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사커]‘동해안 더비’ 하면 생각나는 3金 ‘김병지·김원일·김승규’

입력 2020-06-05 08: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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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동해안 더비’의 올 시즌 첫 판이 열린다.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는 6일 오후 7시 스틸야드에서 K리그1(1부) 5라운드를 갖는다. 동해안 더비는 K리그 더비 중 가장 오래됐다. 1984년에 처음 맞붙었으니 벌써 36년째다. 그동안 164번을 싸워 포항이 61승50무53패로 앞섰다. 이번이 165번째 대결이다. 또 슈퍼매치(수원 삼성-FC서울)와 함께 가장 뜨거운 라이벌전으로 꼽힌다. 특히 우승을 다투는 길목에서 자주 만나 라이벌 의식은 더욱 불타올랐다.

더비엔 언제나 희비가 교차한다. 긴 세월 비정한 승부를 통해 수많은 스타가 뜨고 졌다. ‘동해안 더비’ 하면 생각나는 첫 번째 인물은 김병지(은퇴)다. 그는 더비의 열기에 기름을 부은 선수다. 1998년 10월 24일 울산구장에서 열린 양 팀의 플레이오프(PO) 2차전은 챔피언결정전으로 가는 마지막 승부처였다. 1차전은 홈 팀 포항의 3-2 승리. 2차전도 후반 추가시간 상황까지 1-1 동점이어서 그대로 끝나면 포항이 결승에 올랐다.

울산은 마지막 프리킥에 운명을 걸었다. 모두 포항 문전으로 향했다. 골키퍼 김병지도 동료들과 함께 올라갔다. 요즘이야 세트피스에서 골키퍼가 공격에 가담하는 경우를 자주 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골키퍼가 골문을 비우고 올라가는 건 드물었다. 김현석이 찬 프리킥은 포물선을 그리더니 절묘하게 김병지의 머리에 맞았고, 그 볼은 상대 골문에 꽂혔다. K리그 사상 첫 골키퍼 필드골이었다. 울산 승리로 1승1패를 기록한 양 팀은 연장전과 승부차기를 가졌는데, 거기서도 김병지의 선방이 빛났다. 결국 북 치고 장구 친 김병지의 활약으로 울산은 포항을 꺾고 챔프전에 올랐다. 그날 그 명승부의 열기가 지금도 느껴진다.

2013년 12월 1일 열린 그 장면도 잊을 수가 없다. 주인공은 포항 김원일(김포시민축구단)이었다. K리그 클래식 최종전을 앞두고 선두 울산은 비기기만 해도 정상에 올랐다. 반면 승점 2점이 모자란 포항은 무조건 이겨야했다. 후반 추가시간이 4분이나 지날 때까지도 양 팀 모두 골이 없었다. 울산 우승이 확정적이었다. 이제 홈에서 샴페인 터뜨리는 일만 남겨뒀다. 그 순간 섬광처럼 골이 터졌다. 마지막 프리킥 찬스를 얻은 포항은 상대 골문 앞에서 잇따라 슛을 시도했고, 맨 마지막에 수비수 김원일의 발에 걸린 볼이 골라인을 넘어섰다. K리그 역사상 가장 극적인 역전 우승으로 꼽히는 장면이다. 승점 1점차의 기적을 만든 김원일은 무명의 설움을 한방에 날리며 자신의 이름 석자를 동해안 더비 역사에 새겨 넣었다.

국가대표팀 수문장 김승규(가시와 레이솔)는 더비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숙인다. 2013년 최종전과 2019년 최종전(12월 1일)에서 연거푸 패했기 때문이다. 김원일이 우승 결승골로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을 때, 울산 골키퍼 김승규는 넋이 나간 듯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마지막 슛만 막았어도 우승 트로피를 가져올 수 있었지만, 그걸 놓쳤다. 6년 뒤 상황도 비슷했다. 울산은 비기기만 해도 자력 우승이었다. 포항은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더비이기에 이겨야했다. 지난해 여름 일본 무대에서 울산으로 복귀한 김승규의 마음은 설욕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특히 김승규는 1-2로 뒤진 후반 42분 스로인 상황에서 상대에게 볼을 넘겨주는 어이없는 실책을 범하면서 완전히 무너졌다. 1-4로 참패한 울산은 승점이 같은 전북에 딱 한골 뒤져 우승을 놓쳤다. 김승규에게 동해안 더비는 아픈 기억일 뿐이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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