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사리’ 김성철 “살벌했던 해변 전투신, ‘전우애’로 버텄죠”

입력 2019-09-2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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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성철. 사진제공|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 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 주연 김성철

“처음에는 ‘전쟁영화 찍는구나’ 싶었죠. 그러다 촬영 초반에 장사해변에 갔는데 우리가 하는 일이 단지 전쟁영화 작업이 아니라 역사를 기억하는 일이라는 사실이 확 다가오더라고요.”

한국전쟁 실화를 담은 ‘장사리:잊혀진 영웅들’의 주연 김성철(28)이 ‘20대의 눈으로 전쟁을 바라보니 어떠냐’는 물음에 내놓은 대답이다. “요즘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느끼지 못하는 시대인 듯하다”고 전제한 그는 “내가 느낀 마음이 20대 관객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며 “보는 동안 가진 속상한 마음이 감사함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했다.

25일 개봉하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감독 곽경택·김태훈·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은 1950년 9월14일과 15일 이틀간 경북 영덕 장사해변에서 실행된 장사상륙작전 이야기다. 미군의 인천상륙작전 성공을 돕기 위해 비밀리에 벌인 교란작전으로, 불과 2주간 훈련받은 772명의 학도병이 치른 전투를 스크린에 옮겼다.

19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김성철은 “시작과 끝이 다른, 성장하는 캐릭터를 좋아한다”며 “이번 영화에서도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성장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 “뭐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눈빛”


김성철은 학도병 가운데 주인공인 기하륜 역이다. 패기 넘치고 실력도 탁월하지만 라이벌 의식도 강한 인물. 시간이 지나면서 단단해지는 학도병들의 투지를 드러내는 주역이자, 서서히 드러나는 개인 사연으로 눈물샘도 자극한다.

전쟁영화이고 실화를 담은 작품답게 극을 이끄는 주요 캐릭터는 여럿이다. 김성철은 선배인 김명민, 김인권 그리고 최민호와 주축을 이뤄 탁월한 실력을 발휘한다.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실력자답게 첫 주연영화에서도 제 몫을 해낸다.

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에서의 김성철. 사진제공|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김성철은 자신이 “주어진 일을 열심히, 또 열심히 해내는 성격”이라고 했다. 열심히 하지 않는 연기자가 있겠냐 싶지만 그가 이렇게 강조하는 데는 “극도로 몰입한 탓에 주변까지 힘들게 만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가 이번 영화에서 모든 대사를 경상도 사투리로 소화한 과정에서도 그랬다. 연습에 지나치게 몰두해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스트레스를 줬다고 그는 말했다.

“발음이나 발성, 호흡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연극할 때도 사투리 대사 경험이 없어서 두려웠어요. 곽경택 감독님은 ‘네 눈을 보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지만(웃음). 현장의 느낌을 살리려고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된 대사를 수없이 반복해 들어가며 연습했고, 카메라가 꺼져도 눈 뜨고 있는 순간엔 전부 사투리만 썼어요.”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김성철은 데뷔를 준비하던 때 카페나 음식점 서빙, 택배물 상하차, 결혼식장 주차요원까지 다양한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섭렵했다. 매번 몰두해 일한 덕분에 아르바이트를 관둔다고 하면 “사장님들이 더 해 달라고 말릴 정도”였다고 했다.


● “넌 내공이 없어”

그런 성향 덕분인지 ‘장사리:잊혀진 영웅들’에서도 김성철은 집중력을 발휘한다. 장사 앞바다에 정박한 함선에서 폭풍우의 악천후를 뚫고 해변을 장악하는 학도병들의 처절한 전투로 시작하는 영화는 비밀작전에 성공했지만 이내 고립된 이들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비극을 넘어, 전쟁이 ‘왜’ 벌어졌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김성철은 그 중심에 있다.

“해변 전투나 해상 장면을 찍고 나면 ‘밥 먹었니’라는 한마디를 입으로 떼기조차 힘들었어요. 총알이 날라 다니고 옷은 터지고 정말 전쟁의 한복판이었죠. 제 근육이 얼마나 약한지 체감하면서 신체 한계점도 느꼈어요. 하하! 혹독한 상황을 겪다보니 배우들끼리 전우애 같은 감정이 생기더라고요.”

김성철은 중학교 1학년 때 학교 숙제를 하려고 대학로에서 연극 ‘라이어’를 보고 연기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감독이 되고 싶은 친구를 따라 연기학원에 등록한 게 시작이었다. 반대하던 부모에게 “연기를 하면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설득했고, 결국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진학했다.

“한창 연기를 배울 때 선생님들이 ‘넌 내공이 없다’는 말을 매일 했어요. 그 말을 들으면서 오기가 생긴 것 같아요. 열심히 치열하게 해보겠다는 마음이 생겼죠.”

배우 김성철. 사진제공|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김성철은 대학 졸업 뒤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뛰어들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 등 4년여 동안 무대에 집중했다. 드라마는 2017년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시작이다. 개성이 뚜렷하고 기본기 단단한 그를 알아본 제작진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22일 막을 내린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에서는 신념 굳은 인물 잎생을 연기해 시청자에 각인됐다.

“어떤 면에선 ‘장사리:잊혀진 영웅들’보다 ‘아스달 연대기’가 더 힘들었어요(웃음). 그래도 ‘잎생’이란 이름을 알아주니 감사해요. 인지도를 쌓는 것보다 참여한 작품의 역할에 충실해서 극중 캐릭터로 불리길 바라요. 그렇게 발전하는, 안정적인 배우가 되고 싶어요.” 3년 동안 쉼 없이 카메라 앞에 선 김성철은 연말 다시 무대로 돌아간다. 12월4일부터 내년 2월까지 뮤지컬 ‘빅 피쉬’에 참여한다. 그는 “공연을 하면 힐링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무대로 향한다”며 웃었다.


● 김성철

▲ 1991년 12월31일생
▲ 2012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입학
▲ 2014년 뮤지컬 ‘사춘기’ 데뷔
▲ 2016년 뮤지컬 ‘베르테르’, 2017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등
▲ 2018년 OCN 드라마 ‘플레이어’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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