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변신’ 성동일 “후배들과 친한 이유? 잔소리 안 하고 칭찬은 많이”

입력 2019-08-2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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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신’으로 처음으로 공포영화에 출연한 배우 성동일은 일상 그대로의 모습으로 더욱 친숙한 느낌을 자아낸다.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데뷔 28년 만에 첫 공포영화…‘변신’ 성동일의 도전

공포물이면서 따뜻한 가족영화
촬영 후 술 한잔은 최고의 행복
BTS 뷔·박보검도 나의 술친구
술값? 돈버는 선배가 내면 되죠


드라마든 영화든, 촬영이 끝나면 함께 고생한 동료와 소주 한 잔 기울이면서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재미로 산다는 배우 성동일(52). 촬영이 없는 기간에는 인천의 집으로 지인들을 초대해 아내가 마련한 안주로 술잔을 기울이는 일도 하루하루를 윤택하게 하는 ‘낙’이다.

여느 50대 가장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집에서 갖는 술자리”가 그에게는 일상이나 다름없다. 영화 ‘변신’(제작 다나크리에이티브)의 개봉을 앞두고 13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성동일로부터 ‘술’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궁금해 ‘부인이 싫어하지 않느냐’는 상투적인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건 반전의 답변. “아내는 내게 ‘술 먹지 말라’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연극할 때부터 인류가 만든 최고 음식은 술이라고 배웠어요. 하하! 골프도 안 하고 등산도 안 해요. 그러니 아내도 제가 술을 스포츠처럼 즐기는 걸 이해하죠. 다만 철칙은 있습니다. 저는 주사가 없어요. 주사 있는 사람과는 술을 마시지 않고, 남에게 권하지도 않아요. 서로 바쁜 사람들이 어렵게 시간을 내 만났는데 얼굴 붉힐 필요 있나요. 술값? 버는 선배가 내면 되죠.”

담백한 성격의 영향이겠지만 성동일에게서는 비슷한 나이의 배우로에게서는 느껴지지 않은 매력이 물씬 풍겼다. 덕분인지 그는 스무 살 넘게 차이 나는 후배들과도 ‘친구’처럼 지낸다. 얼마 전 부산에서 영화 ‘담보’를 촬영할 때는 그의 숙소로 방탄소년단의 뷔와 연기자 박보검이 찾아온 날도 있었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이 그때 부산에서 콘서트를 했거든요. 태형(뷔)이가 분장도 안 지우고 왔더라고요. 마침 보검이 생일이라서 같이 와인 한잔 했어요. 후배들과 잘 지내는 방법? 간단해요. 저는 ‘지적질’을 절대 안 해요. 연기는 각자 하는 거예요. 지적은 감독의 몫이고요. 후배들에게 하는 말은 하나에요. 촬영장에는 무조건 일찍 와야 한다고.”

이 말로는 부족했는지 성동일은 “우리끼리 누구에게 보여주기처럼 만나는 건 아니다”고 했다. 엑소의 도경수가 입대하기 전에는 부산에서 시간을 빼 굳이 서울로 올라와 조인성, 이광수와 함께 송별회도 해줬다. “소소하게 서로 아껴주면서 즐거우면 된다”는 생각이다.

성동일이 주연한 ‘변신’의 한 장면.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공포영화이지만 따뜻한 가족의 이야기”

21일 개봉하는 ‘변신’은 데뷔한 지 30년이 되어가는 성동일이 처음 참여한 공포영화다.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는 악마가 깃든 가족의 기이한 일을 그린 작품. 악마로 인해 빚어지는 섬뜩한 사건, 악령을 쫓으려는 구마 등 최근 각광받는 오컬트 장르의 묘미를 한껏 살린 영화다.

성동일은 극중 두 딸과 아들을 둔 자상한 가장이다. 미스터리한 일들이 반복되는 집에서 가족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그 역시 악마가 깃든 순간에는 다른 사람처럼 돌변한다. 평소 드라마나 영화에서 인간애 깊은 인물을 주로 연기해온 성동일이 ‘변신’에서 보이는 모습은 사뭇 낯선 얼굴이다. 그가 만드는 일상의 공포가 오히려 오싹하게 다가온다.

