 그 경기 뒤 박철우 한선수 신영석 등 베테랑은 “후배들에게 무거운 짐을 넘겨서 미안하다”고 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세대교체의 중요성을 말했다. 주변의 기대는 크지 않았지만 가장 빼어난 기량과 승리를 향한 열정을 불살랐던 임도헌 남자대표팀 감독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사진제공|KOVO


- 이번 최종예선전을 마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역시 우리는 한국다운 배구를 해야 한다고 느꼈다. 투지와 리시브 수비 등 동양배구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야 하고 이것이 되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이란과의 준결승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난 뒤 떠오른 것은.

“센터의 장신화였다. 이란이 확실한 공격옵션을 가지고 점수를 내는 반면 우리는 2~3명이 움직여서 점수를 내는 것이 힘들었다. 물론 신영석과 최민호가 좋은 활약을 했지만 이란이 빤히 보이는 속공을 하는데도 못 잡았다. 높은 곳에서 때리니까 신영석이나 최민호가 떠도 그 위로 공이 지나갔다. 국제대회는 신장이 없으면 힘들다.”


- 이란전 5세트 마지막 공격도 우리 블로커가 예측하고 떴지만 못 막은 것인데.

“우리는 2단 연결에서 상대의 2~3명 블로킹을 힘들게 뚫어내는데 이란은 그보다 훨씬 편하게 공격옵션이 돌아갔다. 그래서 강한 서브로 흔들어야하지만 그 것이 쉽지 않고 범실도 많이 나온다. 그래서 어렵다.”

- 앞으로도 국제대회에서 이런 상황은 반복될 것인데 해결방법은 무엇으로 보나.

“공격의 폭이 지금보다 넓어야 한다. 국내에서는 코트 좌우 또는 앞뒤로 9m 안에서 공격을 해도 통했지만 국제대회는 다르다. 우리 선수들이 공격의 폭을 10~11m로 더 늘려야 한다. 엔드라인이나 사이드를 보고 때리는 공격이 더 정확해야 하고 파이프공격도 다양한 곳에서 움직이면서 해야 한다. 상대는 속공 때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블로커를 움직이게 만드는 다양한 옵션을 만들어야 하고 선수 각자도 때리는 방법이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젊은 선수들이 각자의 특성에 맞는 장점을 살리도록 육성해야 한다.”

- 결승전에서 중국이 이란에 완패당하는 것을 보면서 4강전이 더 아쉬웠는데.

“첫 세트에 이란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그날 우리가 그동안 쓰지 않았던 수비옵션과 전형으로 나오니까 당황했다. 타임아웃 때 이란 선수들을 보는데 당황하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아 ‘쟤들도 당황하는구나.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졌지만 그날 경기의 점수 하나 하나가 아쉬운 것이 많다. ”

- 이번 대표팀은 훈련기간이 짧았지만 가장 열심히 준비하고 선수들의 의지도 컸다.

“선수들도 ‘대표팀에 와서 이렇게 열심히 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더 고맙고 미안하다. 앞으로도 대표팀은 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선수들이 모여서 내가 대표팀에 도움이 되고 나도 도움을 받는 그런 문화와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스포츠동아DB


- 올해 대표팀의 운영 계획은.

“일단은 4월에 4개국 초청경기에 나가려고 한다. 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일본이 실전감각을 높이기 위해 만든 대회다. V리그가 끝난 뒤 열리는 경기인데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꾸려서 참가하려고 한다. V리그 비 시즌 기간에는 프로 팀의 양해를 구한 뒤 젊은 선수 위주로 합숙훈련을 하면서 부분전술 등을 가다듬었으면 한다.”

- 이제 4년 뒤 올림픽을 바라본다면 빨리 세대교체를 해야 하는데.

“다가오는 아시안게임 전까지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움직여야 한다. 이제는 전광인이 대표팀의 리더로서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한다. 전광인은 아시안게임과 다음 올림픽까지 대표팀의 기둥이 되고 여기에 정지석 나경복 황경민 임동혁 허수봉 등 젊은 공격수들이 가세해서 국제대회 경험을 쌓으면 좋아질 것으로 본다. 역시 문제는 센터다. 신영석 최민호의 뒤를 이을 좋은 자원들이 많이 성장했으면 한다.”


- 세대교체뿐만 아니라 대표팀 지원시스템도 달라져야 한다는 말이 많다.

“가장 시급한 것이 대표팀을 전담할 부서다. 분석파트를 통해 보다 많은 정보를 모아야 하고 트레이너와 체력담당도 대회 때마다 프로팀에서 도움을 받는 방식이 아니라 상시운영 시스템이 됐으면 좋겠다. 결국은 돈 문제다. 프로팀과 협조해서 좋은 방안이 나왔으면 한다. 현재 분석과 체력파트의 고급인력은 대부분 프로 팀에 있다. 대표팀이 상설체제가 아니다보니 어쩔 수 없는 현실인데 꾸준한 투자로 대표팀을 지원하는 사람을 키워내는 일도 중요하다. 오늘도 이런 얘기를 하기 위해 협회 사무실에 왔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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