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영의 어쩌다] 톱배우, 캐스팅 갑질? 제작 현장 비하인드

입력 2020-07-10 11: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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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배우, 캐스팅 전권 휘두를 때 존재
배우들 측 “제작사 갑질도 만만치 않다”
보통 작품 캐스팅은 감독의 몫이다. 작품 기획안에 따라 섭외 리스트를 작성하고 배우들에게 시놉시스와 대본을 전달한다. 예외도 존재한다. 작가나 주연 배우 입김에 따라 캐스팅이 결정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스타작가 신작이라면 작가 입김은 그만큼 세진다. 전작 인연으로 캐스팅되거나 애초 작가가 특정 배우를 두고 캐릭터를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주연배우 입김이 작용할 때다. 시쳇말로 ‘톱’(톱스타 지칭)이라 불리는 배우가 출연을 최종 조율하는 단계에서 ‘캐스팅 전권’을 휘두르는 상황이 발생한다. ‘작감’(작가와 감독) 구상과 전혀 다른 캐스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로 드라마 현장에서는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

특히 2017년 A 작품 캐스팅은 ‘대환장’으로 평가받는다. B 배우가 원하던 상대 배우 모두가 출연을 고사했다. 결국 제작진이 ‘플랜B’를 내세웠지만, 때마침 주변 B 배우 못지않은 스타 C가 등장하자 캐스팅은 일사천리로 마무리됐다. 문제는 C가 등장하면서 작품 설정 자체가 일부 변경됐다. ‘기대작’, ‘대작’으로 평가받았지만, 성적은 초라했다. 높은 제작비가 들어갔지만, ‘안타깝다’는 평만 남겼다.

최근 D 작품도 주연배우 쪽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경우다. 주인공 캐릭터보다 상대 캐릭터가 유난히 도드라지는 경우인데, 주연배우 쪽에서 상대방 캐스팅에 관여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주연배우와 상대역을 연기하는 배우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런 점을 들어 업계에서는 캐스팅 관여에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배우 입김으로 캐스팅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 회당 수억 원대 출연료를 일부 조정하는 대신 결과로 그 캐스팅에 대한 가치를 보답한다면 특별히 문제 될 일은 아니다. 문제는 그 반대의 경우다. 배우 입김으로 캐스팅이 달라지고 캐릭터 설정까지 변경돼 작품 흥행 실패까지 이어졌지만, 정작 해당 배우는 책임에서 벗어난다. 차기작이 잘되면 그거로 ‘톱’ 대접을 톡톡히 받는다.

한 제작 관계자는 동아닷컴에 “어느 작품에나 캐스팅 문제는 존재한다. 출연료 협상부터 캐릭터 설정에 대한 수정 문제까지 다양하다. 한 남자 배우는 상대 여배우가 키가 크다며 부담스럽다고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여자 배우들도 상대 남자 배우가 장신이면 부담스러워한다. 화면 구도를 위해 하이힐을 신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체력적인 이유를 든다. 인지도나 평판을 따지기도 한다. 경쟁 배우나 경쟁작 캐스팅에 따라 맞대응 식 캐스팅을 요구할 때도 있다. 주연배우 요구 조건은 시기와 상황, 자신 위치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배우들 쪽도 나름의 항변을 내놓는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작품 제작에 들어가기 전, 우리가 유일하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시기가 캐스팅 때다. 출연료 협상도 협상이지만, 제작 지원 전반에 관련해서 요구사항을 전달할 수 있을 때가 ‘그때’(캐스팅)다. 막상 제작에 들어가면 배우는 작품 종영 전까지 ‘제작사 노예’처럼 일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갑질을 운운하지만, 촬영 일정 조정을 제작사 마음대로 하는 곳도 많다. 다 이해관계나 상황에 따라 달리 볼 수 있다. 배우들만 나쁘게 볼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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