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자물리학’ 박해수 “벼랑 끝 고교생 살렸던 내 연기, 배우를 하는 진짜 이유”

입력 2019-09-2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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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해수가 10여 년 동안 연극무대를 통해 쌓은 실력을 바탕으로 25일 ‘양자물리학’을 첫 스크린 주연작으로 선보인다. 사진제공|메리크리스마스

■ 첫 주연 영화 ‘양자물리학’으로 돌아온 박해수

‘슬기로운 감빵생활’ 후
첫 주연, 부담 엄청나
희망이 되는 배우
항상 궁금한 배우
그게 나의 꿈


배우 박해수(38)에게 지금껏 지나온 삶에서, 또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서 2017년은 중요한 변곡점이다. 연극과 뮤지컬에서 활동해온 그가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주연을 맡아 유명세를 더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때이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고, 박해수는 첫 주연영화로 새롭게 관객 앞에 선다.

25일 주연 영화 ‘양자물리학’(감독 이성태·제작 엠씨엠씨)을 내놓는 박해수는 “긴장은 백배, 부담은 엄청나다”면서도 “내심 설레는 마음이 있다”고 했다. 17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영화에 참여한 배우와 스태프의 에너지 파동이 관객에게 분명 전달될 거라고 믿는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 “나만의 속도로, 차근차근”

제목만으론 도무지 어떤 내용인지 예상하기 어려운 ‘양자물리학’은 겉잡을 수 없이 번지는 마약사건에 연루된 한 남자가 거대권력에 맞서는 이야기다. 클럽에서 벌어진 마약파티에 검찰은 물론 정치권력까지 연루됐다는 설정 아래 ‘유흥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주인공 찬우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이다. 박해수가 연기한 찬우는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는 인생 신념을 ‘양자물리학적 신념’이라 주장하는 인물이다.

“소위 ‘유흥계의 화타’라고 불리는 인물이에요. 현란한 말솜씨 하나로 살아남은 사람이죠. 인물의 마음이 어떨지 더 알고 싶어서 그 입장에서 매일 일기도 썼습니다. 자문자답형식처럼 박해수가 묻고 찬우가 답하는 식이었죠.”

영화 ‘양자물리학’에서의 박해수. 사진제공|메리크리스마스


박해수는 사실 뒤늦게 빛을 보기 시작한 배우다. 대학 졸업 뒤 10년 넘도록 대학로 연극 무대에 집중해와서인지 TV나 영화 등 대중매체로 인지도를 쌓을 기회는 좀처럼 잡지 못했다. 그를 주인공으로 과감하게 캐스팅한 작품이 ‘슬기로운 감빵생활’.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이후 배우로서 행보도 달라졌다.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는 거예요. 하하! 하지만 과하게 노 젖다가 노가 부러지느니, 저만의 속도로 가면서 주변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해요. 저를 필요로 하는 작품에서 해야 할 역할을 차근차근 하고 싶어요.”

그럼에도 주변 반응에 흔들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박해수가 찾는 이들은 비슷한 길을 먼저 걸은 선배와 동료 배우들이다. 연극무대를 거쳐 영화로 먼저 진출한 배우 이희준이나 함께 연극무대에서 동고동락한 배우 임철수는 그에게 없어선 안 될 ‘멘토’이자 ‘친구’이다.


● “연기자의 길, 누군가의 생명도 살리는 일”

최근 2∼3년 동안 박해수 앞에 여러 일들이 벌어졌다. 유명세를 얻어 드라마와 영화 주연으로 도약했고, 올해 1월에는 1년 동안 교제한 연인과 결혼해 현재 신혼의 일상도 살고 있다. 연극무대에 오르내리던 때 가졌던 소망 역시 하나둘씩 현실화하고 있다. 박해수는 동료들과 “연극을 넘어 영화에도 함께 출연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왔고, 그 기대를 이번 ‘양자물리학’으로 조금 이뤘다.

“영화의 메시지처럼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는 말을 저 또한 믿고 있어요. 기대가 현실이 되는 경험을 하고 있으니까요.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출연하기 전까지 저는 인지도가 없는 배우였잖아요. 그런 연기자도 드라마의 주연을 맡을 수 있다는 걸 후배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뿌듯하기도 합니다.”

박해수는 과거 연극무대에 오를 때 경험을 풀어내면서 자신이 배우가 된 이유를 깨달은 때가 있었다고 돌이켰다. 연기를 통해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경험이다.

“뮤지컬 ‘사춘기’를 공연할 때였어요. 무대에서 보니까 객석에 앉은 한 고등학생이 공연을 보면서 심하게 울고 있더라고요. 위로해줘야겠다 싶어서 공연 끝나고 그 친구에게 다가갔더니, 삶을 끝내고 싶은 마음에 힘들었는데 공연을 보고 희망을 느꼈다고 말하더라고요. 제가 배우의 일을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구나, 느꼈어요.”

배우 박해수. 사진제공|메리크리스마스


인연은 그대로 끝나지 않았다. 8년이 지난 뒤 박해수는 ‘유도소년’이란 공연으로 전국 투어를 진행했다. 어느 지방무대에 올랐을 때, 그의 눈에 울고 있는 또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8년 전 만난 바로 그 고등학생 관객이었다.

“바로 알아보겠더라고요. 이후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제 연기나 작품이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희망이나 힘을 줄 수 있다는 걸 알았죠. 그게 제가 배우를 계속 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박해수는 요즘 내년 초 방송을 계획한 드라마 ‘키마이라’의 사전 촬영에 한창이다. 두 세 가지를 한 번에 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지금은 ‘키마이라’에 올인한 상태”라는 그는 때때로 훗날 어떤 작품에 참여하고 싶은지도 상상해본다.

“힘들 때면 영화 ‘김씨표류기’를 자주 꺼내 봐요. 짜장면 먹는 장면만 봐도 울컥하죠(웃음). 그런 신선한 이야기와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박해수는 궁금한 배우다’고 평가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 박해수

▲ 1981년 11월21일생
▲ 2000년 단국대 연극영화과 입학
▲ 2007년 연극 ‘최강 코미디 미스터로비’ 데뷔
▲ 2008년 뮤지컬 ‘사춘기’
▲ 2009년 뮤지컬 ‘영웅’ 등
▲ 2011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신인상
▲ 2012년 동아연극상 유인촌신인상
▲ 2014년 연극 ‘맥베스’
▲ 2018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신인상
▲ 2019년 영화 ‘사냥의 시간’ 개봉 예정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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