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첫 가을의 마법! KT, 가장 찬란한 순간은 아직 안 왔다

입력 2020-10-22 22: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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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8회초 2사 3루 KT의 중전 안타 때 득점에 성공한 3루주자 송민섭이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잠실|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만년 최하위 팀. 1군 진입 4년째 만에 최하위에서 벗어났을 때 순위도 바로 위 9위였다. 패배의식이 가득했던 KT 위즈가 창단 첫 포스트시즌(PS) 진출의 감격을 맛봤다.

KT는 2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17-5로 이겨 남은 5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했다. 2013년 창단, 2015년 1군 합류 이후 처음으로 더 큰 무대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

첫 시즌인 2015년부터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KT는 2018년 최종전에서 힘겹게 9위에 올랐다. 시즌 종료 후 이숭용 단장, 이강철 감독을 선임하며 팀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이 감독은 취임사에서 “가을야구에 가는 것이 목표다. 다만 무작정 가을야구에 가겠다는 건 아니다. 젊은 팀이기 때문에 포스트시즌의 성취감도 느껴야 한다. 승리에 대한 자신감도 중요하다. 목표를 높게 잡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경기장에서 맞부딪히기 전부터 패배의식이 팽배했던 KT 선수들의 마인드부터 바꾸겠다는 발상이었다.

지난 시즌 초반 고전을 딛고 창단 첫 5할 승률을 달성한 게 시작점이었다. 비록 PS 진출에는 아쉽게 실패했지만 시즌 막판까지 NC 다이노스와 5위 자리를 두고 치열히 싸운 경험은 올해 든든한 자산이 됐다. 올해도 5월 10승13패(승률 0.435)로 출발은 험난했지만, 6월 이후 116경기에선 68승1무47패(승률 0.591)로 줄곧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같은 기간 승률은 리그 1위다. 10월 한때 2위까지 올랐지만, 뎁스의 한계로 지친 기색이 뚜렷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기어이 5강을 확정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위 LG 트윈스와 불과 0.5경기차다. 이 감독은 “목표가 상향 조정됐다. 5강을 확정하더라도 끝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 손으로 바꿀 수 있는 게 많이 남아있다”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 감독의 말처럼 남은 경기에서 플레이오프(PO) 직행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팀 연봉 최하위에 뎁스는 여전히 부족하다. 하지만 이 감독은 부족한 살림에도 선수들에게 명확한 역할을 설정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데 탁월한 지도자임을 2년간 증명했다. 14년만의 고졸신인 10승(소형준·12승), 팀 최다 홀드(주권·30홀드) 및 세이브(김재윤·21세이브), 최다홈런(멜 로하스 주니어·46개) 등 각종 신기록을 쓰고 있다.

여전히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도 있다. 지금껏 그래왔듯 결과로 그 편견을 바꿔갈 차례다. 창단 첫 PS행을 확정했지만 KT의 가장 찬란한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남은 정규시즌, 그리고 PS에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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