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킹덤2’ 박인제 감독 “잔인함 최대치로 끌어올리려 했다…시즌3, 궁금해”

입력 2020-04-03 14: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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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킹덤2’ 박인제 감독 “잔인함 최대치로 끌어올리려 했다…시즌3, 궁금해”

※본 기사는 ‘킹덤2’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형만 한 아우 없다더니. 형보다 더 한 아우가 있었다. ‘킹덤2’의 이야기다.

“1년의 기다림이 몇 시간 만에 끝났다” ‘킹덤2’가 공개된 이후 팬들이 쏟아낸 반응이다. 오매불망 시즌2가 공개되길 기다렸던 팬들은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시리즈 정주행을 끝냈다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이번 시리즈가 선사한 몰입감이 상당했다는 뜻이다.

시즌1에서 메가폰을 잡은 김성훈 감독은 시즌2 1화까지만 연출에 참여했다. 그의 뒤를 이은 사람은 박인제 감독. 박 감독은 영화 ‘모비딕’, ‘특별시민’을 비롯한 여러 편의 영화 연출 및 각본을 맡은 베테랑 감독이다. 하지만 이미 흥행한 작품의 후속작을 연출하는 건 그에게도 부담스런 일이었다.

박 감독은 “시즌2 작업에 임할 때 부담이 없었다는 건 거짓말인 거 같다”고 고백하며 “연출을 하며 가진 첫 번째 생각은 시즌1이 만든 세계관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 그게 출발점이었다. 또 좀비 장르를 좋아하는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요소를 넣어보자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첫 좀비 장르에 도전한 박인제 감독은 ‘킹덤’ 속 조선 왕조의 권력 다툼에 끌렸다고 한다. 그는 “‘모비딕’과 ‘특별시민’을 찍고나서 다른 장르를 하고 싶었다. 그 때 김성훈 감독한테 연락이 왔다. 김은희 작가의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권력의 어떤 부분들이 끌리지 않았나 싶다. 권력이라는 키워드가 ‘킹덤’을 하겠다고 결정한 요소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박인제 감독의 첫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그가 연출한 좀비들은 더욱 생생하고 잔인했다. 무리지어 달리는 좀비의 위압감은 화면을 뛰어넘어 전달될 정도였다. 박 감독은 “전작보다 역동성이 있다고 봐줬다면 감사하다. 시즌1보다 빨리 뛰고 그런 걸 요구하진 않았다”며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김은희 작가가 시즌1에서 좀비의 형태를 만들어놨다면 시즌2에서는 ‘그들을 처리하는 방식이 어떨까?’, ‘처치하는 방식이 어떤 재미를 줄까’를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좀비들이 더욱 잔인해진 만큼 고어물의 성격도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한국에서는 이례적인 연출’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였다. 심지어 원래 콘티는 더욱 잔인한 내용이었다고. 박인제 감독은 “좀비물은 잔인하지만 괴물이기 때문에 통쾌한 부분이 있고, 그런 부분을 충족시켜주고 싶었다. 그래서 잔인함의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려고 했지만 연출부에서는 ‘그렇게 되면 비호감이 될 수 있으니 적정수위를 지키자’고 했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킹덤2’의 묘미는 좀비에서 끝이 아니다. 궁전과 종묘, 숲을 오가며 이어지는 액션 신은 가히 장관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수십 미터에 달하는 지붕 위 액션 신과 한 번에 좀비 떼를 처치하는 후원 저수지 빙판 위 액션 신은 영상미는 물론 극적인 통쾌함까지 선사했다. 박 감독은 “궁 지붕의 높이가 3m라 배우들이 그 위에 올라가서 액션을 하긴 너무 위험하다. 그래서 50-60m되는 길이의 지붕을 만들어서 액션을 하고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받아 배경을 완성했다”고 명장면의 탄생 비화를 밝혔다.

빙판 위 액션 신은 특히 제작에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박인제 감독은 “후원 저수지 신은 2월부터 촬영을 했다. 지난 겨울이 유독 춥지 않아서 얼음을 유지할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래서 넓은 광장에서 연기를 하고 컴퓨터 그래픽(CG) 작업을 후반에 했다. 관객의 입장일 때는 얼음 CG가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오픈 전까지 작업한 게 얼음이었다”고 털어놨다.

갈라지는 얼음의 형태를 평평하지만 불규칙하도록 CG 처리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게 박 감독의 설명. 그는 “깨지는 얼음을 CG로 구현할 때 랜더링이 다른 물체보다 오래 걸린다. 또 얼음을 만들 장비가 부족해서 CG팀이 장비를 빌려오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후원 저수지 액션신은 생사역 비밀을 밝힐 중요한 단서가 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좀비와 격렬한 전투를 벌인 주지훈, 전석호 등은 결국 좀비에 물리지만 좀비로 변하지는 않는다. 비밀은 기생충. 박인제 감독은 “기생충 디자인을 ‘연가시’에서 따왔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은 고래회충이다. 노량진 수상시장이나 가랑시장에 가면 방어에 붙어있는 고래회충을 볼 수 있는데, 고래 회충은 수돗물에 담그면 죽는다. 그런 모양새를 레퍼런스로 삼았다”고 밝혔다.

극중 아버지를 잃은 주지훈은 삼복을 입고 생사역과 전투를 한다. 생사역과의 전쟁을 끝낸 뒤 피에 흠뻑 젖은 그의 삼복은 왕의 빨간 곤룡포를 연상하게 했다. 박 감독은 “왕이 죽었기 때문에 백성, 신하가 삼복으로 갈아입었다. 근데 모든 좀비나 주요 인물들이 같은 계열의 색의 상복을 입고 흙바닥을 걷고 모노톤의 재미없는 평평한 톤을 가져가는 것에 대한 걱정은 있었지만 고증은 지켜야했다”며 “그렇다면 좀비와 전투를 벌일 때 과장되지만 피를 많이 뿌리자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붉게 물든 창의 옷이 곤룡포로 보일 수 있다는 얘기가 현장에서 나왔다. 시청자들이 곤룡포를 떠올린 건 영화의 확장성 부분에서 기분 좋은 부분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킹덤2’는 전지현의 강렬한 등장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해당 신에서는 배경음악이 현대적으로 바뀌며 분위기가 반전된다. 이에 팬들은 시즌3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유추를 하기도 했다. 박인제 감독은 “시즌2는 어린 왕이 조선이라는 킹덤을 이끌어간다는 열린 결말이다. 끝이지만 출발선이라는 의미다.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결이 다른 음악을 넣어서 궁금함을 유발하고 흥분된 상태에서 시즌을 마무리 하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에 현대적인 음악을 넣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킹덤3’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열린 결말로 확장된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보존하고 싶다는 게 박 감독의 소신이었다. 그는 “시즌3는 나도 궁금하다. 내가 시나리오를 쓴다면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을 거 같다. 하지만 그건 김은희 작가의 몫이다”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동아닷컴 함나얀 기자 nayamy9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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