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박은빈 “최초의 여성 운영팀장, 수많은 이세영에게 꿈 됐다”

입력 2020-02-28 1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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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박은빈 “최초의 여성 운영팀장, 수많은 이세영에게 꿈 됐다”

배우 박은빈이 제대로 ‘인생작’을 그려냈다. 그의 뜨거운 연기 열정이 빛을 발한 결과다.

최근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막을 내렸다. 극중 박은빈은 국내 프로야구단의 최연소이자 최초인 여성 운영팀장 이세영을 연기했다. 현실적이고 탄탄한 스토리로 사랑받았던 ‘스토브리그’에서 이 같은 이세영의 타이틀은 다소 비현실적인 요소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세영은 특유의 강단과 판단력으로 백승수 단장(남궁민 분) 못지않게 사랑 받았다. 특히 여린 체구에서 나오는 파워풀한 행동력이 반전 매력으로 작용했고,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박은빈은 이세영이 사랑받았던 이유로 “외유내강형 성격”을 꼽았다. 그는 “이세영은 감정적인 거 같지만 냉철한 이성을 탑재하고 있어서 공과 사를 잘 구별한다. 또 약자를 다독이고 포용할 줄도 안다. 강자라도 아니라고 생각되는 거에는 굽히지 않고 아닌 건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하는 사람이다”라고 분석했다.

배우의 노력도 한 몫 했다. 박은빈은 촬영에 앞서 야구장을 찾아 선수, 스테프, 관객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했다. 그는 “원래 야구를 잘 알지는 못했다. 드라마를 위해 야구장에 가서 선수, 관중들을 관찰하며 경기를 봤다. 관중의 심리상태나 구단 직원들의 동선을 눈여겨봤다. 야구 팬의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다보니 야구의 정신이 아름답다는 걸 느꼈다”고 설명했다.

또 캐릭터의 현실감을 위해 스타일링에 공을 들였다. 박은빈은 “깔끔하면서 현실적인 오피스룩을 입었다. 실제 회사원들이 참고할 수 있을 정도로 편하고 활동성 있는 옷들을 선택했다. 그래서 기본 아이템만 있으면 돌려 입을 수 있게 코디했다. 실제로 슬렉스는 여러 번 입기도 했다”고 밝혔다.

캐릭터에 들인 노력만큼 박은빈은 이세영 역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는 “현실과의 간극이 큰 만큼 세영이라는 캐릭터가 유능하다고 생각했다. ‘어쩌다보니 상황에 맞물려 여자가 운영팀장이 됐겠지’ 하는 분들도 있을 거다. 근데 운영팀장은 실력이 없으면 못 올라갈 자리다. 그래서 세영이라는 캐릭터가 수많은 시간을 혼자 단련해온 걸 연기에 녹여내고 싶었다. 세영이는 분노가 차오르면 배트를 깼고 유리잔을 깼다. 이렇게까지 파워풀해지기 위해 이 친구에게 얼마나 고독하고 고된 역경이 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은빈은 철저한 분석을 통해 어디에 한명쯤은 있을 법한 운영팀장 이세영을 그려냈다. 팬들 사이에서는 백승수의 뒤를 이은 차기 단장으로 이세영이 언급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정작 박은빈은 “단장 자리에 큰 욕심은 없다. 직급이 중요한가 그냥 ‘드림즈’를 위한 삶을 살 거다”라며 웃어보였다.

박은빈의 말처럼 혹자는 ‘최초의 여성 운영팀장’이라는 타이틀에 대해 우연히 운영팀장을 맡은 게 여성이었을 뿐, 최초의 여성이라는 수식어는 과하다고 지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우연에 힘을 얻은 사람들은 상당했다. 박은빈은 이러한 결과를 “선한 영향력”이라고 지칭했다.

그는 “이번 작품 이후 내게 직접 메시지를 보낸 이 시대의 이세영들이 있었다. 한 팬은 스포츠계 일을 꿈꾸다가 현실적인 부분에 부딪혀 포기했는데 이세영을 보며 새로운 꿈을 품을 수 있게 됐다고 하더라. 또 누군가는 ‘이세영을 우상으로 여기고 나도 달려보겠다’고 하더라. ‘이세영처럼 자기가 사랑하는 팀을 남들도 사랑하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면서 “이런 메시지를 보고 고마웠다. 제 연기가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보람이 있었다”며 즐거워했다.

이세영은 박은빈 자신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 박은빈은 “세영이처럼 당찬 역을 맡고나니 하고 싶은 말을 잘 하게 됐다. 생각을 밝히지 않으면 뜻이 왜곡될 수 있다. 묵인하고 참기보다는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은빈은 “지금 나이에 최초의 여성 운영팀장 역을 맡은 건 영광이었다. 이세영 역은 내가 20대에 맡은 배역 중 큰 줄기가 아닌가 싶다. 완전 정반대의 역도 하고 싶다.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캐릭터를 만나 다른 출발점에 시작하고 싶다”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내비췄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소신으로 이세영이라는 인생 캐릭터를 만난 박은빈. 그의 열정이 또다시 어떤 캐릭터를 탄생시킬지 기대가 된다.

동아닷컴 함나얀 기자 nayamy9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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