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볼러’ 안우진, 160㎞ 던지고도 전광판 안 본 사연

입력 2020-10-18 14: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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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랑 싸워. 너랑 싸우지 말고.”


키움 히어로즈 우완투수 안우진(21)은 최근 팀의 대선배 박병호(34)로부터 의미 있는 조언을 들었다. 이 조언으로 프로 데뷔 후 일관되게 지녀온 습관도 고치게 됐다.


시속 155㎞가 넘는 공을 던지는 안우진은 KBO리그에서도 유명한 파이어볼러다. 구속과 회전수에서 최고 레벨이라고 불리는 팀 선배 조상우(26)보다도 강한 공을 던진다.


구속은 안우진이 마운드에서 자신감을 갖게 만드는 첫 번째 요인이었다. 직구를 던진 뒤 전광판을 확인하거나 경기 후 전력분석팀을 통해 따로 구속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런 안우진의 습관을 멀리서 지켜보는 선배가 있었으니 바로 박병호였다. 박병호는 안우진이 자신의 구속보다는 온전히 타자와 싸움에 집중하기를 바랐다. 이 때문에 17일 고척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안우진에게 “너하고 싸우지 말고, 타자와 싸워”라는 조언을 건넸다.


안우진은 선배의 말을 곧장 받아들였다. 구속만큼이나 제구에 신경을 썼기에 박병호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리고 이는 의미 있는 구속이 전광판에 떴음에도 그의 시선을 전광판으로 향하지 않게 했다.


17일 두산전에서 안우진은 꿈의 구속으로 불리는 시속 160㎞를 찍었다. 16일 경기에서 홈런을 내준 김재환에게 전력투구를 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강한 공을 던진 결과다. 안우진은 18일 두산전에 앞서 “전날(16일) 경기 영향이 아무래도 있었다. 슬라이더를 던져 홈런을 맞았는데, 내가 가장 잘 던지는 직구로 승부를 해보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전광판에 찍힌 160㎞에 대해 묻자 “확인을 못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 이유에 대해선 “관중들이 들어오고 나서 내 구속에 반응을 하는 게 나도 느껴졌다. 17일 경기 전까지는 전광판 구속을 계속 확인했는데, 그날 아침 박병호 선배가 ‘타자와 싸워. 너랑 싸우지 말고’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전광판을) 안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우진은 “구속보다는 제구를 신경 쓰고 있다. 내가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공을 넣는 투수가 되고 싶다. 160㎞ 넘는 공을 던져도 가운데로 몰리면 맞는다”고 말했다.

고척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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