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스토브리그’ 박소진 “늦어도 천천히, 이제 시작이에요”

입력 2020-02-28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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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①] ‘스토브리그’ 박소진 “늦어도 천천히, 이제 시작이에요”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걸스데이 네 멤버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가수로 데뷔해 예능에서 두각을 드러냈고 배우로서 제2의 도약에 나섰다는 것. 박소진, 유라(김아영), 방민아, 이혜리 모두 각자 연예계 올라운더로 활동 중이다.

걸스데이 리더이자 큰 언니 박소진은 세 멤버에 비해 가장 늦게 연기에 정식으로 입문했다. 그룹 활동 시절에도 드문드문 연기를 경험했지만 연기자로서 첫 작품은 연극 ‘러브 스코어’. 무대에서 보고 느끼고 겪으며 연기의 ‘참 맛’을 알게 됐다는 박소진에게 이번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무엇보다 의미 깊은 ‘첫’ 드라마였다.

“‘스토브리그’ 오디션 합격 전화를 받고 엄청 울었어요. 기회를 만나기 정말 쉽지 않았으니까요. 선택받음에 감사했죠. 끝나고 나니 작품이 큰 사랑을 받아서 더 감사해요. 좋은 스태프들과 선배들을 만나 행운이었고 그 안에서 저를 기억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더더욱 감사했어요.”


지난 14일 종영한 ‘스토브리그’에서 박소진은 열혈 스포츠 아나운서 김영채 역을 연기했다. 김영채는 저널리스트로 성공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대담한 캐릭터. 극중 길창주(이용우)와의 인터뷰를 ‘악마의 편집’으로 조작하는 등 악의적인 보도로 ‘드림즈’ 운영팀에 위기감을 조성하며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어쩌면 과몰입한 애청자들이 ‘눈엣가시’로 볼 정도로 얄미운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YTN 채널을 틀어놓고 연습하곤 했어요. 앵커, 기자, 스포츠 아나운서의 인터뷰를 다양하게 참고해서 캐릭터를 준비했죠. 특히 최희 아나운서의 영상을 많이 봤어요. 비호감 캐릭터요? 자칫 그렇게 비춰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 제가 그런 건 아니니까요(웃음). 이왕 하는 거 확실히 하자 싶었어요. 새로운 시도에 대한 매력도 충분히 있었고요. 제가 느끼기에 영채는 정말 자기 일을 너무 잘하고 싶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세게 보여질 수밖에 없지만 그의 방식이 단순히 세거나 직설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가장 기분 좋았던 평가는 “얄밉다”라는 반응. 박소진은 “괜히 내가 미움 받는 것 같아서 아프기도 했지만 ‘확실히 얄미웠으면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고백했다. “대사를 너무 천천히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나도 그렇게 천천히 말하는 사람인지 몰랐다. 모니터링하고 중간부터는 속도를 좀 더 붙였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일부 시청자들에 아쉬워한 연기력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안 속상하면 사람이 아니죠. 처음에는 되게 속상했어요. ‘그런 글에 미움을 가져야 하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악의적으로 느껴지는 댓글도 있었지만…. ‘당연히 지금이 최선이 아니잖아’ ‘이 이상이 없을 리가 없잖아’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졌던 것 같아요. 저는 이제 시작했고, 많이 알아가는 중이니까요. 당장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게 이상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면서 (혹평도)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상처받기보다는 의지로 극복, 연기에 더더욱 열정을 불태웠다는 박소진. 그는 연기에 대한 마음가짐의 터닝 포인트로 연극 무대를 꼽았다. 2018년 연극 ‘러브 스코어’로 무대에 오른 박소진은 현재 공연 중인 두 번째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얘기 좀 할까?’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너무 커서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가수로 활동하면서도 ‘어디까지 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고민의 시간은 길었고 두려움도 걱정도 컸죠. 나이 들면서 열정이 타기 쉽지 않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연극을 하면서 타올랐어요. 10대 시절보다, 음악을 할 때보다 지금 연기를 더 강렬하게 원하고 사랑하고 있어요. 일을 사랑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해요.”

데뷔 10년차 ‘신인 배우’ 박소진은 여전히 오디션을 보면서 차기작의 인연을 기다리고 있다고. 박소진은 잔혹한 연예계의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하면서도 느리지만 언젠가 완성할 자신만의 청사진을 그렸다.

“오디션을 본다고 하면 다들 의외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들어온 것만 해도 되지 않냐’고 하는 분도 있었죠. 하지만 제가 두드리지 않으면 대중은 제가 뭘 하고 싶은지 궁금해 하지도 않아요. 지금도 오디션에서 떨어지면 속상하기도 하지만 언젠가 작은 것이라도 제가 원하는 것을 보여줄 날이 올 거라고 확실히 믿고 있어요. 연기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제가 다른 누군가보다는 쉬울 수 있겠지만, 세상은 정말 쉽지 않잖아요. 가수도 늦게 됐는데 이상하게 남들보다 늦어요. 그런데 그게 제 인생인 것 같아요. 늦게 시작한 만큼 다른 것을 다양하게 경험한 장점도 있다고 생각해요. 마음 굳게 먹었어요. 저는, 이제 시작이에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눈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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