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문유강, 올해의 가장 즐거운 발견

입력 2019-10-19 13: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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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학로에 가장 즐거운 발견은 배우 문유강일 것이다. 연극 ‘어나더 컨트리’에서 혜성 같이 나타난 이 신인 배우는 단박에 관객들의 눈에 들었다. 잘한다는 소문이 자자해지며 연예계 관련 종사업자들 역시 그에게 관심을 두게 됐다. ‘어나더 컨트리’에 이어 문유강이 관객들을 만나는 곳은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이다. 이미 뮤지컬로 만들어졌던 이 작품은 이지나 연출이 현시대로 무대를 옮겨놓고 ‘젠더 프리’라는 캐스팅을 선택하며 화제가 된 작품이다.

문유강은 극 중에서 ‘유진’의 사랑을 받고 ‘오스카’에게 선택 당해 유명 아티스트가 된 신진 아티스트 ‘제이드’ 역을 맡았다. ‘어나더 컨트리’ 때 맡았던 ‘저드’와는 아주 상반된 캐릭터라 흥미가 생겼다고. 배우로서 자신이 갖고 있는 점을 달리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 배우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외향과 성격 등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캐릭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점들이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진 것들이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에서는 어떻게 선보일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나더’와 ‘도리안’은 그 점에서 매우 극과 극의 제 모습을 사용할 수 있어서 꼭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에요.”

“’어나더’는 많은 계산을 해서 결과물이 나오는 연습 과정이었어요. 저드는 이성적이기도 했죠. 그 사회에서 ‘저드’라는 아이가 살아갈 때 어떤 모습으로 비춰져야 효과적으로 보일지, 어떤 색을 가지고 극의 중심에 설 수 있는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제이드’는 즉흥적인 상황에 던져진 기분이라고 할까요? 정해진 텍스트보다는 하고 싶은 말을 해보기도 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넣을 것은 넣고… 조금씩 쌓아가고자 하는 연습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맡고 있는 ‘제이드’는 현재 자신의 모습과 비슷한 지점이 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진 예술가인 제이드처럼 저 역시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이 크게 다가올 때가 있다. 이걸 크게 느끼려고 하지 않는 게 배우로서 내 노력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제이드의 대사 중에 ‘나는 진짜일까?’, ‘나도 갑작스러워, 이 모든 것들이’ 등을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내가 하고 있는 연기와 갖고 있는 그릇이 지금 내게 주어진 상황과 맞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아요. 제게 일어난 신기한 과정인 것 같아요.”

양극성질환을 갖고 있는 ‘제이드’를 연기하며 연민을 많이 느꼈다고 말한 그는 “그는 예술을 너무 하고 싶어 하고 유진을 사랑하는데 극과 극의 감정에 이끌려 다니고 있지 않나. 자신이 앓고 있는 병으로, 감정에 휘둘려 산다는 것에 대해 크나큰 연민을 갖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도 했다는 그는 “특정 인물을 만나보는 게 쉽지 않았다. 이지나 연출께서 실제 그 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고 유튜브 등을 통해 실제 경험담이 담긴 영상을 보기도 했다”라며 “그런 자료들을 토대로 연기를 준비했고 이지나 연출과 배우들과 상의를 하면서 제이드를 만들어나갔다”라고 말했다.

이번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통해 문유강은 말보다는 몸동작으로 연기를 하는 분량이 더 많다. 세세한 감정을 춤으로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대학생 시절 필수과목을 제외하고 무용 수업을 단 한 번도 듣지 않았다고 말한 문유강은 춤을 춰야 한다는 사실에 “남들 앞에서 춤을 춘다는 것이 창피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제이드는 독무가 많았던 터라 관련해 숙제가 정말 많았어요. 게다가 발레리나 김주원 누나가 저와 같은 역이니 굉장한 부담감이었죠. 처음엔 너무 부끄러워서 어떻게 해야 하나 어쩔 줄 몰랐는데 뻔뻔해지기로 결심했어요. 누군가가 웃어도, 내가 민망하더라도 해내야 한다는 다짐을 하며 연습했습니다. (웃음) 어느 날 이지나 연출께서 ‘넌 뻔뻔하게 장점이다. 너무 못 추는데 당당하게 하네!’라며 좋게 봐주셨죠. 김주원 누나도 늘 ‘멋지다’라며 칭찬해주시며 유용한 정보들을 많이 알려주셨어요.”


춤을 추며 연기를 하며 문유강은 ‘아름다움’에 대한 선입견도 깰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상에서 남자에게 ‘아름답다’라는 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지 않나. 이 작품이 ‘젠더 프리’이기도 했지만 인간 자체의 아름다움을 많이 생각해봤다. 꽃의 외형이 달라도 다 아름다운 것처럼 우리 모두가 다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배우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 것 같았다. 하지만 문유강 스스로는 그렇지 못했다. 연기를 시작했지만 왜 연기를 해야 할지 답을 찾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들어간 연극 반에서의 추억이 내겐 큰 선물이다. 경비 아저씨가 쫓아낼 때까지 학교에서 연극 연습을 했던 것이 정말 즐거웠다. 그 때는 연기를 하는 것보다 누군가와 함께 뭔가를 만들어나간다는 것에 대해 더 의미를 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열심히 입시를 준비해 막상 대학에 왔는데 내겐 여전히 연기를 해야 하는 이유가 의문이었어요. 함께 배우를 준비하는 동기들은 너무 명확한 이유가 있기에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제겐 배우가 되기 위한 특별한 사연이나 원동력이 없어 더 고민이었어요. 그러던 중 입대를 했고 그곳에서 전공자들을 모아 연극 대회를 나간 적이 있어요. 상을 받으면 휴가를 받는 것도 달콤한 보상이었지만 다시 연극을 했을 때 고등학교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 이후로 계속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전역 후에도 문유강은 연기를 계속 해보기로 결심했고 나름의 의미를 하나씩 찾기 시작했다. 그는 “내게 찾아오는 기회가 감사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점점 내가 하고 싶은 말과 내가 맡은 인물이 하고 싶은 말이 부합되는 것이 연기를 하는 내겐 굉장한 시너지로 작용됐고 누군가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내가 연기로 전해준다는 것은 큰 경험이 된 것 같다”라며 “배우가 이 세상에 있어야 할 이유를 찾은 동시에 내가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야 하는지 중요한지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앞서 말했듯, 올해 데뷔한 문유강은 특별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그는 “감사함과 변화가 많은 한 해를 보내고 있지만 나는 변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스스로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 같다”라며 “나도 인간이라 시간이 흐르면 생각이 변할 순 있지만 ‘나’라는 사람이 변하는 것, 내가 생각하고 있는 고유의 정체성은 잘 지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무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의 연기를 펼치고 싶다는 그는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연기를 할 수 있어서가 아닌 삶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고 싶다고 밝혔다.

“제가 요즘 느끼는 행복 중 하나는 그림 그리기예요. ‘어나더 컨트리’ 때 만난 최정우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고 ‘이거다!’ 싶었죠. 어릴 적 그림을 그렸던 적이 있어서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거든요. 밤 11시에 문을 연 화실을 찾아 도구들을 사서 그리고 있어요. 여전히 저는 연기를 좋아하고 할 수 있는 날까지 하고 싶지만 그 만큼 생각과 고민, 스트레스가 많을 거라 생각해요. 이런 것을 잘 해소하는 것도 배우로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일과 삶의 균형을 잘 맞춰서 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프로스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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