“공포, 오컬트는 처음이지만 ‘생활연기자’인 입장에서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고 돌이킨 그는 “현실과 떨어진 권선징악의 공포가 아니라, 이유를 갖고 우리 집에 찾아온 악마에 맞서는 가족의 이야기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나에겐 공포라기보다 따뜻한 가족영화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2012년 tvN ‘응답하라 1997’로 시작해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주인공 가족의 아빠 역으로 활약한 성동일은 이로 인해 ‘국민아빠’라는 호칭으로도 불린다. 이번 ‘변신’은 그런 성동일의 고유한 이미지를 전복하는 작품. 낯선 그의 눈빛과 목소리가 관객에겐 ‘반전’의 재미도 선사한다.

“영화 속 목소리는 실제로 제 아내가 가장 싫어하는 톤으로 했어요. 눈빛이나 표정은 평소 집에서 약간 화가 난 정도로 설정했고요. 그거면 충분했죠.(웃음) 저는 지금도 영화나 드라마 찍을 때 메이크업을 하지 않아요. 있는 그대로 얼굴을 보이는 게 좋거든요. 영화에서 보이는 백발 헤어스타일도 진짜 제 머리카락이고요.”

성동일은 한동안 김용화 감독의 영화에 빠짐없이 출연하면서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이번 작품을 함께한 김홍선 감독과는 2017년 ‘반드시 잡는다’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이다. 첫 번째 작업에선 긴가민가했던 신뢰가 두 번째 작업으로는 견고해졌다고 했다.

“김홍선 감독이 해병대 출신이라 그런지 눈물이 많아요. ‘변신’은 공포영화인데 감정 섞인 장면이 많아서 배우들도, 감독도, 현장에서 엉엉 울 때가 많았어요. 도대체 왜 그렇게 울었는지. 하하! 김홍선 감독은 영화에 미친 사람이죠. 우스갯소리로 한때 저를 ‘김용화의 페르소나’라고 불렀는데 이젠 ‘김홍선의 페르소나’가 된 겁니다.”

성동일은 ‘변신’에 이어 영화 ‘담보’를 내놓고 내년 드라마 ‘방법’ 촬영도 곧 시작한다. 쉼 없이 활동하고 있는 그가 작품을 결정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스케줄을 맞출 수 있는 작품, 그리고 투자가 결정돼 촬영이 확정된 영화”다. “가장인데 아이 셋을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유를 덧붙였다.

“저는 연기를 잘 몰라요. 공부를 많이 한 배우도 아니고요. 제가 소화하는 역할들은 살아오면서 주변에서 만난 인물들이 많죠. 우리 모두 다른 삶을 살고, 개성도 다르잖아요. 다양한 군상들을 만나면서 연기의 폭을 넓히는 거죠. 연기가 ‘국·영·수’처럼 사교육 받아서 느는 건 아니니까요. 후배들에게 늘 말하죠. 연애도 많이, 싫어하는 사람도 많이∼ 만나보라고요.”


● 성동일

▲ 1967년 4월27일생
▲ 1991년 SBS 1기 공채 탤런트 데뷔
▲ 1998년 SBS ‘은실이’의 ‘빨간양말’ 캐릭터로 스타덤
▲ 2006년 영화 ‘미녀는 괴로워’부터 2009년 ‘국가대표’ 2013년 ‘미스터 고’, 2018년 ‘신과함께:인과 연’까지 김용화 감독과 연이어 작업
▲ 2012년 tvN ‘응답하라 1997’부터 ‘응사’ ‘응팔’ 시리즈 주연
▲ 2015년 영화 ‘탐정’ 시리즈 주연
▲ 2019년 영화 ‘담보’, tvN 드라마 ‘방법’ 예정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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