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박기웅 “드라마=유기체, 모두가 ‘메시’여선 안돼”

입력 2019-10-02 1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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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①] 박기웅 “드라마=유기체, 모두가 ‘메시’여선 안돼”

MBC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을 조선 시대에 여자 사관(史官)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에서 시작된 퓨전 사극이다. 이런 가운데 신세경과 차은우 등 청춘 스타들을 전면에 내세워 또 한 편의 사극 로맨스를 표방했다.

그러나 이런 작품일수록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사극이라는 장르에 시청자들이 가지는 기본적인 기대감이 있기 때문. 왕세자 이진 역을 맡은 박기웅은 분명 ‘신입사관 구해령’이라는 작품에 무게감을 더하는 배우였다.


“이제 막 드라마 하나를 마쳤지만 개인적인 상태는 좋은 편이에요. 촬영 환경도 많이 바뀌기도 했고 우리 작품이 그런 규정들을 잘 지키기도 해서요. 체력이나 정신이 많이 소진된 상태는 아니에요.”

박기웅은 ‘신입사관 구해령’에서 세자 이진 역을 맡아 오랜만의 선역(?)을 맡았다. 극중 그는 대리청정을 하는 세자였고 늘 백성을 우선순위에 두는 리더로 나왔다. 그동안 박기웅이 시청자에게 각인시킨 캐릭터들과는 완전히 결이 달라서 더욱 인상 깊었다.

“작품을 볼 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선 극이 재미있는지 에요. 그 다음에 제가 맡을 캐릭터가 재미있는지를 보죠. 드라마는 캐릭터들이 각자 제 소리를 내고 하나의 유기체럼 굴러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축구로 치면 메시 같은 선수가 있으면 박지성 같은 선수도 있어야 하는 것처럼요, 꼭 제가 주연으로서 돋보이지 않아도 돼요.”

그의 말대로 박기웅은 이번 작품에서 조연(助演)이었다. 돋보이지 않아도 묵묵히 차은우와 신세경의 뒤를 받쳤고 극중 주요 사건들에서 믿음직한 세자 이진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박기웅이 연기한 캐릭터에 설레진 못했을망정 불안해 하진 않았다. 그는 극중 세자처럼 현실에서도 믿음직한 배우였으니까.

“시청자들이 보시기엔 큰 변화가 아닐 수 있지만 이번엔 일부러 저음을 더 많이 쓰려고 했어요, 지인이 운영하는 연기 학원에 가서 목소리에 대한 연습을 많이 했죠. 극중 역할이 대리 청정을 하는 세자였으니 선배님들과 대립하는 장면도 있어서 신뢰감과 에너지를 주는 소리를 내고 싶었어요.”

이런 노력에 일부 시청자들도 “박기웅이 이렇게 사극에 어울리는 발성일 줄 몰랐다”, “다음에도 사극을 해 달라”는 반응을 보였다. 눈에 확 띄지 않을 것 같은 박기웅의 노력이 통했음을 보여준다.


이제 박기웅은 어지간한 현장에서 중간급 고참이 됐다. 그럼에도 그는 연기에 대해 늘 생각하고 준비한다. “언제 제안이 들어올지 모르지만 미리 전라도 사투리도 공부해 놨다”는 말은 그의 연기 욕심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걸 증명한다.

“이제 현장에서 저한테 디렉션을 주시는 감독님도 많이 안 계세요.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제가 물을 것도 없이 막내였는데 어느새 스탭들도 저보다 어린 분들이 있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지금이 저에게 기로라고 생각해요. 연차가 쌓였다고 대우해주시는 게 감사하면서도 예전보다 더 책임감을 느껴요.”

박기웅은 그의 말대로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그의 말을 빌리면 부와 명예 같은 막연한 것들을 향해 손을 뻗던 20대를 지나 이제 박기웅은 연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한 명의 자연인으로서 변화 중이다.

“제가 저 스스로를 기특하게 여기는 건 이 작품에서 튀지 않았다는 거예요. 저도 예전엔 제게 주어진 신을 무조건 임팩트 있게 하려는 경향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게 좋은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작품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온전히 잘 전달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 깨달았어요. 언젠가 30대가 되고부터는 늘 임팩트 있고 각 잡힌 역할들만 해왔는데 요즘은 애드리브도 할 수 있는 러프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네요.”

사진=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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