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②] 민영기 “11년된 ‘엄유민법’ 속내 다 꺼내놓을 수 있는 친구”

입력 2020-02-28 1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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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EMK엔터테인먼트

→베테랑 토크①에서 이어집니다.

뮤지컬 배우 민영기에게 빼놓을 수 없는 수식어가 있다면 ‘엄유민법’이다. 2009년 뮤지컬 ‘삼총사’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엄기준, 유준상, 민영기, 김법래 네 사람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따 팬들이 부르는 애칭이자 이들의 대표적인 콘서트 브랜드다. 그런데 이들에게 최근 수식어가 하나 더 생겼다. ‘반백의 아이돌’이다. 팬들과 함께 해시태그 이벤트를 했는데 거기서 나온 것이라고. 덕분에 아이돌 위주로 출연하는 MBC ‘쇼! 음악중심’에도 출연하게 됐다.

“‘비디오스타’에서 ‘반백의 아이돌’이라고 계속 강조했더니 ‘쇼! 음악중심’에서 ‘핫코너’로 섭외를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더라고요. 요즘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는 아이돌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양준일 등 그 해의 주목 받는 분들도 나이에 상관없이 무대에 오르시더라고요. 최근에 미팅을 마쳤고 29일 방송이 돼요.”

이번 방송은 엄기준의 적극적인 태도로 성사됐다고. 민영기는 “우리들 사이에서 엄기준은 ‘부정의 아이콘’이다. 낯도 무척 가리고 방송 출연하면 말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라 ‘쇼! 음악중심’ 섭외가 들어왔다는 유준상 형의 말에 은근 엄기준의 눈치를 봤다”라며 “그래서 김법래 형과 나는 해도 좋고 안 해도 된다는 식으로 답을 보냈는데 엄기준이 한참 뒤에 ‘꼭 하고 싶어요!’라고 답변을 남겼더라”고 말했다.

“우리 세 명 모두 깜짝 놀랐죠. 엄기준이 ‘진짜 해보고 싶다. 우리가 언제 ’쇼! 음악 중심‘에 나가보겠나. 하루라도 젊었을 때 나가보고 싶다’라고 해서 그 이후에는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어요. 음악 방송 출연은 저로선 영광입니다. 올해 제가 48세가 됐는데 언제 이런 곳에 나가보겠어요. 후회하지 않을 무대 꾸며야죠. 아내와 아이도 너무 좋아해요.”

사진제공=MBC에브리원


민영기는 ‘엄유민법’으로 11년간 함께 했던 이들이 이제는 가족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누구나 그렇듯,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하면 여러 가지 이유들로 친한 동창들을 예전처럼 자주 만나지 못해 사이가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민영기는 그런 와중에 유준상, 엄기준, 김법래를 만났고 매일 연락을 할 정도로 떼놓을 수 없는 동료들이 됐다.

그는 “유준상 형 인터뷰를 보니 ‘50세가 되니 친구가 없더라’는 글이 있더라. 우리가 전부라고. 직업 특성상 이 업계에 있지 않은 사람들과 친구가 되긴 어려운 환경이다”라며 “결국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이 전부인데 우리끼리도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보니 모든 속내를 털어놓을 사람은 많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런 동료들을 만나는 게 흔치 않은 일이긴 해요. 유준상 형 같은 경우는 제가 ‘살인마 잭’ 할 때 신종플루 때문에 자가 격리 중이어서 대신 공연을 서줬어요. 그 때 제가 결혼도 준비 중이서 돈이 필요한 걸 알았는지 저 대신 출연했던 출연료를 제 통장으로 넣어주시더라고요. 본인이 가질 수가 없다면서…. 제 결혼식 사회를 유준상 형이 봐주시기도 했고요. 나머지 두 명도 제게 늘 힘이 되는 존재예요.”

‘엄유민법’ 이후 남자 뮤지컬 배우들 중 마음에 맞는 몇 명은 이들처럼 그룹을 만들어 활동을 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 최민철, 최수형, 문종원, 양준모, 조순창, 김대종는 ‘섹시 동안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2018년 콘서트를 열었고 이지훈, 손준호, 민우혁, 전동석은 올해 2월 ‘판타스틱 콘서트’를 열었다. 이에 대해 민영기는 “긍정적인 파생효과”라고 하면서 “그래도 ‘엄유민법’이 최고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저희 네 명이 함께한 세월이 11년인 걸요. 같이 한 작품만 여러 개 되니 콘서트를 할 때 소재가 되게 많더라고요. 그리고 네 명 모두 음역대가 달라서 화음도 잘 맞춰지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에겐 ‘열정맨’ 유준상 형이 있잖아요. (웃음) 올해도 이미 많은 것들을 준비해놓고 계시더라고요. 5월에 여행을 가자는데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하하. 머리가 희끗희끗해질 때까지 네 명이서 뭘 할지 더 궁금해집니다.”

→베테랑③으로 이어집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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