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미투 무혐의’ 오달수 “무서웠다…영화 현장 그리워” (종합)

입력 2020-11-19 1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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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미투 무혐의’ 오달수 “무서웠다…영화 현장 그리워” (종합)

2018년 ‘미투 가해자’로 지목됐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배우 오달수가 2년 만에 스크린으로 관객들과 다시 만난다.

‘미투 운동’(Me Too movement, 성폭력 고발 운동)이 한창일 당시 오달수는 ‘미투 가해자’(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당시 피해를 주장한 여성들은 방송 인터뷰를 통해 오달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오달수는 사실무근을 주장하면서도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 활동 중단하겠다고 했다.

그는 소속사를 통해 “최근 일어난 일련에 일들은 모두 내 잘못이다. 많은 분들께 심려 끼쳐드린 점 진심을 다해 사과드린다. 나로 인해 과거에도, 현재도 상처를 입은 분들 모두에게 고개 숙여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 전부 내 책임”이라고 사과했다. 그리고 2년 후 영화 ‘이웃사촌’의 개봉이 확정되며 오달수는 기자간담회와 홍보를 위한 인터뷰를 하겠다고 전해 주목을 받았다. 비록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다시 대중들 앞에 나선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일이다.

그럼에도 오달수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자신의 일로 타격을 입고 개봉이 무기한 연기돼야 했던 영화 ‘이웃사촌’을 위해서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 영화에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이 크다. 또한 제작진에게 마음의 빚을 갚고 싶었다”라고 말하며 이 영화가 자신의 복귀작으로 표현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큰 것 같았다.

오달수는 “다시 많은 사람들 앞에 서야 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했다. 너무 무섭고 떨렸다”라며 “하지만 앞뒤 사정을 다 떠나서 내게는 (영화와 제작진 및 배우들에게) 무한 책임이 있어 공식석상에 나오며 마음의 빚을 갚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미투 가해자’로 지목됐을 때 오달수는 ‘이웃사촌’ 촬영 중이었다. 영화 내용 중에서 가장 중요하기도 했고 200~300명의 보조출연자들과 함께 하는 장면이었기에 소식을 접했음에도 촬영에 더 집중해야 했다. 서울에 올라오고 나서야 사건의 심각성을 체감하게 됐다.

“당시에 ‘내가 어디에 숨었다더라’, ‘누구와 만나 대책을 논의 중이라더라’는 기사를 봤지만 사실이 아니었어요. ‘이웃사촌’ 촬영 중이었기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을 뿐이었죠. 서울에 와서야 여론의 반응이나 기사 등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미투 사건’ 이후 오달수는 거제도에 내려가 생활했다. 그는 “덤프 트럭에 치인 기분이랄까. 정신을 거의 못 차렸다. 힘든 시간이어서 술로 시간을 보내기 일쑤여서 병원에도 수번 입원했다”라고 말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서야 오달수는 부산에 있는 어머니댁으로 갔다. 하지만 “못 보던 사람들이 있다”, “집 앞에 카메라 삼각대 같은 것이 있더라”는 어머니의 말에 오달수는 형이 있는 거제도로 갔다. 그는 “어머니가 나 때문에 불편히 지내실 수 없진 않나. ‘그럼 난 무엇을 해야 하나’를 생각했고 땀 흘리는 노동을 하자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를 듣던 형님이 좋은 생각이라고 하며 거제도에 내려와 아무 생각하지 말고 텃밭이나 가꾸자고 하셔서 거제도로 내려가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후 시간이 흘러 ‘이웃사촌’개봉이 결정됐고 오달수는 이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공식석상에 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관계자들이 ‘공식석상에 나가는 것이 어떻게 했나’라고 제안을 했을 때 내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은 지고 싶었다. ‘이웃사촌’이라는 영화가 그 당시에 그 피해를 가장 많이 봤고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등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적극적으로 해드릴 수 있는 방법이 공식석상에 얼굴이 내비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성실하게 해드릴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성추행 사건 이후 두 번의 입장을 표명했던 오달수는 2년이 지난 지금, 생각의 변화가 있을까. 그는 “내 입장은 변화가 없다. 피해를 주장한 여성들과의 기억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과의 만남이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오달수는 “전혀 없다. 그 문제는 내가 만나서 회유될 수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미투 사건’후 오달수는 배우 생활을 그만둘까도 몇 번 생각했다. 하지만 TV에 나오는 새 영화나 동료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연기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일임을 알게됐다. 그는 “섬에서 살다보니 밤에는 할 일이 없어 TV를 많이 보게 됐는데 새로운 영화를 보며 ‘내가 있어야 할 곳은 현장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후에 영화를 그만 둬야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달수는 배우 생활을 시작했던 때를 회상했다. 그는 “이전에 학교를 다니면서 연기를 했는데 제적을 당할 위기까지 있으면서 연기를 했다. 어떤 날은 교수님이 극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 ‘오늘 안 나오면 제적처리 할 수밖에 없다고 하시며 학교에 나오라’고 하셨다. 그런데 극장에 일이 있어 갈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쉬지 않고 연기에 대한 애정을 쌓았던 그는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어지는 게 연기더라. 젊었을 때 아예 마음 정리를 했다면 미련도 없었겠지만 이제는 버릴래야 버릴 수 없는 관계가 됐다”라고 말했다.

오달수는 ‘이웃사촌’으로 만나게 될 관객들과 대중들에게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비록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그가 대중을 향해 갖고 있는 마음의 빚은 여전히 남아있는 듯 했다.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기 전까지 ‘천만 요정’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었던 만큼 대중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

오달수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온전히 극에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나에 대한 이미지가 생각이 나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이해할 일이고 송구스러운 일이다”라며 “앞으로도 대중들에게 나서고 싶지만 좋은 반응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건 내가 생각해선 안 될 일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오달수는 “그럼에도 작품은 작품으로 대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코로나19가 1.5 단계로 다시 격상되어 극장에 많이 와달라는 말은 못하지만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으니 봐주시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달수는 영화는 개봉이 되지만 이것을 ‘복귀’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공식석상에 나오니 복귀라고 생각하시겠지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마음의 빚을 갚는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정한 복귀란 앞으로 내가 캐스팅이 되고 작품에 참여해야 의미가 있을 것 같다”라며 “아직까지 차기작은 정해진 게 없다. 많은 제작자들이 나를 캐스팅하는 것에 고민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캐스팅을 해주시면 감사한 일이고 잘 안 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웃사촌’은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되어 낮이고 밤이고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영화 ‘7번방의 선물’ 이환경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오달수를 포함해 배우 정우, 김희원, 김병철, 이유비, 조현철, 김선경, 염혜란, 지승현 등이 대거 출연했다. 11월 25일 개봉.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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