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봉오동 전투’ 류준열 “독립군 희생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입력 2019-08-15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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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오동 전투’를 통해 류준열이 얻은 별명은 ‘국찢남’(국사책을 찢고 나온 남자)이다. 그는 그 반응에 대해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류준열은 “연기 공부를 할 때 배우로서 추구하고자 했던 것이 ‘원래 거기 있던 사람 같아야 한다’는 점이었다”라며 “이에 ‘국찢남’은 어떤 평가 이상의 극찬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뺑반’, ‘돈’에 이어 류준열과 올해만 세 번째 만남이다. 계산해보면 2개월에 한 번씩은 본 셈이다. 평소 낯을 가린다는 그는 얼굴에서 한층 여유로워진 표정을 지었다. 이제는 “인터뷰 하려고 영화를 찍는다”는 능청스러운 말도 할 줄 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받아쳤지만 한 영화에 대해 이렇게 오랫동안 이야기 할 시간도 사람도 없어서 그렇단다. 그렇게 인터뷰가 시작됐다.

그와의 세 번째 만남을 성사시켜준 것은 영화 ‘봉오동 전투’다. 극 중에서 비범한 사격 실력의 발 빠른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 역을 맡았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자신이 맡은 역에 고민이 많았다. 이유는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심정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우리는 책으로, 다큐멘터리 등 간접적으로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접하고 애통한 심정을 알았지만 실제로 그 시대에 살았던 분들과 같은 원통한 심정을 가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감정에 가장 가까운 것이 무엇일지 생각했어요. 장하 누이의 죽음이 그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죠. 장하에게 누나란 엄마와 같은 존재였잖아요. 어머니의 부재가 나라를 빼앗긴 감정이 이와 가깝지 않나 싶었어요. 원신연 감독님도 제 생각에 동의하셨죠. 그런 상상력으로 연기에 접근했고 도움이 많이 됐어요.”


‘봉오동 전투’는 독립군 연합부대가 아닌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첫 대규모 승리를 쟁취한 1920년 6월 봉오동 전투를 처음으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에 실제 봉오동과 흡사한 지형에서 촬영이 진행됐고 그들의 생활을 흡사하게 따라갔던 터라 연기에도 도움이 됐다고. 류준열은 촬영 중 동굴 세트장에서 찍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감자 한 알을 쪼개 나눠먹으며 배고픈 배를 채우고 각자 고향 이야기를 한 마디씩 하는 장면에서 ‘실제로 이렇게 생활하셨겠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리기도 했다.

“이 분들이 보통 일을 하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분명 제 나이 또래에 분들도 계셨을 텐데. 그 분들도 분명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겠지만 시대로 인해 할 수 없었잖아요. 우리는 개인의 삶과 시간이 너무 중요한데 그 분들에겐 그것마저도 사치였을 테고요. 정말 오로지 나라를 되찾겠다는 그 마음이 대단한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은 모두 그 분들 덕분이죠. 돌아보면 100년도 안 된 우리의 역사잖아요. 이 영화가 역사를 기억하는 또 다른 기록으로 남아있으면 좋겠어요.”

‘봉오동 전투’는 1910년부터 1945년 광복이 되기까지의 시대를 담고 있다. 이 전투는 당시 발행됐던 독립신문과 홍범도 일지, 몇몇 문서 기록 정도만 남았다. 제작진은 자료들을 수집해 검토한 뒤 1920년 12월 25일자로 발행된 독립신문 제88호를 기준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류준열 역시 역사 자료가 너무 없어 속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료가 너무 없었다. 이름조차 알 수가 없고 ‘몇 명이 참전했다더라’는 숫자로만 기억이 되는 게 속상하고 슬펐다”라며 “두 시간 남짓한 영화지만 나라를 위해 많은 분들이 희생하셨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또 그런 마음으로 연기를 했다”라고 말했다.


극 중에서 류준열은 숨이 턱 끝까지 차도록 달리는 질주액션 뿐만 아니라 생애 첫 와이어 액션도 도전했다. 그는 “CG가 아닌데 CG같은 장면이 되게 많다”라며 “오름을 오르는 장면을 보면서 우리끼리는 ‘반지원정대’라고도 했다”라고 말하며 고난도 액션을 소화한 소감을 전했다.

“절벽을 뛰는 장면은 그저 가파른 곳에서 뛰는 줄 알았는데 거의 낭떠러지에 가까워서 무서웠어요. 그래도 안전하게 무사히 마쳤어요. 제가 혼자 달려간 곳이 원래 채석장이어서 뾰족한 모양의 돌들도 많았어요. 겹겹이 옷을 입고 두세 번 뛰면 헤져있었어요. 군복이라 굉장히 두꺼웠는데도 말이죠. 어렵기도 했지만 재미있기도 했어요.”

류준열은 당분간 휴식을 취한다. 그 동안 열심히 달렸으니 잠시 숨 고르기를 할 차례다. 시간이 나면 사진을 찍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음 같아선 사진전도 개최해보고 싶다고. 그는 “사진을 찍으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영감도 많이 받고. 연기자를 비롯한 예술가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해외를 나갔을 때 처음에는 모든 게 새롭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익숙해질수록 그 아름다움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저와 대중들과의 관계도 그렇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요. 오랫동안 연기를 하다보면 새로움이 아닌 익숙함으로 색이 바래지진 않을까. 그런 고민이 제겐 배우로서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한 발 더 나아가야죠.”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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