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은퇴’ 이동국에게 부친 편지 “아들아, 장하고 대견하다”

입력 2020-10-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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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이동국이 28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선수 은퇴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며 눈물을 참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올 시즌을 끝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정든 그라운드와 이별하는 이동국(41·전북 현대)은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 도중 ‘아버지’라는 단어를 꺼내다 눈시울을 붉혔다. 아마추어 9년과 프로 23년, 합쳐서 30년 넘게 묵묵히 응원하고 뒷바라지한 부모님을 향한 아들의 감정은 각별했다. 현역 은퇴를 발표한 아들과 26일 전주 자택에서 만난 아버지 이길남(70) 씨는 “나도 함께 은퇴하네. 대견하고 고맙다”는 말만 했단다. 무뚝뚝한 아들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자리에서 눈물까지 보였다는 소식을 접한 이 씨는 미처 하지 못한, 그간 가슴에 담아두고만 있던 이야기를 마음의 편지에 담아 스포츠동아에 전해왔다.

To 세상에 둘도 없는 아들 동국이

푸른 잔디를 누비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본지 31년쯤 됐네. 어찌 이리 시간이 훌쩍 흘렀는지 싶다. 그렇게 언젠가는 왔을 시간이 왔구나. 나도 떠나는 기분이라 살짝 착잡하구나.

요 며칠 홀로 고민하느라 밤잠도 설치는 걸 알았다. 말수도 부쩍 줄었고, 하늘과 땅을 바라보며 멍하게 있는 시간도 길었던 거 알지? 뭔가, 일이 있구나 싶었는데 네가 더 힘들까봐 말을 꺼내지 않았단다.

널 보면 그저 안쓰럽다는 생각뿐이다. 우여곡절, 산전수전, 천신만고. 네가 줄기차게 함께 한 표현들이지. 축구를 하면서 얼마나 많은 비난과 비판에 직면했었는지, 또 어찌 시련을 이겨냈는지 잘 알고 있다.

부상도 많았고 슬럼프도 있었고 유독 이런저런 아픔이 많은 듯한 아들을 보며 항상 가슴이 아팠다. 내 아들이지만 정말 독하게 극복했어.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은 아마 세상의 모두가 같을 거야.

숱하게 반복되는 희로애락. 장하고 대견하다.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않았던 너, 묵직하고 강직하게 견뎌냈던 네가 참 고맙다.

당분간 모든 걸 잊고 편안히 쉬었으면 한다. 기러기 아빠처럼 생활해온 아들아, 이제 침대에서 사랑하는 자식들을 곁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이란다. 결혼생활 15년이 넘었는데 이제 가정에 복귀해 그간 하지 못한 아빠, 남편 노릇 좀 해야지.

그리고 또 하나, 네 인생은 이제 전반전이 끝났을 뿐이란 걸 명심하렴. 더 멋진 후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멈추지 않았던 그간의 정신력으로 새 삶을 살면 뭐든 잘할 게다. 주말 시즌 최종전, 멋지게 마무리하길 바라마.

From 항상 아들을 응원할 아빠

정리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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