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박훈 “아직 성장 중, ‘애썼다’는 말 듣고파”

입력 2020-04-29 1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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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훈. 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제공

[DA:인터뷰] 박훈 “아직 성장 중, ‘애썼다’는 말 듣고파”

9년차 배우 박훈은 아직도 성장 중이다.

박훈은 최근 종영한 ‘아무도 모른다’에서 백상호 역을 맡아 열연했다. ‘아무도 모른다’는 경계에 선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을 지키고 싶었던 어른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극중 박훈은 중심 인물들을 끊임없이 위험에 빠트리는 나쁜 어른이다. 백상호는 어린적 친모에게 버려져 아사 직전에 신생명 교회 목사 서상원(강신일 분)의 손에 구해진다. 서상원은 자신의 방식대로 백상호를 가르친다. 다만 종교에 미친 그의 방법은 비정상적이었다. 병적으로 종교의 사상을 주입하고 성경구절을 암기시킨다. 그런 가르침 끝에 백상호는 자수성가했지만 순수하게 잔인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배우 박훈. 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제공

박훈은 악하지만 순수한 백상호를 연기하며 새로운 형태의 악인을 제시했다. 이는 “악인이지만 미워할 수 없다”는 호평으로 이어졌다.

박훈은 “드라마가 엄중한 시기에 방송되다 보니 시청자 분들께 의미 있는 작품이라도 되길 바랐다. 그런데 개인적인 기대보다 더 큰 사랑을 받아서 너무 감사하다. 난 참 운이 좋은 배우다. 많은 분들이 사랑을 주시고 주제의식에 공감해주셔서 뿌듯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극중 백상호는 고교시절 자신이 죽인 최수정의 친구 차영진(박서형 분) 곁을 맴돌며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특히 차영진이 아끼는 이웃 소년 고은호(안지호 분)를 일부러 위협에 빠트리는 모습은 집착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는 일반적인 악인의 모습과는 달랐다. 밝고 유쾌한 평소 모습과 살기 어린 눈빛으로 악행을 저지르는 그의 모습에서 시쳇말로 온도차가 어마어마했다.

배우 박훈. 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제공

박훈은 “백상호를 만들며 ‘전형적인 악역을 표현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목소리를 깔고, 인상을 쓰는 걸 배제하고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들과의 만남이 담긴 장면을 신경 썼다고. 박훈은 “백상호를 아이처럼 느끼는 분들도 있을 거고, 코미디로 느껴질 정도로 밝게 느끼는 분도 있을 거다. 백상호가 우습게 보이더라도 일부러 가볍게 연기를 했다. 아이들과의 장면으로부터 악행으로 이어지는 낙차, 감정선의 차이에서 소름이 끼쳤으면 했다”고 치밀한 전략을 밝혔다.

그러한 과정 속 아이들과의 촬영에서 깨달은 것도 많았다. 박훈은 “가장 어린 역할인 한솔 역을 맡은 아역배우와 연기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 눈 뒤집고 메롱도 하고 장난을 치는 장면 있는데 실제 장난을 연기로 연결한 거다. 애드리브를 그 친구가 받아치기까지 해서 놀라웠다. 이 과정을 보면서 이 친구처럼 편하게 받아치는 게 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배우 박훈. 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제공

수많은 배우들이 악역을 연기한 뒤 정신적 후유증을 호소한다. 박훈 역시 그랬다. 그는 “몇 장면에서 힘들었다. 차에서 학대받았던 트라우마를 표현하는 장면은 연습도 필요했고, 과거를 회상해서 성경 구절도 기계처럼 외워야했다. 트라우마를 연기했기 때문에 악몽도 많이 꿨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백상호와 나를 많이 분리하려고 했다. 다행히 촬영이 끝나고도 고통스럽지는 않았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아무도 모른다’를 통해 박훈은 또 한 번 성장했다. 동시에 새로운 과제가 주어지기도 했다. 자신이 연기한 백상호를 뛰어넘는 것이다.

그는 “연극에서 연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드라마를 찍으며 표현방식의 한계에 부딪힌 적이 많았다. 그런 점을 많이 고민했고, 그 때마다 많이 깨달았다. 그 과정이 성장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모른다’가 첫 번째 악역이고, 호평을 받았지만 이게 또 하나의 벽이 됐다. 이걸 뛰어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작품을 찾아야한다”고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배우 박훈. 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제공

이어 “박훈이라는 배우를 인지했을 때 ‘고생했다’ ‘애썼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고생했다는 말은 좋은 일만 있었다는 건 아니다. 어려운 일을 거쳐서 여기까지 왔다는 의미가 있다. 배우는 그런 단계를 밟아야한다고 생각하고 지금 그런 단계에 있는 거 같다. 그런 말을 들으면 영광일 거 같다”며 웃어보였다.

연기에 대한 심오한 고민을 가진 그가 “애썼다”는 말을 듣는 배우가 되길 기대해본다.

동아닷컴 함나얀 기자 nayamy9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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