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1일, 한국야구는 큼지막한 보석 두 개 얻었다

입력 2020-11-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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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포스트시즌(PS) 최연소 선발 매치업 4위. 김민규(21·두산 베어스)와 송명기(20·NC 다이노스)가 나란히 선발로 등판한다는 자체가 의미를 가졌는데, 결과는 더욱 놀라웠다. 올해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중 가장 팽팽한 투수전으로 승패를 떠나 나란히 박수 받았다.


송명기는 2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KS 4차전에 선발등판해 5이닝 2안타 2볼넷 4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82개. 변화구 제구는 전반적으로 흔들렸지만 여우같은 포수 양의지가 승부구로 속구 비중을 늘리며 이를 타개했다. 최고 148㎞에 육박한 포심 패스트볼의 위력에 한껏 물오른 두산 타자들은 좀처럼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데뷔 첫 PS 등판이 KS, 그것도 팀이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몰린 상황이라 부담스러울 법했지만 송명기는 가뿐히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송명기는 2000년대생 중 최초의 PS 승리투수라는 영예를 얻었다.
비록 패전의 멍에를 쓰긴 했지만 김민규도 5.1이닝 4안타 1볼넷 1삼진 1실점의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사흘 전인 KS 2차전에서 0.2이닝 세이브를 기록한 뒤 다시 선발등판. 투구수는 71개에 불과했지만 그럼에도 6회까지 마운드에 올랐다는 자체가 김민규의 이날 투구가 얼마나 효율적이었는지를 증명한다. 비록 6회초 1사 1루에 마운드를 내려갔고, 후속 이영하가 승계주자를 불러들이며 실점이 올라갔으나 충분히 빛나는 투구였다.


이날 매치업은 역대 PS 최연소 선발대결 4위였다. 1위는 만19세였던 박주홍(한화 이글스)과 이승호(키움 히어로즈)가 2018년 10월 23일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에서 기록한 바 있다. 이제 막 약관에 접어든 선수들이 PS, 그것도 꼭대기인 KS에서 매치업을 펼쳤다는 자체가 드문 일인데, 이들은 결과까지 만들어냈다.


경기 후 김태형 두산 감독은 “(김)민규는 정말 잘 던졌다. 중요한 경기라 긴장 많이 했을 텐데 공격적으로 들어갔다”고 칭찬했다. 이동욱 NC 감독 역시 “스무 살이 아닌 베테랑급의 투구였다. 시즌 때 그랬듯 연패를 끊어줬다. 더 이상의 좋은 피칭은 없다“고 엄지를 세웠다.
한국야구는 2000년대 중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윤석민(은퇴) 등 쟁쟁한 투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진 뒤 ‘에이스’ 기근에 시달렸다. 비록 한 경기긴 하지만 이들이 보여준 눈부신 호투는 각 팀에게는 물론 한국야구 자체에도 큰 선물이 될 듯하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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