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마리 앙투아네트’ 손준호 “첫 공연, 사시나무처럼 바들바들 떨었어요”

입력 2019-10-25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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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마리 앙투아네트’ 손준호 “첫 공연, 사시나무처럼 바들바들 떨었어요”

“하고 싶은 역을 못하고 자꾸 떨어져서 실망했을 때 남경주 선생님께서 ‘10번 봐서 1~2개 붙는 게 인생이지. 1~2번 떨어지면 그게 재미가 있겠어? 그게 뮤지컬 배우의 숙명이야’라고 하시며 계속 도전하라 말씀해주셨어요. 한창 주눅이 들 때였는데 선생님 말씀을 듣고 나서는 오디션 보는 게 두렵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자꾸 부딪히고 도전하니 합격하는 횟수도 늘어나는 것 같고요. 특히 작년과 올해는 정말 감사한 해였던 것 같아요.”

스스로 “드문드문 공연했던 배우”라 칭했던 뮤지컬 배우 손준호가 지난해와 올해에는 ‘소’준호라 불릴 만큼 필모그래피를 남겼다. 올해만 해도 ‘엘리자벳’, ‘엑스칼리버’ 그리고 현재 올리고 있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연말에 ‘빅 피쉬’를 출연하게 됐고 매달 동탄에 있는 반석아트홀에서 ‘손준호와 함께하는 음악여행’이라는 기획 공연을 하고 있기도 하다.

갑자기 일에 대한 욕심이 생겨서도 아니다. 손준호에게 있어서 작품은 ‘쟁취’보다는 ‘운명’이라는 단어가 더 가깝다. 주어진 일을 하는 현재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내가 하고 싶다고 욕심을 내버리면 오히려 내 기대치만큼 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더라”며 “오디션은 최선을 다해 보지만 지나친 욕심을 부리진 않는 편이다. 때가 되면 (역할이)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마리 앙투아네트’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작품이었는걸요. ‘나는 왜 저걸 못할까?’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욕심을 안 내는 것이 제 방법인 것 같아요. 물론 그 와중에 놓치고 지나가는 작품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주어진 일을 잘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 같아요.”


현재 손준호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모든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인 매력적이고 용감한 스웨덴 귀족이자, 마리 앙투아네트를 사랑하는 남자인 ‘페르젠’ 역을 맡고 있다. 전작인 ‘엑스칼리버’의 멀린 역과는 변화의 폭이 크고 그 동안 손준호가 맡았던 캐릭터들과는 또 비슷하다. 이 역을 맡으며 손준호는 “어려움이나 부담감이 더 컸다”라고 말했다.

“줄곧 맡았던 캐릭터와 비슷하다는 평을 들을까 고민이 컸어요. 그래서 이전과 접근 방법이 같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부드러우면서도 심지가 곧은 페르젠을 보여주고자 했고 이게 되게 어려웠어요. 누구보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그를 위해 멀어져야했고 먼 곳에서도 그를 지켜주고자 노력했던 페르젠의 감정을 전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어요. 복잡스러운 내면을 표현하고자 연륜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하하하.”

이번 무대가 손준호에게 더 부담스러웠던 것은 공연이 시작되고 중간부터 투입이 된다는 것이었다. 다른 배우들과 한 달 반 동안 연습을 하고 드레스 리허설까지 마쳤기 때문에 어려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손준호는 예상과는 다른 긴장된 첫 공연을 마쳤다고 말했다.

그는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데뷔작도 공연 중간에 투입됐었던 터라 다를 바 없을 거라 생각했다. 또 그때는 어리기도 했기 때문에 패기로 공연을 마친 기억이 있다”라며 “그런데 이번엔 두려움이 확 몰려오더라. 지금은 웃어버릴 수 있는 추억이 됐지만 아직도 그 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라고 말했다.

“첫 공연이 이렇게 떨릴 줄은 몰랐어요. 원래 잘 떨지 않거든요. 수도 없이 연습을 하고 리허설까지 다 했는데 무대에 서니까 내가 어떻게 걷고 말하는지 모를 정도였어요.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몸에 열도 나고 입안이 다 말라버려서 발음이 안 되더라고요. 그날 공연 보러온 전동석이 ‘형, 왜 혀 짧은 소리를 내냐’며 놀렸어요. 평생의 놀림감이 하나 더 늘었죠. 그 정도로 떨었어요.”


‘마리 앙투아네트’에는 아내인 김소현도 함께 출연 중이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좋은 조언자가 되기도 한다. 아내의 똑 부러지는 평가가 많은 도움이 된다고. 그는 “원래 일 이야기를 많이 한다. 경력으로서는 아내가 선배이기 때문에 가끔 지적을 받으면 ‘네, 1.5세대 선배님’이라고 농을 치며 답한다”라고 말했다.

“함께 출연하는 것이 처음부터 편한 건 아니었어요. 2~3년 전까지만 해도 부담스럽게 느껴졌는데 많은 분들이 우리 부부가 나오는 것에 대해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 요즘은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하려고 해요. 오디션 열심히 보고요! 그럼에도 관객들께서 김소현‧손준호 부부, 주안이 엄마‧아빠로 비춰질 것 같은 작품은 지양하는 편이에요. 무엇보다 관객들이 극에 집중하시기에 좋은 작품들을 고르려고 노력합니다.”

손준호의 차기작은 뮤지컬 ‘빅 피쉬’다. ‘빅 피쉬’는 다니엘 월러스의 원작 소설(1998)과 국내에서 두터운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팀 버튼 감독의 영화(2003)로도 잘 알려진 작품이다. 손준호는 겉으로는 평범한 세일즈맨이지만 믿기 힘들 정도로 환상적인 에피소드가 가득 찬 낭만적인 허풍쟁이 아빠 '에드워드' 역을 맡았다.

동명영화를 좋아했던 터라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손준호는 꼭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들 ‘윌’이 아닌 아버지 역할을 택한 이유에 대해 “아이를 키우는 아빠이기 때문이다. 37살을 살았고 아빠로는 8년을 살았는데 어릴 때 몰랐던 아빠의 마음을 이젠 조금이나마 알겠더라”고 말했다.


“아들로서 살아왔던 인생과 아버지로서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더라고요. 제가 아빠가 되니 과거 아버지가 제게 해줬던 것들이 결국 사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더 커졌습니다. 함께 하는 남경주, 박호산 선배보다 많이 부족하겠지만 정말 해보고 싶은 역할이어서 도전했죠.”

한창 연습을 하고 있는 와중에 배우들 사이에서는 한 곡을 완창하는 게 목표가 돼버렸다고도 말했다. 그는 “무대에 서는 배우로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자꾸 우리가 관찰자가 되더라. 노래를 부르다보면 눈물이 쏟아져서 곡 하나를 제대로 마친 적이 없다. 그래서 우리끼리는 완창을 하는 게 목표가 돼버렸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올 연말까지 손준호는 관객들과 함께 할 예정이다. 그는 “두 작품을 통해 많은 분들이 ‘사랑’을 많이 느끼시고 가셨으면 좋겠다”라며 “포근함과 가족애를 느끼는 연말을 보내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지금부터 연말까지 ‘마리 앙투아네트’와 ‘빅 피쉬’로 관객들 앞에 서니까 정말 좋아요. 부족할지 모르겠지만 진심을 다해 무대에 오르려고 합니다. 집으로 돌아가실 때 좋은 기억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싸이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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