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영의 어쩌다] 잘 나가던 tvN 어디로? ‘흑역사’ 양성 그만하고 진짜 위기의식 필요

입력 2020-05-14 18: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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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tvN 어디로? ‘흑역사’ 양성 그만하고 진짜 위기의식 필요

황금기는 이제 끝났나. 한때 잘 나가던 tvN 명성과 존재감은 더는 찾아볼 수 없다. 내놓기만 해도 ‘실검’(실시간 검색어 순위 약칭)부터 커뮤니티까지 들끓게 하던 ‘채널 파워’는 사라진 지 오래다. tvN은 자체 흑역사를 생성 중이다.

먼저 상반기 드라마 성적은 ‘참패’에 가깝다.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COVID-19) 확산 이후 TV 시청 시간이 늘었는데, 정작 tvN 드라마 성적은 반비례했다. 호기롭게 시작된 tvN 올해 첫 멜로 ‘반의반’은 극적 몰입감을 위한 압축편성이라는 말 같지도 않은 표현으로 조기 종영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열풍에 따라 내놓은 ‘메모리스트’는 내용도 존재도 시청자 기억에서 지워진 채 유승호만 남겼다. 김태희 복귀작만 남긴 ‘하이바이, 마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후속작 사정도 녹록지 않다. ‘하이바이, 마마!’ 후속작 ‘화양연화-삶이 꽃이 되는 순간’은 시청률 하락세다. 첫 회 시청률 5.431%를 기록했지만, 최근 방영된 6회 시청률은 3.891%다. (닐슨 코리아, 전국기준, 유료 플랫폼) tvN 드라마 메인 시간대임을 감안하면 극이 전개될수록 보는 사람만 보는 작품으로 전락할지 모른다. 이보영 복귀작이라는 말이 민망할 지경이다. 새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는 편성 고지에 있어 도를 넘어섰다. 편성 연기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없이 보도를 통해 편성 변경 내용을 관계자들에게 통보했다. 월화극 블록을 언급해 홍보하다가 토일극으로 돌연 편성을 변경한 OCN 편성 고지 방식과 유사하다.시쳇말로 ‘방송사가 까라면 까’ 식이다.

그나마 tvN 존재감을 일깨우는 건 신원호 감독·이우정 작가 콤비가 내놓은 ‘슬기로운 의사생활’뿐이다. ‘응답하라’ 시리즈와 다른 결의 드라마지만, 시청자들이 느끼는 작품 특유의 감수성은 tvN이 그동안 그렸고, 그리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한다. 하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 한 작품으로 tvN 현재 성적으로 양호하다고 하기에는 일련의 과정과 성적이 엉망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예능프로그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실험 정신이 투철한 tvN답게 여러 프로그램을 내놨지만, 시청자들 기억에 남은 건 시즌제 프로그램과 장수 프로그램뿐이다. 신규 프로그램을 내놓고 안 되면, 폐지 아닌 종영이라는 그럴싸한 말만 남겨 놓고 다시 인기 프로그램 새 시즌으로 편성표를 채운다. 매해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새 시즌 프로그램은 ‘평타’(평균 성적) 이상이다. 다음 시즌을 준비해도 될 만큼 존재감은 여전하다. 다만 식상함도 ‘평타’ 이상인 것은 함정이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케이블채널 황금기’를 열었던 tvN은 스스로 ‘흑역사’를 양성 중이다.

이를 두고 한 방송관계자는 동아닷컴에 “tvN 채널 경쟁력 악화는 저변에 깔린 마인드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tvN인데’라는 인식이 tvN 내부에서도 깔려 있다. tvN 전성기 때야 경쟁 채널이 지상파 3사뿐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종편 영향력이 거세다. 프로그램 제작 능력 등은 이제 종편이 tvN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나 나올 정도다. tvN은 잘 나가던 과거에 취하지 말고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할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아니라 다른 채널과 경쟁에서의 도태 위기를 고민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송관계자는 “tvN은 ‘스케일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톱스타와 대형 프로젝트는 홍보 마케팅에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실패 시 리스크가 크다”며 “경쟁 채널뿐만 아니라 OTT 작품까지 경쟁해야 하는 요즘 완성도와 작품성이 담보되지 않은 작품은 상품성과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tvN이 잘하던 완성도 높은, 작품성 높은 작품이 다시 편성표에 채워지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tvN은 지금이라도 자체 콘텐츠를 재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도 tvN이니까 기본은 하겠지’라는 안이한 발상 자체를 뜯어고쳐야 할 시점이다. 이 정도의 경각심 없이는 tvN이 들어선 흑역사 터널의 끝이 어디까지일지 짐작할 수 없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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