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음악앨범’ 정해인 “이메일 아이디요? ‘1004’ 같은 거 붙였어요”

입력 2019-08-2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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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며 들어오는 배우 정해인은 여전히 정장을 입고 있었다. 드라마 ‘밥 사주는 예쁜 누나’ 종영 후 인터뷰에서도 정장을 입고 왔던 것이 기억이 났다. 편안한 차림 대신 정장을 입고 나오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이 차람이 편하다. 게다가 진지한 자세로 인터뷰에 임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진심어린 이야기가 오고갔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1994년 10월에 첫 방송된 KBS FM라디오 ‘유열의 음악앨범’을 매개체로 기적처럼 만난 미수와 현우의 이야기다. 상업영화로는 첫 주연을 맡은 정해인은 현재에 살아도 과거에 얽매여있는, 다른 사람은 알지 않았으면 하는 아픔을 갖고 있는 ‘현우’ 역을 맡았다.

영화에는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난다. 영화 제목처럼 라디오를 시작해 이메일, 공중전화,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동네 빵집 등 그 시대에 사는 사람이라면 기억나는 것들이 눈에 보인다. 정해인이 1994년에는 초등학교도 가지 않은 나이지만 공감이 안 갔던 부분은 없었다고 말했다. 촬영 전, 시나리오를 보며 서정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 정해인은 “1990년대나 2000년대나 청춘들의 사랑과 삶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같이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단지 다른 부분이 있다면 연락하는 방법 정도가 아닐까요. 지금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이 있으니까 쉽게 연락을 할 수 있는데 그 때는 지금보다는 어려웠잖아요. 저도 휴대폰을 되게 늦게 샀어요. 부모님께 엄청 졸라서 중학교 2~3학년 때 구입을 했었어요. 017이었습니다. 저 초등학교 때는 이메일이 인기였어요. 아이디도 보면 ‘1004’(천사) 이런 거 많았고요. 하하. 요즘은 이모티콘이 다양한데 그 때는 장미도 수작업으로 만들고 그랬잖아요.(웃음) 애틋하고 정성을 쏟았던 것 같아요.”

영화명이 라디오 프로그램명과 같아 라디오에 관한 질문도 자연스레 이어졌다. 그는 “어렸을 때 라디오 애청자이진 않았다. 밖에 나가서 뛰어놀기 바빴다”라며 “라디오를 듣게 된 것은 군대에 가서 운전병이었을 때였다”라고 말했다.

“운전병일 때 운전하는 차가 CD플레이어가 없어서 라디오만 들었어요. 군대에서 라디오를 듣는 게 너무 행복했어요. 사회에 단절됐다가 다시 연결되는 기분?(웃음) 사회인 목소리가 나오고 가요도 나오니까요. 그 때 ‘신동의 심심타파’나 ‘두시탈출 컬투쇼’를 자주 들었어요. 선배님들이 읽어주시는 사연이 너무 재미있잖아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 영화도 진짜 라디오 같아요. 미수와 현우의 사연으로 꾸며진 2시간의 라디오. 그게 너무 와 닿았어요.”


내용은 잔잔한지만 정해인은 며칠간 뜀박질을 하느라 고생을 했다. 차에 탄 미수를 쫓아가기 위해 삼청동을 3일 동안 달리기도 했다. 100명 이상의 보조출연자가 있고 제작비도 많이 들어간 부분이어서 혼자만 잘하면 다들 고생 안 하고 빨리 끝날 거란 생각에 전력질주를 했다. 하지만 그는 “몇 번을 달리고 나니까 그 생각이 싹 사라졌다. 내가 너무 힘들어서 다른 분들 생각이 전혀 나질 않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거기가 언덕길이고 현우가 전력질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정말 힘들었어요. 2~3번 정도 쉬면 1시간씩 쉬고 다시 뛰었죠. 거기서 제가 흘린 게 땀인지 눈물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열심히 뛰었어요. 제 마음은 벌써 저~기 도착했는데. (웃음) 모니터를 보면 제가 정말 느리더라고요. 몸이 안 따라주니까 속상하더라고요.”

‘유열의 음악앨범’을 촬영하며 정해인이 배운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에게 연기 분량만 느는 것이 아닌 현장에서 바라봐야 할 시선도 넓어진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최근 ‘봄밤’을 하며 더 크게 느꼈다. 주연배우가 연기만 잘 하면 안 되고 스태프들을 챙기며 같이 나가야 하더라. 공동예술작업이라는 다 같이 힘내서 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라고 말했다.

“남녀노소를 떠나 상대방에 대한 진심 어린 존중이 있어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반려동물들도 주인이 자신을 사랑하는지 여부를 아는데 사람은 더 그렇지 않을까요? 제 성격이 살갑지 않지만 용기내서 다가가면 좋은 연기 호흡이 나오는 것 같아요.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촬영하면서 형들에게 많이 배웠어요. 대학로에서 잔뼈가 굵으신 분들이시잖아요. 형들은 기본적으로 존중과 배려가 몸에 베여있으시더라고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손예진 선배님도 멜로에 대해 잘 모르는 저를 많이 챙겨주셨거든요. 덕분에 저도 선배들을 무작정 어려워하지 않고 연기자로서 호흡을 맞추려고 했던 것 같아요.”


늦은 나이에 때로는 설움과 무시를 당하며 연기를 시작해 이제는 ‘대세 배우’라 불리며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는 정해인은 크나큰 관심에 감사함과 더불어 책임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하게 오랫동안 연기하는 게 꿈이다. 지금 받는 칭찬이 너무 감사하지만 질타도 겸허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제 가장 큰 힘은 가족이 아닌가 싶어요. 특히 제 남동생이 군대를 다녀온 뒤에 더 이상 애가 아니라는 걸 느껴요. 제가 힘들 때마다 ‘형, 여기서 흔들리면 안 돼’, ‘마음 단단히 먹어’라고 말해주기도 하고 가끔 쓴 소리도 해요. 게다가 가족이 전부 제 기사를 다 봐요. 안 좋은 댓글도 다 보시더라고요. 아마 지금도 기사 보면서 ‘좋아요’ 누르고 계실 거예요. (웃음) 그래서 혹여 안 좋은 댓글을 보실까 걱정이 돼요. 연기는 분명 제 즐거움인데 부모님이나 동생들이 보고 상처 안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제가 더 잘해야겠죠.”

정해인의 차기작은 영화 ‘시동’과 드라마 ‘반의 반’이다. 멜로남이 아닌 또 다른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나설 예정. 아마도 ‘시동’이 더 먼저 세상에 나올 것 같다고 말하며 정해인은 “지금까지 필모그래피보다 센 역할이지 않을까 싶다”라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의 이야기다. 오토바이도 타고 폼도 잡는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오랫동안 건강하게 일하는 게 꿈이에요. 저는 팬 분들한테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시라고, 건강하시라고 늘 말해요. 자존감이 낮아지고 몸이 아픈 것만큼 슬픈 게 없더라고요. 최근 몸과 마음이 안 좋았던 적이 있어서 잘 알아요. 아프니까 일도, 가족도, 좋아하는 음식도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더라고요. 데뷔한 후로 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잠시 쉬는 것도 중요하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가야 할 길을 다시 바라보는 것, 그렇게 연기 생활 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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