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박강현 “영혼 탈탈 갈아 넣은 ‘웃는 남자’ 의미 크죠”

입력 2020-02-24 14: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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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DA:인터뷰] 박강현 “영혼 탈탈 갈아 넣은 ‘웃는 남자’ 의미 크죠”

배우에게 대표작이라는 것은 필모그래피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어떤 작품을 말하면 특정 배우가 떠오르는 정도라고 해야 하나. 예를 들어 ‘지킬 앤 하이드’를 하면 열에 아홉은 조승우를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웃는 남자’는 뮤지컬 배우 박강현에게 빼놓을 수 없는 대표작이다. 초연 당시 함께 했던 대중가수인 박효신과 엑소 수호의 유명세에 밀리긴 했지만 실력으로는 누구보다 호평을 받았다. 이에 박강현의 ‘웃는 남자’를 찾는 관객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했고 재연에도 참여하게 됐다. 이제는 이 제목을 말하면 박강현이 저절로 떠오른다. 오롯이 그의 노력과 실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시킨 셈이다.

재연에 참여하는 소감을 묻자 박강현은 “두근거림이 있고 초연보다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내 손으로 만들었던 작품이고 어떻게 하면 깊이를 가져갈지 고민을 많이 했다”라며 “특히 이번에 장면 순서가 바뀌며 ‘그윈 플렌’의 여정이 더 자연스러워져 열정을 가지고 더 잘 하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작품을 대하는 태도의 깊이는 더 깊어진 것 같아요. 데아와 우르수스를 대하는 마음이라든지,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나서는 태도가 더 강력해진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체력적으로, 심적으로 더 힘들긴 해요. 했던 것을 하는 거라 수월할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커튼콜을 할 때 제대로 서 있지 못하겠더라고요. ‘영혼을 갈아 넣었다’는 표현을 쓰고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을 쏟으며 공연에 임하고 있어요.”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열정적으로 임한 덕분에 연출자인 로버트 요한슨은 그에게 직접 극찬을 하기도 했다고. 박강현은 “제 공연을 본 로버트 요한슨이 ‘지금까지 공연 중에 가장 완벽했다. 내가 원하는 그윈 플렌의 모든 것을 다 표현해줬다’라며 칭찬을 해주는데 감동적이었다. 기특한지 머리도 한 대 ‘꽁’ 때리더라. 이제는 그래도 되는 사이다. 몇 작품을 하다 보니 눈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아는 사이가 됐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박강현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더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힘썼다. 연출부와 항상 이야기를 나누며 열심히 장면의 순서나 대사를 바꿔보기도 했다. 그는 “극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다. 생각하고 말로 하는 것은 쉽지만 그걸 구현해낸다는 것 어려운 일이다. 재미있지만 어렵다”라며 “내가 바라는 것을 모두 구현할 수 없기에 아쉬움도 있지만 최선의 작품을 보이고자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제 모습보다 극이 주는 메시지가 더 돋보였으면 좋겠어요. 물론 캐릭터가 돋보여야 하는 극이 있기도 하죠. 극이 지향하는 목표점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웃는 남자’는 캐릭터보다 메시지가 더 중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윈 플렌의 여정이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 그것에 힘쓰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더욱 잘 전달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매일 숙제하는 기분으로 살고 있어요.”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아직 경력이 5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박강현을 ‘롤모델’로 삼는 후배들도 제법 많아졌다. 본인도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유를 모르겠지만 과분한 평가 같다. 그럼에도 내가 운이 좋은 사람인 것은 맞다. 데뷔를 하면서 좋은 작품을 많이 할 수 있게 됐다”라고 했다. 이어 “언제나 더 잘하려고, 성장하려고 하는 모습에서 그런 말씀을 해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를 응원하는 팬들 역시 늘었다. 작년에는 처음으로 팬미팅을 하기도 했다. 팬들과의 시간을 위해 초대 손님 한 명 없이 팬미팅을 진행했다. 그는 “혼자해서 뿌듯하기도 하다. 보러 와주신 분들에게 너무 감사드린다. 만족하셨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 한다면 좀 더 재미있게 하고 싶다”라며 “나 역시 현실인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오로지 나 혼자를 보러 오신 분들이 계신 것이 너무 신기했다. 뜻 깊은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웃는 남자’가 끝나면 박강현은 작품이 들어올 때까지 쉴 계획이다. “몇 년 만에 쉼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한 그는 꼭 운동을 해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고 있다. 공연 할 동안 한 운동은 손가락 운동밖에 없다나. 운동 외에도 하지 못했던 일상생활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추측하건대, 그의 쉼은 그리 오래 되지 않을 것 같다. ‘대세’인 이 배우와 함께 하고픈 제작자들이 많을 테니 말이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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