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에도 ML 평균 생산력…추신수, 이승엽 대기록 깰까

입력 2021-02-23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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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개인이 가진 상징성, 쌓아올린 커리어를 떠나 당장의 기량만 따져도 ‘역대 최고’라는 수식어가 과하지 않다. ‘에이징 커브’ 이론을 비웃으며 여전히 미국 메이저리그(ML) 평균 수준의 생산력을 보여준 추신수(39)가 KBO리그에서 남길 성적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신세계그룹은 23일 “추신수와 연봉 27억 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KBO리그 역대 최고연봉(종전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25억 원) 신기록을 썼다.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신세계로서도 새로운 구단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기에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카드다.


추신수의 ML 커리어는 그야말로 찬란하다. 2005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데뷔한 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신시내티 레즈~텍사스 레인저스를 거쳐 16시즌 동안 1652경기를 뛰었다. 통산 성적도 타율 0.275, OPS(출루율+장타율) 0.824, 218홈런, 782타점에 달한다. 통산 조정득점생산(wRC+)은 123. wRC+는 리그 평균을 100으로 산정해 선수의 공격 생산력을 따지는 지표다. 커리어 내내 리그 평균보다 23% 높은 생산력을 보여줬다는 의미다.


역대 KBO리그를 찾은 외국인타자들 중 ML 커리어가 뛰어난 이는 종종 있었다. 2000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뛴 훌리오 프랑코가 대표적이다. 프랑코는 KBO리그에 오기 전 1891경기에서 타율 0.301, 141홈런을 기록한 강타자다. 41세의 나이에도 KBO리그에서 한 시즌 동안 타율 0.327, 22홈런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추신수는 이보다 조금 더 젊고, 이보다 더 생산력이 높다. 당장 지난해 초단축 시즌에 부상 등이 겹쳤음에도 33경기에서 타율 0.236, wRC+ 97을 기록했다. 여전히 리그 평균 수준의 생산력을 지녔다는 의미다. ML 평균 수준의 타자가 기량을 유지한 채 KBO리그에 온 표본이 없기에 기대치도 무궁무진하다. 2014년 서건창(당시 넥센 히어로즈) 이후 자취를 감춘 200안타는 물론 역대 최고령 타율 3할-30홈런-100타점 등도 기대해볼 만하다. 종전 기록은 2014년 이승엽(당시 삼성)으로 38세였다.


야구 외적인 스토리도 흥미롭다. 류지현 LG 트윈스 감독은 추신수의 KBO리그행 소식을 들은 직후 “ML 최고 선수 중 한 명이 KBO리그에 와서 수준을 높여주고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바람직할 것”이라며 “2012년 박찬호(당시 한화 이글스) 생각도 난다. 네임 밸류만 생각하면 ‘이 나이에 이 돈으로 한국에서 뛰기 싫다’고 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 마무리를 했다. 그 자체가 좋다. 실력은 그 다음 문제”라고 반겼다.


신계에서도 평균 수준의 성과를 낸 이가 인간계로 내려왔다. 추신수의 퍼포먼스를 향해 높은 기대를 보내도 지나치지 않은 이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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