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간택’ 이화겸 “진세연에 연기 조언 받아…고민 나누기도”

입력 2020-02-20 16: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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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간택’ 이화겸 “진세연에 연기 조언 받아…고민 나누기도”

언젠가 드라마 시장에서 사극은 모두가 기피하는 장르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소위 PPL(간접광고)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장르도 아닐뿐더러 배우 입장에서는 자신이 가진 연기력이 낱낱이 드러나니 반가워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언제나 어려움에 맞서는 도전자는 늘 존재하는 법이다. 최근 종영한 TV조선 ‘간택-여인들의 전쟁’에서 김송이 역을 맡아 활약한 배우 이화겸 역시 그런 도전자들 중 한 명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사극을 하게 됐어요. 예전부터 사극을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 작품으로 저의 작은 소원 하나를 이루게 돼 기뻐요. 걱정도 많았지만 주변의 배우들이 도와줘서 기쁘고 행복하게 잘 마칠 수 있었어요.”

그러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사극은 배우들에게 역시 불리한 장르 중 하나다. 발성부터 발음, 그리고 감정 연기에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은 물론 대사 역시 현대극과는 천지 차이다. 작은 소원으로 부르기엔 과제가 너무 많았던 셈이다.


“사극은 제가 살아보지 못한 과거를 배경으로 하잖아요. 상상만 했던 조선시대의 여인이 실제로 되어 보고 살아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었어요. 연기를 하면서 제일 신경 쓴 부분은 어미 처리였어요. 우리가 쓰는 평소 말투와는 다르다 보니 스스로 어색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계속 녹음을 하고 들어보면서 고쳐 나갔죠.”

특히 이화겸의 사극 도전이 높게 평가 받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오랫동안 걸그룹 헬로 비너스로 활동해 왔기 때문이다. 가수에서 배우로, 그 가운데 사극에 도전해 소기의 성과를 거둔 부분은 이화겸 본인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다.

“헬로 비너스 때는 우리가 부르는 곡을 표현하려다 보니 깜찍하고 파릇파릇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송이 덕분에 처음으로 강인한 면도 보여주고 화도 내봤죠. 제 안에서 처음 발견하는 모습들을 많이 만났어요.”

이화겸은 비록 ‘간택’의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역을 맡았다. 극중의 악녀 김송이 역을 맡아 은보 역의 진세연과 대립하고 갈등하며 극중의 사건을 만들었다.

“또래 배우들과 연기를 하면서 정말 많이 친해졌어요. 특히 진세연 언니는 이전에도 사극을 많이 했어서 제 고민을 많이 나눴어요. 제가 대사 연습을 할 때 혼자 녹음이나 촬영을 하면서 공부를 했는데 세연 언니는 계속 서로 말을 맞춰 보라고 조언해 줬어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사가 나올 거라고 조언해 주더라고요.”

“나중에는 너무 친해져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왔다”던 이화겸. 그래서였을까. '간택'은 채널적인 특성과 방송 시간대로 인해 접근성이 낮았음에도 마니아층을 만드는 성과를 거뒀다.

“작품이 워낙 늦은 시간대에 방영을 하다 보니 ‘많이 안 보시면 어쩌나’ 걱정도 했어요. 하지만 우리 작품을 지지해 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잘 끝났고 누군가에겐 여운이 남는 작품이 됐구나라는 생각에 기뻐요.”


이화겸은 ‘간택’에서 집안의 권력을 이용해 중전의 자리에 오르려는 김송이 역을 맡았다. 극중 진세연은 물론, 이열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경쟁자들을 방해하고 괴롭혔다. 이화겸 본인 역시 이런 치열한 경쟁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삶을 살았다.

“작품 안에서 송이가 중전의 자리를 간절하게 추구하는 마음 자체는 저도 이해가 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남에게 해코지를 하는 부분에 대해선 납득이 안 가지만요. 그래도 저 역시 오디션을 보고, 걸그룹이 되려고 계속 경쟁도 해봤죠. 전 경쟁자에게 신경 쓰기보다 제 잠을 포기하고 연습을 하는 스타일이에요. 잠을 좀 못 자더라고 제가 만족스러울 때까지 연습을 하는 게 나아요.”

이런 경쟁을 거쳐 그는 헬로비너스의 멤버 유영으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자연스레 배우로서의 전향이 결정된 후 지금의 이화겸이라는 이름을 얻어 개명했다. 헬로비너스 출신이라는 메리트를 포기한 셈이다.

“배우 일을 하게 되면서 완전한 신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었어요. 어머니가 작명소에서 이 이름을 지어오셨는데 처음엔 저도 낯설고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도 지금은 묵직하고 중성적인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제가 4~50대가 되어도 저를 잘 지켜줄 것 같은 이름이에요.”


이제 이화겸은 헬로비너스 유영이 아닌 배우 이화겸으로서 대중을 만나고 있다. 걸그룹 활동 때의 아쉬움은 없냐는 질문에 “우리를 꾸준히 사랑해 주신 팬들이 있었다는 점에서 헬로비너스는 성공한 걸그룹”이라고 당찬 대답도 내놓았다.

“처음부터 연기를 하기 위해 지금의 판타지오에 오디션을 봤고 그 와중에 감사하게도 걸그룹 제안을 받았죠. 그러다가 각자의 길을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왔을 때 자연스럽게 제 길을 고르게 됐고요. 이름도 바꾸고 이제는 걸그룹도 아니지만 그 이전의 경험들은 다 제 안에 쌓여있다고 생각해요. 신인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도, 이름을 바꿔 배우로 다시 시작하는 것에도 아쉬움은 없어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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