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리포트] 정훈, 롯데 시네마 당당한 주연…2021년 배역은 ‘희망’

입력 2021-06-25 11:49: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롯데 정훈. 스포츠동아DB

2010년 처음 1군 데뷔해 올해로 12년차. 규정타석 타율 3할이 단 한 차례에 불과했으니 팀을 이끄는 역할보다는 알토란같은 만능 카드가 더 어울리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정훈(34·롯데 자이언츠)의 야구는 30대 중반에 접어들며 만개하고 있다. 리그 전체 타자들 가운데서도 손에 꼽힐 만한 생산력으로 롯데 타선을 이끌고 있다.

정훈은 24일까지 62경기에서 타율 0.332, 9홈런, 4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15를 기록했다. 20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23일 사직 NC 다이노스전까지 개인 첫 3경기 연속 홈런까지 쏘아 올리며 두 자릿수 홈런을 눈앞에 뒀다. 공격 생산력은 팀 내 최고 수준. 팀 내 타자들 중 3번째로 많은 경기에 출장해 타율 및 OPS 1위(규정타석 기준)로 맹활약하고 있다. 프리에이전트(FA) 고액연봉 타자들이 즐비한 롯데 타선에서 연봉 1억 원으로 이런 생산력을 보여주니 ‘가성비’까지 만점이다.

리그 전체 OPS는 7위. 토종 우타자로 범위를 좁히면 양의지(NC 다이노스·1.120), 최정(SSG 랜더스·0.999)에 이어 3위다.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타자의 여러 지표 중 출루율을 강조하는데, 정훈은 이 기준에서 최고의 선택지다.

방망이만 순도가 높은 게 아니다. 정훈은 1루수로 332.2이닝, 중견수로 123.1이닝을 소화했다. 내야 또는 외야에서 유틸리티로 활약하는 선수들은 여럿 있지만, 내·외야를 오가며 이처럼 꾸준히 활약하기란 쉽지 않다. 팀의 정신적 지주 이대호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선 4번타순까지 소화했다. 그야말로 공수 모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도맡고 있다. 서튼 감독도 정훈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고마움을 감추지 않는다. “타순에 상관없이 출루율이 높고 강한 타구를 생산하는 선수”라는 말에는 굳은 신뢰가 담겨있다.

한때 미국 메이저리그를 강타했던 KBO리그발 ‘빠던’ 열풍 속에서 정훈은 ‘진짜배기’였다. 독특한 풀스윙 동작에 배트를 내던지면서까지 콘택트 해내려는 모습. 정훈만의 메커니즘을 어떻게든 손대보려던 지도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것을 잃지 않고 버텨냈다. 교과서 같은 스윙은 분명히 있지만, 교과서 위주 학습법만 정답은 아니다. 정훈은 그 증거다. 야구는 어떻게든 쳐서 살아나가는 종목이지 스윙의 예술 점수를 매기는 경기가 아니다.

올해 롯데 시네마 상영작은 새드엔딩 비중이 크다. 부상자 속출로 중위권 도약 동력을 마련 못하고 있는 현실. 발단~전개를 거쳤는데 위기 단계를 좀처럼 못 벗어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건재한 주축들 덕에 자그마한 반전을 노래할 수 있다. 2021년 정훈의 배역은 희망, 지금까지는 명품 배우다.

사직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