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영화’가 흔들린다

입력 2022-12-05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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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마블스튜디오가 한국에서 좀처럼 흥행작을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9일 개봉한 신작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도 3일까지 200만 관객을 겨우 넘겨 위기감을 키운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블랙팬서2’ 5주차 관객 200만 ‘부진’

‘이터널스’‘토르4’ 등 줄줄이 실패
‘어벤져스’ 이후 새 히어로 부재
지나치게 복잡한 세계관도 한몫
전문가들 “방향성 재정립 필요”
한국 극장가에서 할리우드 마블스튜디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어벤져스’ ‘캡틴 아메리카’ 등 일련의 슈퍼 히어로 영화로 적게는 500만, 최대 100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한국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아왔던 마블스튜디오의 작품이 최근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는 형국이다. 인기 캐릭터의 퇴장으로 인해 관객의 흥미가 낮아지고, 편수가 늘어나면서 각 작품을 연결하는 설정과 이야기가 지나치게 복잡해지면서 관람 피로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흥행 부진

마블스튜디오의 최근작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블랙 팬서2)가 지난달 9일 개봉해 5주차 주말인 3일까지 206만 관객(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모았다. 2018년 4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누적 540만 관객을 모은 전편 ‘블랙 팬서’와 대비된다.

이에 앞서 마블스튜디오가 2021년 이후 선보인 7편 가운데 흥행작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755만 명)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588만 명)에 불과하다. 마동석이 출연해 화제가 됐던 ‘이터널스’는 가까스로 300만 관객을 넘겼고, ‘블랙 위도우’,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토르: 러브 앤 썬더’ 등은 그에도 미치지 못했다. 감염병 확산 사태로 인한 극장가 침체 등을 감안하더라도 이전까지 마블스튜디오 영화에 열광해온 국내 관객의 행태를 고려하면 크게 부진한 성적이다.


●방대한 세계관에 발목

이른바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무리한 확장이 배경으로 꼽힌다.

2008년 ‘아이언맨’ 이후 ‘어벤져스’ 시리즈 등 20여편의 설정과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는 것을 뜻하는 ‘MCU’로 팬덤을 구축해온 마블스튜디오는 지난해부터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 드라마들까지 이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디즈니+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 방대하게 뻗어나간 설정과 이야기가 장벽으로 다가올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영화만 봐온 이들이 드라마까지 이해하며 보려면 사전 공부가 필요할 정도”라면서 “쉽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물에는 치명적일 수 있는 약점”이라고 분석했다.

또 인기 캐릭터인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끝으로 동시에 사라지고, 이후 등장한 새 히어로들의 인기가 이들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마블스튜디오의 작품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낮아졌다는 의견도 덧붙여진다. 윤 평론가는 “이후 선보일 작품에 대한 방향성을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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