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사커] 조광래 사장과 이용래의 13년 인연

입력 2021-01-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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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FC 조광래 사장(왼쪽), 이용래. 사진제공|스포츠동아DB, 대구FC

대구FC 조광래 사장(67)과 이용래(35)의 인연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11월 열린 ‘2009 K리그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처음 만났다.

당시 경남FC 사령탑이던 조 사장은 선수 육성에 일가견이 있었다. 특히 기술 좋은 젊은 선수들을 키워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경남은 드래프트에서 K리그 최다인 총 17명을 뽑았는데, 그 중 한명이 이용래다. 그런데 다른 구단에서는 거들떠보지 않은 ‘번외 지명’이었다. 경남은 테스트해보고 괜찮으면 육성하겠다는 판단이었다.

조 사장은 13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를 기억했다. 그는 “(이)용래는 고교 때부터 지켜본 선수다. 대학교 때 부상을 당해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했는데, 부상만 회복하면 미드필더로서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용래는 자존심이 상했다. 고려대 출신으로 청소년대표까지 거쳤지만 번외 지명으로 프로 유니폼을 입는다는 게 못마땅했다. 축구를 그만둘 생각이었다. 경남 구단이 설득에 나섰다. 조 사장에 따르면, 당시 ‘일단 구단에 들어와 훈련을 해보고 난 뒤 그 때도 아니라고 판단되면 그만두라’는 말로 이용래의 마음을 돌렸다.

그렇게 인연이 맺어진 둘은 K리그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이용래는 데뷔 시즌 30경기 출장 6골·6도움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듬해에도 주전으로 32경기를 뛰며 선수 육성에 사활을 건 ‘조광래 유치원’의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조 사장은 “용래는 수비가 좋은 미드필더다. 공격이 좋은 윤빛가람이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이용래의 가치를 평가했다.

2010년 여름, 조 사장이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오르면서 이용래는 생애 처음 A대표팀에도 선발됐다. 그만큼 조 사장의 믿음이 강했다. 이용래는 ‘조광래호 황태자’라는 애칭 속에 대표팀에서도 제몫을 다했다. 조광래 사단에서만 A매치 17경기를 뛰며 전성기를 보냈다.

이용래는 2017시즌 수원 삼성을 마지막으로 9년간의 K리그 생활을 정리하고 해외로 나갔다. 태국 치앙라이 유나이티드에 둥지를 튼 그는 그곳에서 3년을 보내며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등 변함없는 기량을 보여줬다. 87경기 6골·11도움.

이용래는 지난해 여름부터 은퇴 이후를 준비했다. 그리곤 스승인 조 사장에게 연락했다. 대구에서 지도자 공부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조 사장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제자가 원하는 길을 열어주는 게 내 역할”이라며 흐뭇해했다.

그런데 코치를 하기엔 이용래의 몸 상태가 너무 좋았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치앙라이는 FC서울과 한조에 속했는데, 이용래의 플레이를 지켜본 대구 코칭스태프는 ‘현역으로 뛰어도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올해 ACL에 출전하는 대구 입장에선 든든한 베테랑 자원을 얻은 셈이다. 결국 이용래는 플레잉코치로 대구FC 유니폼을 입었다. 전지훈련 중인 남해에서 이용래를 지켜본 조 사장은 “풍부한 경험이 돋보인다. 우리 팀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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