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해치지 않아’ 안재홍 “북극곰 탈 쓰고 연기, 프로필 돌리던 시절 생각나”

입력 2020-01-15 1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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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지 않아’는 안재홍이 주연으로 앞장 선 첫 영화다. 이에 대해 안재홍은 “‘동산파크’를 책임지는 ‘태수’와 같은 마음이다. 하지만 나의 모습을 더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보다 재미를 운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다”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올해 상반기는 안재홍의 여러 얼굴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15일 개봉한 ‘해치지 않아’에서 온갖 무시를 당해도 꿋꿋이 버티는 청년 ‘태수’ 역부터 2월의 개봉할 ‘사냥의 시간’에서 ‘장호’역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예고했다. 게다가 보기만 해도 흐뭇한 강하늘, 옹성우와 함께 예능 프로그램 촬영차 아르헨티나를 다녀오기도 했다. 어느 때보다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나선 안재홍의 모습이 가장 먼저 공개되는 작품은 영화 ‘해치지않아’이다.

동물 없는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해치지 않아’에서 안재홍은 우리네 청춘의 얼굴을 담은 ‘태수’역을 맡았다. ‘태수’는 겨우 거대 로펌에 취직한 수습직원으로 정직원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윗사람들에게 잘 보여야 하는 상황. 그러던 중 ‘기업 파트너가 인수한 동물원 ’동산파크‘가 정상 운영이 되게 하라’는 임무를 받고 동물원장이 된다. 그런데 막상 동물원을 가보니 기린, 사자, 고릴라 등은 재정난으로 모두 다른 곳으로 가게 된 것. 결국 그는 직접 탈을 써 동물 흉내를 내기로 결심하고 동물원 정상화를 위해 비지땀을 흘린다.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이 시나리오를 받은 안재홍은 “신선하고 기발하고 재미있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소재라서 끌렸다. 정말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이 보고 즐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저럴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영화에 임했다. 얼마나 사람이 절박했으면 저런 황당한 계획을 진행 했나 싶을 정도로 태수의 감정에 집중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극 초반에 같은 학교 출신 친구가 나오잖아요. 그런데 걔는 정직원이고 태수는 불안정한 수습인데 얼마나 자괴감이 들겠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자꾸 뭘 챙겨주려고 하는데 짜증나는 상황인 거죠. 진짜 그 친구는 도와주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태수 입장에선 그런 것조차 예민한 거죠. 그러다가 우연히 회사에서 자기에게 정사원을 보장하며 미션을 주는데 얼마나 절박했겠어요. 진짜 뭐라도 했을 것 같아요. 그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실함을 중점에 두고 연기했어요. 저 역시 연기 시작할 때 모습이 생각났어요. 정말 절박했거든요. 이게 얼마 되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어요. 오디션 보고, 프로필 돌리러 제작사 찾아가고…. 그 때는 프로필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기도 했어요. 그런 순간들이 있어서 연기에 더 도움이 됐어요.”


북극곰 연기를 위해 가진 애를 쓰는 태수 연기를 위해 실제로 안재홍은 북극곰 수트를 입고 촬영했다. 동물 탈은 또 다른 주인공이나 마찬가지였다. 약 4~5개월에 걸쳐 제작이 되는 동물 탈을 본 안재홍은 “늘 의구심만 들다가 실제로 보니 ‘와, 이거 진짜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야크, 산양, 여우, 늑대 등 다양한 동물 털을 총동원, 털 한 올의 모질과 굵기, 밝기와 색감까지 고려한 것은 물론, 동물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수의사의 자문까지 받아 최종 털 수트가 완성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에 콜라 먹는 북극곰을 위한 라텍스 주머니, 사족 보행과 이족 보행을 할 때 고개 각도가 달라지는 것을 반영한 두 가지의 버전의 북극곰 머리까지 세세한 요소를 놓치지 않고 준비했다.

동물을 좋아한다는 안재홍은 “신나고 재미있었다. 수트가 제법 무겁고 크더라. 약 10kg 정도가 된다고 들었다. 가장 신경을 쓴 점은 곰의 움직임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움직임과 실제로 보이는 움직임은 다르더라. 그래서 머리 각도나 움직임을 늘 생각하면서 연기해야 했다”라며 “그럼에도 재미있었다. 언제 내가 이런 수트를 입고 촬영해보겠나 싶었다. 가끔은 너무 신나서 그 감정을 억눌러야 할 때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현장 대부분이 재미를 느꼈지만 묘한 감정을 느낄 때도 있었다고. 안재홍은 “실제로 우리 안에 갇혀보니 기분이 좀 이상하더라. 진짜 동물원이 아닌 영화 세트장이라서 별다른 느낌이 안들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대규모 보조 출연자 분들이 앞에 계신데 우리에서 나오는 연기를 하는데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낯설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강소라(소원 역)과 밤에 북극곰 까만코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감독님께서 철장에 걸고 우리를 찍으셨어요. 오히려 동물들 촬영할 때는 철장을 풀고 찍으셨어요. 모순된 것 같지만 이것조차 손재곤 감독님이 의도하신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가 만약 갇힌 느낌이면 어떨지를 느꼈으면 싶으셨나 봐요. ‘해치지 않아’를 보면 동물의 권리 등 서브플롯(Subplot)도 느끼실 수 있으실 거예요. 저 역시 그런 메시지를 숨겨 놓으신 감독님의 태도가 정말 좋았어요.”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함께 한 배우들과 호흡은 어땠을까. 특히 코믹 연기의 대가이자 대선배인 박영규와의 만남은 잊을 수 없다고 안재홍은 말했다. 그는 “‘순풍 산부인과’를 보며 자랐다. 레전드 시트콤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봐도 정말 재밌다”라며 “시대를 초월한 전설을 만난 기분이었다”라고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 나오는 장면은 정말 마음을 활짝 열고 연기를 했어요. 실제로 굉장히 멋지세요. 방탄소년단의 팬이시라 노래도 많이 부르시고 최신 영화도 다 보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선생님이 크게 어렵다는 생각을 안 했어요. 제겐 또 다른 자극이 된 분이신 것 같아요.”

재미있는 연기를 말하자면 안재홍도 빼놓을 수 없지 않는가. 안재홍을 생각하면 여전히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가 떠오른다. 그는 “정말 감사한 작품이다. ‘응답하라 1988’로 인해 많은 분들이 절 알아주셨다”라며 “그럼에도 코믹한 연기만 하겠다는 고집은 없다.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 길지 않은 시간에 다른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새해 계획을 물어보니 ‘영어 공부’다. 안재홍은 “아르헨티나를 다녀오고 나서 영어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여행 다녀오면 다들 그러지 않나”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어느덧 35살이 됐더라고요. 매년 세우는 목표지만 연기자로서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뵙고 싶고 새로운 작품으로 많은 분들을 반갑게 만나고 싶어요. 아직 못해본 것이 많아 더 기대되는 새해입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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