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연기 그만두고 싶기도…” 조한선, 다시 쓴 ‘인생캐=임동규’

입력 2020-03-03 0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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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연기 그만두고 싶기도…” 조한선, 다시 쓴 ‘인생캐=임동규’

‘인생캐’. ‘인생 캐릭터’의 준말로 배우에게 있어 인생에 길이 남을 만큼 훌륭하게 연기한 캐릭터를 뜻하는 표현이다. 배우 조한선에게 있어 그의 필모그래피의 대표적인 ‘인생캐’는 영화 ‘늑대의 유혹’(2004)의 반해원이었다. 정태성(강동원)과 쌍두마차를 이루는 진한 매력으로 팬들을 결정 장애의 늪에 빠뜨린 주인공. 이후로도 조한선은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와 ‘그래, 그런거야’ ‘빙의’ 등 다양한 캐릭터를 입으며 변신을 꾀했다. 그렇게 16년 만에 두 번째 ‘인생캐’를 드디어 만났다.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임동규를.

“임동규로 이렇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줄 몰랐어요.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서 민폐를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지금도 얼떨떨해요. 유튜브 영상과 ‘짤’이 돌아다니는 것 볼 때마다 신기하고요. 인터뷰를 하는 것도 되게 오랜만이에요.”


지난달 종영한 ‘스토브리그’는 팬들의 눈물마저 마른 야구 꼴찌팀에 새로 부임한 단장이 남다른 시즌을 준비하는 뜨거운 겨울을 담은 드라마다. 첫 회 시청률 5.5%에서 시작해 상승세를 보이다 마지막 회 19.1%로 극적인 성공 신화를 써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조한선은 드림즈 구단의 영구결번 선수를 꿈꾸던 ‘4번 타자’에서 일련의 사건으로 격변을 겪는 야구선수 임동규를 연기했다. 운동선수 역할을 위해 7kg 체중 감량까지 한 그는 초반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가 11회 재등장하며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캐스팅 될 때는 대본이 4부까지만 나온 상황이었어요. 스포츠 드라마가 아주 옛날 빼고는 잘 된 선례가 없어서 조금 걱정됐지만 감독님과 작가님의 확신에 찬 모습에 믿음을 가졌죠. 저에게는 할 수밖에 없는, 도전이었어요. 제가 등장한 초반에는 시청률이 낮아서 조금 걱정했는데 11회에 재등장할 때도 심리적으로 압박감과 불안감이 없지 않았죠. 팀에 민폐가 될까봐 더 치열하게 캐릭터에 파고들었어요. 아마 2회 이후에는 안 나올 거라고 생각한 분들도 있었을 거예요. 제 생각에는 전략적인 ‘특별출연’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조한선은 임동규를 준비하며 코디 벨린저(LA 다저스)의 영상과 김태균(한화 이글스)의 조언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축구선수로 활동했던 경험 또한 프로 야구선수 임동규를 만들고 표현하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

“축구선수를 한 게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다만 축구와 야구는 쓰는 근육이 다르다 보니 기술적으로는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첫 훈련을 마치고 나서 앓아 누웠죠. 손에 멍이 들고 살이 까질 때까지 배우고 연습했지만 타격은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루틴 동작이나 스윙 동작이 최대한 어색해 보이지 않도록 몸에 익히려고 했어요. 야구화를 신고, 유니폼을 입고, 배트를 잡고, 타석에 들어설 때의 동작 같은 것들이요. 자연스럽지 않으면 보는 사람도 어색할 것 같더라고요.”

너도나도 ‘과몰입’한 ‘스토브리그’ 현장은 동작 연습은 기본, 마치 실제로 경기를 앞둔 선수들의 야구장 같았다. 대사 연습을 하면서 스윙 연습을 하고, 촬영에 앞서 캐치볼을 하는 모습이 익숙한 현장. 배우들끼리 서로의 이름이 아닌 캐릭터로 부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강두기를 연기한 하도권 형과는 ‘사귀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하하. 형과 호흡이 정말 좋았어요. 연기하기도 편했고요. 형과 칼국수집에서 재회했을 때 되게 남다른 감정이 들더라고요. 다른 배우들과도 좋았어요. 어떤 작품이든 다 똑같았지만 ‘스토브리그’는 정말 헤어 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공허함이 길게 갈 것 같아요.”

‘늑대의 유혹’ 반해원에 이어 ‘스토브리그’ 임동규. 조한선의 그 다음 ‘인생캐’는 어떤 인물이 될까. 다음 행보와 관련해 조한선은 앞선 공백기와 현재 대중의 온도 차를 언급하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반해원이 야구한다’는 댓글을 봤어요. 반해원과 임동규 사이에 꾸준히 뭔가를 해왔는데 관객들과 시청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아직 부족하고 모자란 거겠죠. 가슴 속 응어리를 푹 찌르는 느낌에 마음이 아리더라고요. ‘스토브리그’는 많은 배우들이 잘 이끈 작품이고 저는 제가 잘 끌려갔다고 생각해요. 제가 임동규를 연기했지만 시청자들이 봐주지 않고 공감하지 못했다면 사라졌을 테죠. 많은 분들이 만들어준 감사한 캐릭터예요. ‘스토브리그’로 주목 받은 것에 그저 감사해요. 앞으로 더 준비해서 열심히 올라가야죠.”


한때 스스로 ‘연기로 내 가정을 지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연기자 아닌 삶을 고려하기도 했다는 조한선. 그는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되면서 연기에 접근하는 생각도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조한선은 “중요도를 떠나 나에게 역할을 부탁하는 건 그만큼 잘 해줄 거라는 기대 때문이지 않나. 예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캐릭터 하나하나에 소중함을 느끼게 됐다”고 털어놨다.

조한선은 작품 활동과 더불어 유튜브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그의 유튜브 주요 콘텐츠는 모토캠핑(오토바이를 타고 하는 캠핑)이다. 조한선은 “작품을 마친 후의 공허함을 모토캠핑 취미로 극복했다”며 “많은 분들이 일상생활을 궁금해 하더라. 내 일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마침 제작자와 연결돼 콘텐츠로 만들어서 공개하게 됐다”며 “많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올리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제가 성격이 되게 밝거든요. 유튜브뿐 아니라 예능도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싶어요. ‘맛있는 녀석들’에 문세윤과 친분이 있어서 나간 적 있는데 또 나가고 싶어요. 저 원래 잘 먹거든요. 또 나가면 정말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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