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헤이즈 “이별 노래 모두 내 경험…이기적인가 생각도”

입력 2019-10-14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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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가장 큰 덕목은 듣는 이의 감정을 움직이고 생각을 바꾼다는 점이다. 싫어했던 계절이 좋아지고 삭막하게만 보이던 도시의 풍경을 새삼 신선하게 만드는 것 역시 좋은 음악의 힘이다.

최근 미니 5집 ‘만추’를 들고 돌아온 싱어송 라이터 헤이즈는 이런 음악의 힘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이다. 그는 더블타이틀곡 ‘만추’에서 연인과 이별하며 ‘너무 추워지기 전에 잘 됐어’라는 가사로 차갑고도 애절하게 보내는 모습을 표현한다. 남다른 시선으로 음악을 만들어 사람들을 위로한다.

“‘떨어지는 낙엽까지도’는 사람들이 보통 가을을 쓸쓸하고 슬픈 의미로만 받아들이는데 어떻게 보면 나무가 한번 앙상해 지고 추운 겨울이 지나고 나면 다시 풍성해지지 않나라는 생각에서 쓰게 됐어요. 잠깐 힘든 일을 겪어도 조금만 지나면 더 좋은 일이 오는 것처럼요. 그런 깨달음에서 만들게 됐어요.”

이런 가운데 더블 타이틀곡 ‘만추’는 헤이즈의 처절한 경험담을 녹여낸 곡이다. 오랫동안 사랑해 온 연인이 모종의 이유로 헤이즈를 떠나야 할 상황이 왔고 이를 눈치 챈 헤이즈의 당시 심정을 녹인 것.


“저에게 굉장히 잘해주고 착했던 사람이에요. 그래서 그 사람이 마음고생을 많이 한 것 같더라고요. 그 때 ‘오히려 내가 차갑게 일어서야 겠다’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말 같은 건 듣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 감정들을 담아 썼어요. 이 노래는 쓸 때도 울었고 녹음할 때도 한 번 끊었다가 진행할 정도로 힘들었어요. 그래도 있는 그대로의 저를 담아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에요.”

이처럼 헤이즈는 자연에서, 그리고 자신에게서 소재를 찾는다. ‘비도 오고 그래서’, ‘널 너무 모르고’가 그렇게 만들어진 히트곡들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이별 노래들이 제 경험담이긴 해요. 가끔 노래의 주인공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제가 너무 이기적인 건 아닌가 라는 생각도 했죠. 그래도 그 모든 것들이 제 경험이고 영감이니까 자연스럽게 노래로 만들게 됐어요.”

특히 ‘만추’에서는 요즘 대세 중 한 명은 크러쉬가 피처링을 도왔다. 개인적인 친분이 없음에도 헤이즈의 부탁으로 인해 성사됐고 크러쉬의 피처링은 ‘만추’를 완성시켰다.

“‘만추’를 쓰고 나서 이미지에 맞는 남자 보컬이 필요했어요. 크러쉬 씨는 딱 봐도 순둥순둥하고 착한 남자 잖아요. 사람들이 ‘크러쉬가 그랬다면 다 이유가 있을거야’하는 생각을 할 것 같았어요, 친분도 없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해주셔서 작업이 순조로웠죠.”

또한, 헤이즈는 이번 앨범에서 기리보이, 콜드 등과도 작업했다. 그는 “이번에 도와주신 분들이 하나 같이 나이스 했다”고 회상했다. 그만큼 조력자들 역시 헤이즈의 실력을 믿었다는 방증일 것이다.

“2018년에 나온 앨범 중에 ‘바람’이란 게 있어요. 그 앨범 나올 때 정말 여한이 없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 뒤의 작업물들도 제가 사랑하긴 하지만 뭔가 이맘 때쯤엔 정규가 나와야 돼 지금은 싱글을 내야 돼 이런 생각들로 만든 앨범들이거든요. 하지만 이번엔 자연스레 저의 모든 것들을 쏟아 부었어요. 차트 부담감보다는 행복해요. ‘바람’ 때 다음으로 떳떳하고 사랑하는 앨범이 될 것 같아요.”


이렇게 쏟아낸 헤이즈의 감성은 90년대 말 혹은 2000년대 초 그 어디쯤에 머물러 있다. 그는 이번 앨범에 캔디맨의 ‘일기’를 리메이크 했는데 그 이유가 다름 아닌 싸이월드 때문이란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하면서 제 공간은 BGM(비지엠)으로 채우는 걸 좋아해서 정말 자주 바꿨어요, ‘일기’라는 곡은 제가 BGM을 자주 바꾸는 편이었는데도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자주 흘렀던 곡이라서 선택했어요.”

이렇게 헤이즈는 조금씩 다른 일들을 벌인다. 그는 자신의 감성을 담은 ‘일기’ 같은 곡들을 모아 리메이크 앨범 발매를 원하고 또 관객들과 소통할 단독 콘서트 역시 희망한다. 여기에 ‘놀면 뭐하니?’를 통해 그의 앨범과는 또 다른 곡도 만들어 부른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반짝 스타일 줄 알았던 그의 성장은 보면 볼수록 기특하다.

“이제 앨범도 냈으니 늘 그랬던 것처럼 페스티벌이나 공연할 수 있는 무대로 가서 팬들과 만나려고 해요, 앞으로도 솔직한 이야기로 많은 분들께 공감이 되는 노래를 만들고 행복하게 부르고 싶어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스튜디오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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