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열+두통에도 천금 볼넷…2020년은 KT 로하스의 해

입력 2020-10-22 22: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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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6회초 무사 1, 2루 KT 로하스가 볼넷을 얻어 보호 장비를 벗고 있다. 잠실|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2020년은 경자년, 하얀 쥐의 해다. 하지만 야구로만 범위를 한정하면 올 시즌은 멜 로하스 주니어(30·KT 위즈)의 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증세로 검사를 받고, 여전히 미열이 남아있는 상태였지만 타석에 들어서 천금같은 볼넷을 골라냈다. 팀의 포스트시즌(PS) 진출을 확정짓는 데 큰 역할을 해낸 볼넷이었다.

KT는 2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17-5로 승리해 남은 5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포스트시즌(PS) 진출을 확정했다. 1-3으로 뒤진 6회초 대거 8득점의 ‘빅 이닝’으로 순식간에 가을야구 티켓을 거머쥐었다.

흐름은 쉽지 않았다. KT는 20일 수원 LG 트윈스전에서 6-7로 패했고, 이튿날인 21일 수원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LG전은 물론 삼성전에서도 타선의 응집력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주축타자 로하스의 이탈 때문이다. 로하스는 20일 LG전에 앞서 미열 증세를 겪었다. 체온은 37.2도로 고열 기준에는 미달했지만, 코로나19의 시국이기 때문에 KT는 돌다리도 두들겼다. 검진 결과 음성. 하지만 미열이 남아있었고 두통도 호소한 탓에 이강철 감독은 21일 경기에서 로하스에게 휴식을 줬다. 22일 두산전도 선발 제외. “로하스는 당연히 필요한 선수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나. 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일”이라며 결코 무리시키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경기 초반 무기력했던 KT 타선은 1-3으로 뒤진 6회초 상대실책과 안타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김민혁 타석, 이 감독은 로하스를 투입했다. 로하스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냈다. KT는 뒤이어 배정대의 밀어내기 볼넷, 대타 문상철의 희생플라이로 균형을 맞췄고 2사 후 황재균과 유한준, 장성우의 연속 적시타로 대거 8점을 뽑아 두산을 무너뜨렸다.

로하스는 올 시즌 리그 최고의 타자다. 자연히 상대 투수 입장에선 무리한 승부 대신 피해가는 볼 배합을 운영한다. 그럼에도 로하스의 이날 전까지 볼넷 비율은 9.8%로 리그 평균 수준이었다. 공격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날은 무리하게 배트를 휘두르는 대신 팀을 위한 값진 출루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대로 정규시즌이 끝난다면 로하스는 최우수선수(MVP) 1순위로 꼽힌다. 홈런, 타율, OPS(출루율+장타율) 등 각종 지표에서 리그 최상단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하스가 진짜 MVP(Most Valuable Player)인 이유는 팀이 꼭 필요한 순간 자신의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값진 볼넷으로 확정 지은 KT의 창단 첫 가을야구. 열 나고 아파도 로하스는 리그 최고의 타자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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