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최초·21C 세 번째 극약처방…NC는 간절했고 루친스키는 증명했다

입력 2020-11-22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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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승을 기록한 투수라면 ‘에이스’ 대접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등판간격에 대한 배려가 없어 승수의 절대값이 높았던 프로 초창기에도, 선발투수 승리의 가치가 다소 떨어진 최근에도 마찬가지다. 18승 이상 기록한 투수가 포스트시즌(PS)에 구원등판한 사례는 지난해까지 38년간 17명에 불과하다. 특히 21세기 이후로 범위를 좁히면 단 두 차례뿐이었다.


NC 다이노스는 그 극약처방을 2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4차전에서 꺼내들었다. 정규시즌 19승을 기록한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32)에게 멀티이닝을 맡기는 승부수를 띄웠고, 루친스키는 2.2이닝 완벽투로 세이브를 거둬 존재감을 증명했다.


NC는 21일 KS 4차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선발투수 송명기가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임정호~김진성이 7회 1사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7회말 1사에 김재호가 우전안타로 살아나가자 NC 벤치는 루친스키를 투입했다.


이동욱 NC 감독은 경기 전부터 루친스키의 투입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17일 1차전에서 5.1이닝 동안 97구를 던졌고, 이날은 당초 루틴대로면 불펜피칭을 소화하는 날이었다. 불펜 세션을 대신해 루친스키에게 이닝을 맡기는 걸 염두에 둔 계산이었다.


루친스키는 7회 오재일을 삼진, 박세혁을 유격수 뜬공으로 가뿐히 처리했다. 8회에도 조수행과 허경민을 연속 낫아웃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후속 정수빈 타석에서 2루수 박민우의 송구실책으로 주자가 출루했지만 최주환을 다시 삼진으로 솎아냈다. 실책이 끼어있었지만 KKK 이닝이었다. 루친스키는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8회까지 26구를 던졌지만 NC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루친스키는 두산 중심타선을 연이어 범타처리하며 경기를 지켜냈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정규시즌 18승 이상 투수의 PS 구원등판은 이날 루친스키가 18번째다. 선수 보직이 명확하지 않던 20세기에만 15번이 있었다. 21세기 이후로 범위를 좁히면 2006년 류현진(한화 이글스), 2017년 양현종(KIA 타이거즈)이 전부였다. 루친스키가 그 뒤를 이은 셈이다. 18승 이상 거둔 외국인투수가 PS에서 구원등판한 사레는 루친스키가 리그 출범 후 최초다.


이동욱 감독은 루친스키를 향후 선발로 쓰겠다고 밝히면서 “투구수 30개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던졌다. 하지만 본인이 끝내고 싶어했다”고 설명했다. 5차전 선발을 구창모로 예고했으니 빨라도 6차전 선발로 나설 전망이다. 최소 이틀의 휴식일이 생겼다. 루친스키의 이날 역투는 시리즈 전체의 분위기를 바꿨다. 21세기 세 번째 극약처방은 이렇게 힘을 발휘했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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